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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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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곡절 끝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명됐습니다. '구의역 김군 발언'과 관련된 논란으로 장관이 되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장관이 된 그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게 어려워보입니다.

당분간 변창흠 장관의 과거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사청문회 내내 과거 발언을 문제삼아온 야당은 법적 대응까지 한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노동계 반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가치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도 이런 이슈가 계속되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과거 발언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논란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변 장관이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숱한 논란에도 자신을 임명한 이유를 정책 성과를 통해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우려되는 도심 고밀개발

변 장관이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밝혔듯 장관으로서 최우선 목표는 '집값 안정화'입니다. 그런데 변 장관은 청문회 답변 과정에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청문회에서 강조했던 "도심 고밀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활성화"는 공급 만능주의 프레임에 갇힌 '오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값 상승세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청약 제도를 대폭 완화해주면서 시작됐습니다. 2015년부터 아파트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집값은 하락하지 않고 상승했습니다. 공급이 먼저라고 떠드는 부동산 전문가들은 2015~2017년 집값 상승세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오히려 도심 고밀개발은 재개발·재건축 투기 심리를 자극해, 집값을 더 띄울 수 있습니다. 민간 토지에 대한 규제 완화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서울시가 종 상향 특혜를 통해 공급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은 비싼 임대료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윤을 최대로 내야 하는 민간이 참여하다보니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 임대료 책정 자체가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상당량의 청년주택이 공급됐지만, 너무 비싼 임대료 때문에 공실로 남아있는 곳도 있습니다.

변창흠 장관이 주장한 도심 고밀개발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 정책도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로 만들어졌지만, 계산기를 놓고 따져보면 개발업자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지난 8월 "공공 재건축시 조합원 일반분양 물량도 늘어난다"고 공언을 했죠.

변 장관이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해 도심권 용적률 300%까지 완화"하겠다고 했는데, 그럴 경우 도로·스카이라인 등 도시계획의 균형이 무너지는 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도심 고밀개발은 주택임대사업자 특혜처럼 투기꾼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다분합니다.

변창흠 장관이 새겨들어야 할 비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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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장관은 청문회에서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의 필요성은 강조했습니다. 그는 "공공자가주택을 시세의 반값 수준으로 공급하겠다"며 특별법 제정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공공자가주택은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중간 형태로서 시세의 반값 정도, 전세 가격 수준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주택"이라며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주시면 환매조건부 등 공공자가주택을 시세의 60%나 절반 수준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임대한 형태이기 때문에 '반값 아파트'가 가능합니다. 30억짜리 아파트 대규모 공급은 집값을 끌어올리겠지만, 2억~3억짜리 아파트 대규모 공급은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방책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되면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 심리를 깰 수 있습니다. 최근 토지임대부 주택을 되팔 때 반드시 공공이 환수하도록 규정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로또분양' 논란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변 장관은 "최대한 공공성을 높이면서 개발이익이 사유화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공급 계획은) 상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장관 후보자로서 좀 더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 그 목표치에 맞추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입으로만 집값 안정을 강조하면서도 2007년 4월 노무현 정부 때 도입했던 분양원가 공개, 토지임대 건물분양과 분양가상한제 등을 지난 5년 기간 공기업 사장으로 재직할 때도 시행하지 않았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비판을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변창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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