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월 28일 인터뷰 중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12월 28일 인터뷰 중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더불어삶

관련사진보기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던 28일, 시민단체 더불어삶의 안진이 대표가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라는 책을 공동으로 집필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인터뷰도 여러 번 진행한 바 있다. 책을 읽은 시민들, 오마이뉴스 독자들, 그리고 김헌동 본부장이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후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변창흠, LH 사장 때 분양원가 공개 제대로 안했다"

안진이(이하 안) : 날씨가 추워지고 처음 뵙는 것 같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김헌동(이하 김) : 네. 아파트값이 얼마나 상승했고 공기업이 어떻게 바가지를 씌웠는지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며 지냈습니다.

안 : 오늘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습니다. 시민사회의 반대가 있었고 야당도 반대하는 가운데 여당이 표결을 강행했네요. 변창흠 후보자가 국토부장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인터뷰 진행 시점인 28일에는 아직 대통령이 임명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변창흠 장관'이 아니라 '변창흠 후보자'로 칭한다)

김 : 변창흠 후보자가 10년 전과 15년 전에 했던 발언을 제가 기억합니다. 15년 전 노무현 정부 때는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굉장히 좋은 정책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2009년부터 보금자리 주택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강남에 평당 900만원, 토지임대부는 평당 700만원 하는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을 때 김진애 의원실 주도로 토론을 했습니다. 어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진애 의원, 지금 환경부장관으로 있는 조명래, 변창흠, 저까지 4명이 토론을 했어요.

그 자리에서 변창흠은 보금자리 주택이 나쁜 정책이라는 내용의 발제를 했습니다. 그린벨트를 파괴해서 주택을 짓는 것이 나쁘고, 평당 900만원 분양가가 서민들에게는 비싸다는 이유였습니다. 보금자리 같은 주택이 아니라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하고 환매조건부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아파트를 짓는 것이 나쁜 정책이라면 노무현 정부 때 판교 신도시 사업으로 그린벨트가 훼손될 때는 왜 침묵했을까요? 이명박 정부는 안 되고, 노무현 정부는 되고, 왜 그렇게 오락가락하는지 모르겠다고 제가 말했습니다. 지금도 문재인 정부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신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환경운동을 했다는 조명래와 변창흠은 그린벨트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했습니다. 이렇게 시민운동을 한다던 사람들이 공직에 들어가기만 하면 소신이 바뀌었습니다. 정권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요.

안 : 변창흠 후보자는 분양원가 공개에 관한 소신도 바꿨지요?

김 : 네. 2014년 박원순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 변창흠 후보자를 SH 사장으로 임명했어요. 그런데 변창흠 사장은 분양원가 공개를 안 했고 분상제를 위반했습니다. 전임 SH 사장이 강남에서 평당 1000만원에 분양하던 아파트를 1500~2000만원에 분양했어요. 송파, 강동, 마곡을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SH공사에서 어렵게 확보한 공공택지는 건설업자에게 매각해 버렸어요. SH공사는 분양원가 공개 문제로 지금 경실련과 소송 중입니다.

안 : 승소하셨지요?

김 : 1심에서 승소했는데, 지금 항소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SH가 자료를 다 준 것이 아니라 일부 서류를 분실했다면서 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안 : 잠깐만요. 공기업이 사업 관련 서류를 분실했다고요?

김 : 네. 법정에서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경실련에서는 법적 검토 후 고발 조치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 : 그리고 변창흠 후보자는 3년간 SH 공사 사장을 하다가 LH 공사 사장으로 갔는데, 그곳에서는 어땠나요?

김 : LH 사장 때도 마찬가지로 분양원가 공개를 안 했습니다. 아니, 분양원가 공개를 하긴 했는데 잔뜩 부풀린 가짜 분양원가 자료를 공개했어요. 그렇게 해서 분양가 상한제를 위반하고, 토지임대부 분양은 아예 안 했습니다. 수서희망타운만 봐도 그렇습니다. 바로 길 건너에 오세훈 전임 시장이 평당 1200만원에 분양한 아파트가 있는데, 박원순 시장과 변창흠 LH 사장은 거의 2배 가격인 평당 2200만원에 분양했습니다.

'공기업이 공권력을 이용해 싸고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해야 집값이 안정된다'고 자기 입으로 외쳤던 사람이 정작 공기업 사장이 되고 나서는 한 건도 실행하지 않았어요. 전임자가 550만원에 한 것을 1000만원 이상으로 올려 받고, 분양원가가 800만원, 900만원이라고 속이고 있어요. 국민을 속인 겁니다. 그런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요? 변창흠 후보자는 시민운동을 하다가 권력을 얻었는데 그 권력을 공공을 위해 쓰지 않고 자신의 출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썼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임명해준 사람들에게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신임 국토부 장관, 시세-공시지가-공시가격 동시에 공개해야"

: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처참하게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에 대한 막말이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노동조합에서도 성명을 발표해 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 변 후보자는 그 청년 노동자가 사망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지나서, 서울시 주요 간부들과 공기업 사장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그 발언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책임이 아니라 젊은 청년 노동자의 책임이라는 식의 개념 없는 발언이었어요. 그런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사람은 장관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청와대의 고위공직자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주택 문제만을 관할하는 주택부장관을 임명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토부장관은 지하철을 포함한 교통과 국토 전체를 관장하는 자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산재가 많고 사망사고가 많은 곳들이 국토교통부 소관입니다. 청문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질, 인성 등의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부동산, 주택, 교통 정책이 전반적으로 퇴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그러면 어떤 사람이 장관이 되기를 바라십니까? 어떤 사람이 장관이어야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요?

: 국토부가 어떤 정책을 잘못했는지를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해온 사람이어야 합니다. 장관으로 임명된 후에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용기 있게 추진할 사람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것을 반대하는 세력이 누군지가 분명히 밝혀지도록 행동해야 합니다. 한 3개월 정도면 다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가 외압을 넣는지, 여당의 대표가 외압을 가하는지, 국토부 관료가 저항하는지, 언론이 방해하는지를 밝혀내야 해요. 그것을 파악한 다음에 정책을 면밀하게 추진하고, 끝내 대통령이 반대한다면 장관 직을 던지고 나올 사람이 장관을 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장관을 해야 국민을 위한 정책이 한두 가지라도 도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의 건물주와 건설사 재벌을 위한 장관이 아니라 99%의 무주택 세대주, 청년, 월세도 내기 힘든 서민,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을 생각하는 장관이 필요합니다. 정말 용기 있고 추진력 있는 사람이 임명되면 좋겠습니다.

: 신임 국토부장관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지금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조사하고 있거든요. 시세(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을 동시에 공개하도록 하는 겁니다. 시세를 조사하라고 국민 세금을 매년 2000억 원씩 투입해 주는 건데, 조작을 하고 있어요. 가격 조작 비용을 매년 2천억씩 대주는 격입니다. 조작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없다면 시세와 공시지가, 공시가격을 동시에 공개하는 것. 그게 국토부장관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 이번에는 180석을 가진 거대 여당 이야기를 해볼까요? 주거 안정을 위해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우선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지금 당장 통과시켜야 합니다. 구의역 청년 노동자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원청 공사 사장과 서울시 교통 총괄책임자 등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이지요. 당연히 통과되어야 하는 법안인데 이 법안을 가장 반대하는 데가 건설협회입니다. 

지난번 총선 전에 더불어민주당의 전 대표인 이해찬이 당의 간부급 의원들을 데리고 건설협회를 방문해서 사진을 찍었어요. 건설협회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받거나 연결고리가 있다고 봐야겠죠. 그러니 지금 여당이 180석 가까운 의석을 가지고 있어서 정의당의 협조를 얻으면 내일이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데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식을 하도록 만들고 있어요.

: 맞습니다. 국회 앞에 산재 유가족이 천막 치고 단식을 하도록 만들지 말았어야지요. 거대 여당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니 유가족 등 관계자들도 기가 차실 겁니다.
건설개혁 전문가로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필요성을 말씀해 주셨고, 주거와 직접 관련된 입법으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 제가 만약 여당 대표라면 아파트 후분양제 법안을 통과시키겠습니다. 시중 3000조 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집값을 자극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후분양제는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습니다. 후분양제 법안이 통과되면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납니다. 조중동 등 주류 언론의 건설사 광고 매출이 0에 가깝게 떨어지고, 로또 청약이니 하면서 불필요한 분양을 유도하는 기사들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1년에 30만 건 가까이 되는 분양권 거래가 없어집니다. 아직 지어지지 않은 아파트 입주권을 팔고 사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밖에 없습니다.

또 후분양제를 하면 경쟁력 있는 기업, 아파트를 잘 짓는 기업, 소비자를 생각하는 기업이 유리해집니다. 아파트를 잘 짓기 위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잘못 지으면 아파트 3000세대에 투입된 자금이 묶이니까요. 품질 경쟁과 가격 경쟁이 일어나고 시장이 정상화됩니다. 노무현 정부가 2007년부터 후분양제를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관료들이 시행을 유보시켜서 못 했습니다. 지금 정부는 노무현을 계승한다느니 말은 많이 하는데 정작 노무현 정부 때의 좋은 정책은 계승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는 분양가상한제 전면 확대 실시입니다. 지금의 분양가상한제는 가짜입니다. 30평 아파트를 3억원 이하로 공급 가능한데 공기업들이 분양가상한제를 어기고 비싸게 공급하고 있어요. 공공이 2배 바가지를 씌우니 민간은 3배 가격을 부릅니다. 또 지금은 장관이 핀셋으로 지정하는 지역만 분양가상한제를 하는데, 전국적으로 예외 없이 실시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는 분양원가 공개입니다. 2014년 이후 분양된 공공아파트 전체의 분양원가를 사실대로 공개해야 합니다. 변창흠 후보자가 SH와 LH 사장 할 때 분양원가를 속였던 내역을 당장 공개하라는 거지요.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공개할 수 있습니다. 건설업자에게 토지를 헐값에 매각하고 분양원가를 속인 관료와 공기업 임원들을 찾아내 처벌하지 않으면 집값은 안 잡힙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153석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176석입니다. 소수 정당의 지원을 받으면 180석이 훨씬 넘어요. 게다가 여당이 상임위를 다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어요.

"24번의 실패, 인사와 관료, 시스템이 원인"

: 현 정부의 임기가 1년 반 남았는데, 집값을 제자리로 돌려놓기에는 너무 늦은 걸까요? 아니면 아직 시간이 있다고 보십니까?

: 1년 반이 짧은 시간만은 아닙니다. 현재 여당이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고 지자체장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기로 마음먹는다면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들의 안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은 야당이 반대하든 말든 통과시키면서 국민의 안전과 안정을 위한 법은 통과시키지 않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는 24번 실패했습니다. 24번 실패한 원인이 인사, 관료, 시스템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 대통령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청와대 정책실장부터 제대로 임명하고 경제부총리 교체하고 국토부장관을 제대로 임명하면 부동산 정책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러나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성장률에 연연하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남은 1년 6개월 동안에도 좋아질 게 없겠지요. 제가 보기에는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줄 사람이 주변에 없는 것 같아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책, 성공할 수 있는 정책을 조언해주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간신 같은 사람들만 만나고 있습니다.

인사가 정말 중요합니다. 최장수 국토부장관이 된 김현미 같은 사람을 계속 중용해서는 안 되지요. 국민을 위한 정책을 알면서 안 하는 사람이 있고, 몰라서 안 하는 사람이 있고, 하는 척만 하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정말 공익을 위해 과거부터 올바른 정책을 제안했고 제대로 집행할 사람을 앉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통령이 식별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당정청 협의를 통해 정책을 만들 때는 그 정책이 발표되면 어떻게 될지를 예측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가짜 보고서가 올라갔겠지요. 이 정책만 쓰면 집값이 안정될 거라는 보고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두 달 후에 보니 부작용이 생겨서 집값이 더 올랐다면? 한두 번은 용서를 해줄 수도 있겠지만 번번이 그런다면 책임을 물어야죠. 그게 안 되고 있습니다. 스무 번 넘게 속으면 화가 나거나 약이 올라야 하는데, 그럼에도 화가 나지 않는다면 의도적으로 속였다고 볼 수도 있어요.

대통령이 올해 1월 7일 기자간담회 때 본인 입으로 취임 전으로 집값을 낮추겠다고 했는데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노무현 정부 5년보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집값이 더 가파르게 더 많이 올랐어요. 이 상승세가 내년으로 계속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실련과 더불어삶 같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언론이 제대로 기사를 쓰지 않는다면 유튜브나 SNS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서 문제를 알려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 긴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더불어삶 홈페이지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태그:#변창흠, #김헌동, #국토부장관, #부동산정책, #분양원가
댓글1

더불어삶은 민생 현장에 연대하는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해고노동자 등 지원이 필요한 곳에 후원합니다. 주요 관심사는 노동, 주거, 재벌개혁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