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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은 법률을 제정하는 권한·기능을 가진 입법부를 둔다. 우리나라는 이를 국회(國會)라고 한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 기관이자 의원들이 모여 하는 회의 자체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민의(民意)를 반영하여 한 사회를 작동하는 정책과 제도의 기초인 법률을 만들고,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감시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물론, 이런 교과서적인 국회의 모습은 현실과 다를 때가 많다. 역할이 지켜야 할 의무가 되지 않고, 권력을 휘두르는 권한으로만 발휘되면 그만큼 사회의 진보는 지체되고, 갈등과 대립이 만연하게 된다. 국민의 뜻을 반영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오래되어 낡은 법률을 개정해야 하지만, 국회의원과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과물을 만들면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바라는 국회의 모습과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공무원노동계가 인정할 수 없는 공무원노조법 개정안

지난 9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심의가 있었다. 정부안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주영, 윤준병, 이수진 의원 등이 발의한 4개의 개정안이 다뤄졌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은 우리나라가 국제노동기구(ILO)의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ILO 핵심협약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노동 관련 제도와 인권의 표준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환노위에서 주요 논의 대상이 된 공무원노조법 개정안 중 정부안은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입법 예고를 했을 때부터 공무원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폐기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한 그것이다. 다른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공무원노조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무원노동계가 현행법보다 나아진 것이 없고,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개정안을 인정할 이유가 없다. 국회가 민의를 반영하여 법률을 만들거나 수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에 민의는 무엇?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가 대안으로 제시한 개정안은 공직사회의 현실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 기준과 권고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다. 직급 등 노조 가입 기준을 없애라는 ILO의 권고가 무색할 만큼 달라진 것이 없다. 실효성 없이 법률 개정한 흔적 정도 남기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와 조항의 순서와 배열 바꾸기 수법이 등장했다. 공직사회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현재 시대적 흐름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고려한 흔적인 찾아볼 수 없다.

현실에서 공무원노동운동에 긍정적 변화가 아닌, 오히려 노조활동을 제한한다고 판단되는 이런 결과는 왜 발생했을까. 공무원도 노동자로서 정당하게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근로시간면제제도 도입과 공무원·교원노조 전임자 강제휴직 및 임금지급 금지 조항 삭제 논의는 진행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은 노사 자율로 결정해야 한다는 ILO의 권고는 누가 지켜야 하는가. 국회가 누구를 보고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국회는 더 듣고, 더 설명해야...

그동안 공무원노동단체들은 다양한 경로와 방식으로 시대에 맞는 공무원노조법으로 개정되길 바라는 염원을 국회에 전달했다. 국회의원들과 함께 국회 토론, 개별 국회의원 면담, 기자회견 등 제한된 공무원 노동기본권 내에서 민의를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변화가 없는 국회의 모습에 공무원노조법 폐기로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 결과가 국회 환노위의 이번 개정안이라는 것은 믿기 어렵다. 그들이 무엇을 들었고, 무엇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없는 것일까. 이것이 현재 국회와 국민의 관계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면서 해당 협약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기 위하여..."

정부가 공노원노조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밝힌 제안 이유다. 그런데 정부안뿐만 아니라 국회 소관 위원회에서 내놓은 개정안조차 ILO의 권고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 민의도 반영하지 못하고, 국제적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 결과물을 어떤 단계에서 걸러줄 수 있을까. 소관 상임위원회의 결정 사항이 본회의에서 뒤집히길 바라야 하는 것일까. 공무원노동운동을 오히려 옥죄고, 국제사회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국회 환노위의 결정은 아쉽기만 하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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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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