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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타고 나무채로 땅 위의 공을 몰아 골대에 넣는 폴로(Polo)는 승마와 하키를 합쳐놓은 종목으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단체경기다. 이 폴로는 약 2500년 전 페르시아에서 최초로 시작된 귀족 스포츠다. 불꽃과 냄새를 피워 경배하는 조로아스터교도 페르시아에서 탄생했다. 페르시아는 상인도 유명하다. '신의 과일'로 불리는 세계 최상급 석류 생산지도 페르시아다.

페르시아가 지금의 이란이다. 중동 아랍과 서남아시아 사이에 자리한 이란은 문화와 인종도 아랍과 전혀 다르다. 언어도 인도이란어파인 페르시아어를 쓰고,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제1외국어로 아랍어를 배운다. 

매년 양력 12월 하순 이란에서는 전통 명절 '얄다의 밤(Shabe Yalda)'을 기념한다. 페르시아 달력에 따르면, 얄다(Yalda)는 가을의 마지막 밤이자 겨울의 첫날로 1년 중 가장 길고 어둡다. 페르시아어로 얄다는 '미트라(Mithra)의 탄생' '여신의 빛'이라는 뜻이고, 샤베(Shabe)는 페르시아어로 '밤의'라는 뜻을 갖고 있다. 미트라는 페르시아 전설 속 '빛의 신'이다.
 
얄다의 밤에 수박, 석류, 귤, 포도 등 과일과 견과류, 전통 과자 등을 준비한다
 얄다의 밤에 수박, 석류, 귤, 포도 등 과일과 견과류, 전통 과자 등을 준비한다
ⓒ Maed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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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다부터는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진다. 이란 사람들은 이날 밤을 보내며 다음날 새로 뜨는 태양의 빛이 어둠을 이긴다고 믿는다. 즉, 운명의 밤이자 여신의 빛인 '얄다의 밤'은 우리의 고유 명절인 동지(冬至)와 비슷한 의미를 지녔다.

이란인들은 얄다의 밤을 기념해 집안 어른의 집에 모이거나 친구들끼리 모여 수박, 석류, 귤 등 제철과일과 견과류, 전통 과자 등을 먹고, 하페즈의 시 등을 낭송하며 긴 밤을 보낸다. 속이 출출하면 석류, 토마토와 양념으로 요리한 닭고기 스튜 페센쥰(Fesenjoon)과 야채, 고기와 쌀을 버무려 포도 잎에 싼 돌메(dolmeh) 등도 곁들인다. 
 
과일이 풍부해서인지 이란엔 미인들도 많다
 과일이 풍부해서인지 이란엔 미인들도 많다
ⓒ Maed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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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페즈(Shamsuddin Mohammad Hafiz Shirazi)는 14세기 페르시아어권 전역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민족 시인이다. 얄다의 밤엔 하페즈의 시를 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통 의식이다. 문학을 잘 아는 목소리 좋은 사람의 진행으로, 사람들이 돌아가며 하페즈의 시집(Divan of Hafez)을 무작위로 펴 나오는 쪽의 시를 읽는다.

가까운 사람들과 웃고 즐기며 시를 낭송하는 이란 사람들은 자신이 읊는 시구가 미래에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춘분 축제인 누르즈(Nowruz)와 얄다 축제에 읽는 하페즈의 시집은 이슬람 경전 코란과 함께 거의 모든 이란 사람들이 집에 한 권씩은 있다.

한때 중동의 강력한 친미 경찰국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도 중동의 파리라 불릴 만큼 화려했던 적이 있었다. 거리와 대학교정에는 서구식으로 미니스커트에 긴 머리칼을 휘날리던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시고 클럽에서 춤을 췄고 자유연애를 했다. 전세계적 오일 쇼크로 산유국인 이란은 막대한 부를 누렸고, 그 덕에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도 성공리에 개최했다. 

그러나, 부의 편중으로 빈부격차가 커져 민심이 떠나며, 부패한 친미 팔레비 왕조가 1979년 이슬람 시민 혁명으로 무너졌다. 파리에서 망명 중이던 이맘(종교지도자) 호메이니가 돌아오자, 수도 테헤란 광장의 600만 인파는 열광했다. 이슬람 공화국으로의 개헌 투표에 90%가 찬성표를 던졌다. 그렇게 이란 이슬람 공화국 수립이 선포됐다. 1953년 미 CIA의 공작으로 군사쿠데타도 겪은 적이 있기에 미국과 단교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로 회귀하며 국기도 바뀌었다. 미니스커트는 거리에서 사라졌고, 여성들은 히잡을 다시 썼고, 남녀공학도 폐지됐다.

테헤란에서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즐기고, 우리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대학생 마에데(Maedeh)는 "자유는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다. 일부 이란 여성들은 히잡을 벗고 술을 마시는 게 중요한 자유의 한 부분이라고, 지금 이란엔 그런 자유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그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니스커트와 술에 자유가 있다고 할 순 없다. 나에게는 내 조국에서 교육, 일, 삶, 토론 등을 할 수 있는 게 자유다. 그리고, 이런 자유를 갖게 해준 이란에 감사한다"라고 말한다. 
 
테헤란 시내 도로마다 이란 국기가 휘날리는 걸 많이 볼 수 있다.
 테헤란 시내 도로마다 이란 국기가 휘날리는 걸 많이 볼 수 있다.
ⓒ Maed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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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에서 스친 일부 여성들은 밝게 염색한 머리가 조금이라도 더 보이게 화려한 스카프를 반쯤 걸쳐 멋을 냈고, 최초 부통령이 30대 여성이었고, 여성의 절반이 직업을 가질만큼 성평등 정책을 펴고 있다. 또, 빵집 앞에서 전통 빵 리바쉬를 굽는 걸 서서 쳐다보면, 맛을 보라며 빵을 낯선이에게 선뜻 건네줄 만큼 정이 있다. 우리와 이란은 약 6653km(구글 지도 참고) 떨어져 생각보다 멀지 않다. 우리는 미국 영화 아르고(Argo, 2012년)나 인피들(Infidel, 2019년)처럼 지극히 편향된 미국적, 서방적인 창문을 통해 이란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란인들이 즐기는 얄다의 밤은 8000년이 넘게 이어진다. 이란에서는 종교를 떠나 남녀노소 모든 사람이 전통적으로 즐기는 정신적인 민족 축제이자 국가 기념일이다. 얄다의 밤은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 이란인들이 사는 주변 국가에서도 기리고 있다.

올해 얄다의 밤은 우리네 동지와 같이 12월 21일(월)이다.

태그:#조마초, #마초의 잡설 , #이란 , #얄다의 밤 , #MACHO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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