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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7일 금요일, 금오름나그네가 이번에는 표선 지역 오름의 대표인 성읍의 영주산에 올랐다. 4부부 8명 중 쌍둥이 손녀 돌볼 순서가 된 부인 한 분 빼고 7명이 모였다. 성읍리 마을 주차장에 2시에 모였다. 영주산 탐방 후 시간이 남으면 인근의 남산봉과 본지오름도 오를 계획이었다. 
 
표선지역에선 어디서건 영주산이 잘 보인다.
▲ 비치미오름에서 본 영주산 표선지역에선 어디서건 영주산이 잘 보인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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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산은 제주에서 몇 안되는 산이다. 화산체를 봉, 악, 오름이라 이름 붙이고 산이라고 이름 붙인 건 몇 안된다. 한라산, 산방산, 영주산, 송악산... 무슨 차이가 있는 건 아닌 듯하다.

한라산은 화산이라고 하고, 기타는 모두 기생화산이라고 하는데, 규모가 작아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번영로 옆에 있는 거문오름은 그 규모가 한라산보다 더 크다고 하니, 화산의 규모가 아니라 현재 남아 있는 화산체의 규모인 듯 하다.
 
간단한 소개글과 탐방로가 알기 쉽게 글과 지도로 전시되어 있다.
▲ 영주산 안내판 간단한 소개글과 탐방로가 알기 쉽게 글과 지도로 전시되어 있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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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산 탐방은 정말 아끼고 아껴 두었던 것이다. 그래서 올해 마지막 오름 탐방 대상으로 영주산을 선택했다. 표선사람들이니 집에서 가까워 금방 영주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둘레길도 있고, 정상 한 바퀴 도는 정상길도 있다. 어떻게 걸을 것인가를 입구에 서 있는 안내판을 보고 회의를 통해 정한다. 둘레길을 돌고 정상길을 나중에 돌기로 정한다.
 
영주산 둘레길  - 바람에 이끌려, 향기에 취해, 발길이 움직이는 영주산 둘레길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 곳, 영주산이야기
해발 326m, 높이 176m인 기생화산으로 분하구는 남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의 형태를 띠고 있다. 영주산은 신선이 살았던 산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오래전부터 오름 봉우리에 아침 안개가 끼면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또한,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다는 말처럼 올라갈수록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영주산 정상을 오르면서 오른쪽으로는 목장, 왼쪽으로는 성읍마을, 뒤쪽으로는 일출봉을 조망할 수 있다. 서북 방향의 기슭에는 바닥이 가마솥처럼 패여 있다 하여 가메소라고 불리는 연목이 위치하고 있다. 오름의 남쪽으로는 천마천이 흐르고 주위에는 넓은 목장 지대가 조성되어 있다.

안내판 글이 알차고 재미있고 쉽다. 영주산 높이가 오름들 높이의 중상쯤 된다. 영주산은 전에 3번 올라갔다. 정상을 향하여 쭉 올랐다가 되돌아오기만 했다. 그래서 별로 좋다는 생각이 없었다. 오늘은 영주산을 속속들이 돌아보기로 작정했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돌아 둘레길로 들어선다.
 
영주산 아래자락으로 한 바퀴 도는 길로 대부분 야자매트가 깔려있다.
▲ 영주산 둘레길 영주산 아래자락으로 한 바퀴 도는 길로 대부분 야자매트가 깔려있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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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 말이 많이 다녔는지 길이 여러갈래로 나 있다. 소들은 위 아래로는 잘 안 다닌다. 등고선을 따라 떼를 지어 잘 걷는다. 어릴 때 소떼를 많이 몰고 다닌 경험이 있어 잘 안다. 어느 길을 가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여러 갈래 길이 끝나고 야자매트가 깔린 길이 나왔다. 이 길만 찾아 걸으면 편하고 길 잃을 일도 없다. 송당 쪽, 즉 동쪽 지역에 있는 오름들이 도열하고 있다. 저건 좌보미, 저건 동거문이, 조건 백약이오름... 더 왼쪽으로 옮겨 본다. 저건 개오름? 비치미오름? 긴가 민가 하며 먼저 간 남자들이 서서 아는 체 한다.

뒤따라오던 여자들이 '어느 게 따라비야?' 하며 관심을 일단 표한다. 이내 '그것이 왜 궁금한데' 하여 남자들을 이상하게 바라본다. 시무룩해진 남자들이 또 앞장서 간다. 70대가 되어도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가 맞다.

둘레길은 길다. 어느 듯 성읍2리의 큰 저수지가 앞에 보인다. 영주산 아래자락을 반쯤 돌았다는 이야기다. 이때부터 서쪽의 오름들이 얼굴을 내민다. 모지오름, 따라비오름, 대소록산... 입구가 나타나더니 둘레길이 산에서 빠져나간다. 포장도로로 둘레길이 이어진다. 

아스콘 포장도로 한쪽을 붉은 색 돌로 장식하여 둘레길임을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 성읍공설묘지 쪽에서 다시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타났다. 
 
둘레길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타났다.
▲ 둘레길과 정상길 둘레길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타났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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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길 둘레길에서 벗어나 산길 둘레길로 들어간다. 곧 성읍공설묘지가 나타났다. 70대 남자들이 묘지에 관심이 많다. 동그란 봉분묘를 보고 두 남자가 부러워한다.  

"나도 저렇게 묻히고 싶은데... 알아봐야겠네."
"저건 최근에 만든 묘인데, 그리고 저 옆으로 계속 묘를 만들어가고 있네."


한참 동안 무덤을 떠나지 못하고 무덤관, 그것도 자신의 묻힐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70대가 그런 나이인가 보다.

발이 불편한 부인과 부인을 혼자 걸어가게 할 수 없는 그 남편은 둘레길로 가고 나머지는 정상 정복에 나선다. 길이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제법 높다. 땀이 날락말락 한다. 그러나 걸어 올라가면 언젠가는 정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곧 하늘이 보였고, 분화구 능선길이 나타났다. 남쪽으로 벌어진 분화구라 능선이 길다. 능선길 따라 걷는다. 약간 오르막길이다. 저 멀리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분화구가 드러났다. 깊고 까마득하다. 전체를 한눈에 보기 어렵다.

초소에 도달하니 바람이 세다. 초소를 바람막이 삼아 휴식하며 간식을 먹는다. 따끈한 모과차, 삶은 계란, 귤... 사바세계를 내려다보며 말없이 먹고 쉰다. 유명한 오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간간히 만난다. 옛날 같으면 인사말도 건넬 텐데, 요즘은 하 수상한 코로나 시기라 서로 피한다. 참으로 몹쓸 세상이다.
 
영주산에서 동쪽으로 보는 전망이다.
▲ 영주산 전망 영주산에서 동쪽으로 보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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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그래도 전망이 가슴을 뻥 뚫어준다. 동북쪽 방향에 여러 오름들이 보인다. 중간에 약간 험상궂은 동거문이 오름이 기준이 된다. 그 오른쪽에 좌보미오름, 가장 왼쪽에 백약이오름... 오름에 올라 전에 올라가 본 오름들을 알아내면 기분이 좋아진다. 
 
서북쪽으로 한라산이 있고, 그 아래에 오름들이 즐비하다.
▲ 한라산 방면 전망 서북쪽으로 한라산이 있고, 그 아래에 오름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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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눈을 돌린다. 한라산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 아래에 수많은 오름들이 얌전히 앉아 있다. 왼쪽에 넓은 품을 가진 모지오름이 보이고 중간에 큰사슴이오름이 뚜렷하게 솟아 있다. 

영주산이 표선 쪽에선 가장 높은 산이다. 그래서 정상에서는 전망이 일품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좌우로 멀리 쳐다보면 오름들이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동남쪽에는 성산 일출봉이 멀리 보이고, 그 앞에 모구리오름이 잘 보인다. 
 
영주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을 천국의 계단이라고 한다.
▲ 천국의 계단 영주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을 천국의 계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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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 오름들을 거의 다 올랐기에 오름 구경에 푹 빠졌다. 약간 추위가 느껴진다. 그러면 움직여야 한다. 내려간다. 우리가 내려가는 길로 대부분 탐방객들은 올라온다. 나무 널빤지로 만든 계단길이다.

내려온 길을 되돌아 쳐다본다. 천국의 계단이라고 부르는 길이다. 마침 해가 그쪽에 있어 하늘로 올라가는 길인 듯 하다. 천국으로 향하여 올라가는 길 같긴 하다. 그래도 계단길 올라가기는 힘들다. 내려가기는 더 힘들다.  
 
분화구가 엄청 크다. 저꼭 능선이 가물가물하다.
▲ 영주산 분화구 분화구가 엄청 크다. 저꼭 능선이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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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길이 끝나고 넓은 구릉이 등장한다. 길 주위에는 나무가 없어 멋있다. 분화구 안이 조금씩 보인다. 그리고 출발점인 주차장에 도착했다. 둘레길을 완주한 일행과 만났다. 나머지 둘레길도 걸을 만했다고 한다.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고, 동굴도 있다고 했다. 그쪽도 언젠가 가봐야겠다.

이후 남산봉을 찾아갔으나, 입구를 찾지 못했다. 낮 길이가 가장 짧은 시기, 오후 5시가 넘자 오름 등반은 접고 말았다. 뒷풀이는 가까운 삼달리 횟집에서 가졌다. 모두 영주산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계단길로 올랐다가 그 길로 내려온 이전의 영주산이 아니었다.

올해 마지막으로 영주산을 탐방하고 그 멋진 모습에 푹 빠졌다. 표선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멋들어진 하루였다.  

태그:#영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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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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