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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후보로 추천된 양경학(60) 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후보로 추천된 양경학(60) 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
ⓒ 아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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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연루 인사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후보자로 추천되어 논란을 빚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시국선언을 했던 문화예술인에 대해 정부의 지원을 끊거나 검열,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비밀리에 작성한 명단을 말한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후보로 양경학(60) 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가 추천되었다. 합천에 있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공모과정을 통해 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양 후보자를 선정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이사장은 경남도지사(김경수)다.

양 후보자는 오는 21일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서 인사검증을 받는다.

이번 인사검증은 2018년 경남도와 도의회가 6개 출자출연기관장 임용 때 도덕성 등에 대해 검증하기로 협약을 맺었고, 그 대상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이 포함되어 실시되는 것이다. 경남도의회는 인사검증에 대해 '적격'과 '부적격' 여부만 판단한다.

양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사무처장과 경영전략본부장을 지냈다. 특히 양 후보자는 2013년 7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문예위 아르코 예술인력개발원장으로 무대예술전문인력 지원과 문화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담당했다.

양 후보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을 때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 법정에서 그는 "리스트를 정부에 보내주고 건건이 검토해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강한 저항을 못한 건 많이 반성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양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법적인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문체부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았다.
  
합천에 있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합천에 있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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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훈 의원 '적합하지 않다'... 구자환 감독 "1인시위 하겠다"

양경학 후보자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 소속 신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6일 전화통화에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대통령 탄핵까지 갔다"며 "그 사건에 연루된 분이라면 원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실 의원(정의당)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인사추천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부분을 왜 걸러내지 못했는지 의문이 생겨, 추천위의 회의록을 요구해 놓았다"며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재고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구자환 영화감독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인사검증이 열리는 당일 경남도의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겠다고 했다.

양 후보자에 대해, 구 감독은 "법원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을 증언하며 밝히는 데 일조도 했다. 반성한다고 했다. 하지만 책임지는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구 감독은 "박 정권 당시 벌어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실행을 담당했던 공무원은 대개 보직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승진했다. 이 사건을 두고 책임진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블랙리스트 실행자로 그가 문체부로부터 받은 징계 처분은 '주의' 조치뿐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법원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논리로 반성한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의 행위에는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구 감독은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자신의 불의한 행동을 부끄러워하고 그에 맞는 처신을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원장 공모에 나선 것은 진정한 반성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블랙리스트 실행자였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결격 사유라고 판단한다"며 "이 분을 모를 뿐더러 개인적인 감정도 없다. 단지 책임지는 자세를 요구할 뿐"이라고 했다.

1인시위 계획을 밝힌 구자환 감독은 "경남에서도 잘못된 공무를 집행한 사람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작은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다"며 "무엇보다 저는 과거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공적인 자리에 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양경학 후보자 "반성한다. 경험 살려 봉사하고 싶다"

양경학 후보자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블랙리스트 연루 관련 문제제기'에 대해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르코 예술인력개발원장으로 처음 갔을 때 전체 예산이 12억원 정도였는데, 2015년에는 150억원으로 키웠다"며 "그러면서 공연 기획과 경영 관련 인력도 키우는 신규사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 쪽 일부 인사에 대해 정권 차원에서 블랙리스트 명단을 내렸다. 나름대로 이의제기도 했지만 정권 방침이라 어쩔 수 없었다"며 "일부 사람을 지원에서 탈락시키지 않으면 전체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양 후보자는 "고민도 했으며, 문체부에 제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명단이 내려오는데 이행하지 않으면 예산 90%를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힘들게 예산을 땄는데, 모든 사업을 잿더미로 만들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간부 중에 저만 유일하게 평직원으로 강등이 되어 인사상 불이익도 당했다"며 "반성한다고 했다. 반성하는 방법이 초야에 묻혀 생을 마감할 수도 있지만, 문화예술계에서 했던 경험을 살려 일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양경학 후보자는 "문예위 사무처장을 하면서 다시는 블랙리스트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공정심의제'를 만들기도 했다"며 "이번 원장 응모에는 오랜 문화예술계 경험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태그:#경남문화예술진흥원, #양경학,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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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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