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4 15:53최종 업데이트 20.12.2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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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수업>(인터뷰·글 마르쿠스 베른센, 기획·편역 오연호)을 읽은 독자들이 '행복한 배움', '행복한 우리'를 만들어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글은 독후감 대회 우수상 수상작입니다.[편집자말]

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 pixabay

 
내 나이 서른네 살, 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삶을 위한 수업>이라는 책 제목처럼 여전히 나에게도 '삶을 위한 수업'은 계속되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고 대학교 입시를 위해 아등바등 보낸 학창시절의 기억들은 좋은 기억보다는 그렇지 못한 기억들이 대부분이다.

나의 학창시절엔 아픈 기억들이 많다. 초등학교 때는 따돌림을 두 번이나 당한 적이 있고, 중학교 때는 공부했던 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고등학교 때는 부모님의 불화로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이런 시간들 속에서 내가 얼마나 힘들고, 아픈지 보다는 '공부만 잘하면 다 해결된다'는 식으로 학습을 강요를 받았다.


한국 학생들은 학교를 마치고 대부분 학원을 다닌다. 학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학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학교 수업의 난이도와 분량보다 더 강도 높은 공부를 한다. 주객이 전도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에서 배운 내용으로 학교 시험 성적을 잘 받으면 학교와 학원에서 예쁨을 받는다.

중학생 때 시험 점수를 공개적으로 비교당하며 무시를 받은 적이 있다. 사춘기 시절이라 한창 예민하던 시기인데도 내 감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학원 선생님이 너무 미웠다. 성적 하나로 나를 판단하는 그 선생님 때문에 공부는 더 하기 싫어졌다.

이 선생님들을 조금 일찍 만났더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잘하는 것은 한국 학교 시스템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입시를 위해서는 좋아하든 싫어하든 국어, 영어, 수학의 성적이 높아야 했다. 고등학교를 들어서면서 수학에 점점 흥미를 잃고 나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되었다. 학원에서 아무리 수업을 들어도 이미 싫어하게 된 수학에 더 이상 배우고 싶은 의지가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전학을 가면서부터 어려워진 집안 사정으로 학원을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좋은 친구를 사귀며 수업시간에도 집중했고 모르는 문제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풀면서 다시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지만 스스로 학습에 대한 의지와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면서 더 열심히 했고 처음으로 수학 100점이라는 점수를 받게 되었다.

이 경험으로 억지로 내 머리 속에 집어넣는 지식으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쳤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진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집중하니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삶을 위한 수업> 속에서 만난 선생님들을 조금만 더 일찍 만나 교육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압박으로 보낸 내 청춘의 시간들이 문득 서글퍼졌다.

물론, 성인이 되고 나서 돌이켜보니 좋은 성적을 얻으면 보다 많은 기회와 선택지가 주어진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시험 성적만으로 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편협한 시선이다. 우리에게 잠재된 가능성은 너무나 많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그중에서 특히 와 닿는 부분은 페테르 크로그 선생님이 하는 조언이었다. "우리 모두는 한 때 실수도 하고 방황도 해. 한때 어떤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세상의 종말은 아니야"라는 말을 읽을 때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그랬다. 학창시절이 지나고 대학생이 되니 그 나름이 고충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지나갔고 나도 모르게 또 역경이 찾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실패는 다른 어떤 일을 시작하기 위한 경험과 도약일 뿐이다. 영원한 실패는 없다고 생각한다. 성인인 나에게도 아주 큰 힘이 된 한마디였는데, 흔들리고 방황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힘이 될까?

아이의 '행복'을 걱정하는 부모, 이 멋진 고민 
 

'삶을 위한 수업' 책 표지, 마르쿠스 베른센 (지은이),오연호 (편역) ⓒ 오마이북

 
나는 현재 두 아이의 엄마다. 아직 미취학 아동들이지만 이 아이들도 곧 학교에 가게 될 것이다. 자녀를 가진 한국의 부모들은 교육에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학창시절 겪은 시간들처럼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하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다. 성적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사교육에 욕심이 없다.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인생을 지지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직접 부딪혀보고 경험하며 도움이 필요할 때는 기꺼이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

'현실 속의 학교'의 설립자인 토마스 라스무센은 덴마크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지 걱정한다고 했다. 참 멋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며 삶 또한 연장된 이 시대에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20대 때 항공사 승무원이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이 없을 정도로 열정을 가지고 취업준비를 한 적이 있다. 결국 꿈을 이루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 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며 아직도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이처럼 성인인 나도 아직 많은 경험을 통해 배운다. 정말로 하고 싶은, 행복한 나의 일을 찾고 있다. 이제는 내가 선택을 하고 결정하기에 책임감이 막중하다. 가끔 그 책임감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지만, 힘들다고 털어놓을 데가 없었다.

<삶을 위한 수업>을 읽으면서 책 속 10명의 선생님들이 해주는 말들이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님,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 그리고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 묵묵히 걸어가는 우리 모두가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부디, 우리의 작은 꿈틀거림이 큰 물결이 되어 행복한 인생을 위한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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