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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새 책이 출간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온라인 서점 도서 MD를 만나는 일이다. 온라인 서점의 경우 독자의 눈에 띌 수 있게 한 번이라도 더 화면에 노출되도록 부탁도 하고, 이벤트나 홍보를 위한 갖가지 일을 의논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이 바로 도서 MD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서점으로 치자면 서점원을 떠올릴 터인데, 조금 더 세세히 살피자면 서점 직원과는 또 다른 차이가 조금 있다고 한다.

아마 일반 독자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는 출판동네 사람 중 하나가 온라인 서점 도서 MD일 것이다. 최근 <책 파는 법>을 통해 온라인 서점 도서 MD의 일을 본격 소개한 조선영 작가(예스24 도서사업1 팀장)에게 도서 MD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며, 어떤 생각과 기준으로 책을 살피며 온라인 서점이라는 큰 공간을 채워 나가는지, 궁금한 이야기를 물었다.

       
- 반갑습니다. 온라인 서점의 도서 MD라고 하면 일반 독자들에겐 조금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MD가 '뭐든 다 한다'의 줄임말이라고 재미있게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도서 MD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요?
"네, 반갑습니다. 도서 MD는 서점에서 책의 유통과 판매 기획을 책임지는 일을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는 어린이, 문학, 인문교양, 외국어 등의 분야를 담당하면서 해당 분야의 책의 재고 관리와 프로모션 등을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 책에서 '2020년 1월~6월 사이에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등록된 신간의 수를 일평균으로 헤아려 보니 238.6권이었다'라는 내용이 있는데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책이 출간되는구나 싶어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많은 책 중에서 추천하거나 소개할 책을 고르는 '나만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경우는 일단 책의 제목과 저자가 누군지를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책의 제목이야말로 책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니까요. 이 두 가지가 책의 첫인상이라고 할까요. 다음으로는 저자가 과연 책의 제목에 걸맞은 새롭고도 참신한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하는 것을 살펴봅니다. 또 이 새롭고도 참신한 이야기가 지금의 시기와 잘 부합하는지, 혹은 많은 이가 공감할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 대략 추천할 만한 책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조선영 지음(2020, 유유)
▲ <책 파는 법> 조선영 지음(2020, 유유)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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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입장에서는 도서 MD가 무척 특별한 존재라고 들었습니다. 만든 책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존재이기도 하고, 거의 제일 먼저 구매를 하는 거래처이기도 하니 신간 매출을 예상할 수 있는 '판단'의 기준의 되는 것 같습니다. 한 출판 관계자는 도서 MD를 '애증의 대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던데요(웃음), 이 표현에 대해 혹 짐작 가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아마 자신이 열심히 만든 책을 알아봐 주는 MD는 고마운 존재일 것이고, 열심히 책을 만들었는데 MD가 영 몰라준다면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독자인 MD가 내 책을 어떻게 봐주느냐 하는 건 당연히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겠지요. 

한 번만 만나고 말 사이라면 몰라도, 싫든 좋든 서로의 업이 계속되는 한 계속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하다 보니 서로가 애증의 대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사실 MD들도 출판사 마케터와 친근하게 지내면서도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둬야 하는 그런 사정이 있거든요."
 

- 그런 관계들도 결국은 책을 팔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책 파는 법>을 통해 짐작하자면 MD는 사람을 만나는 일, 책을 검토하는 일, 글을 쓰는 일, 이벤트를 기획하는 일, 굿즈 상품을 개발하는 일 등 정말 다양하고 복합적인 업무를 해내야 하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특별히 힘든 일은 무엇일까요?
"역시 사람을 제일 힘들게 하는 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검토하고 이벤트를 기획하고 굿즈를 개발하는 그 모든 일이 사람들과 해야 하는 일인데요, 이 모든 일을 매끄럽게 조율하기 위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제일 어렵고 힘든 일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매일 할 일, 매주 할 일, 매월 할 일이 끊임없이 돌아가는 와중에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가 자주 있어요."

- 그런 힘든 일이 있는 반면, 뿌듯했거나 특별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경험이 있는지요?
"독자들이 제가 추천한 책을 사랑해주거나 제가 만든 이벤트를 좋아해 줄 때 제일 보람을 느낍니다. 저희가 준비한 독자 행사에 오셔서 초대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해주시거나 작가의 말 한 마디에 감동하고 웃는 독자들의 반응을 볼 때 참 뿌듯하기도 하고요. SNS 등에서 제가 만든 이벤트나 기획 등이 공유되면서 '이거 정말 재밌어' 하는 반응을 접할 때도 보람을 느껴요. 그러고 보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도, 힘이 나게 하는 것도, 모두 사람인 것 같네요."
 

- 짓궂은 질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한 달에 자비로 구입하는 도서 구입비가 얼마 정도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사실 책에서 MD의 하루 일상을 엿보면 즐기기 위해 개인적으로 책 읽는 시간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서점마다 연말에 '당신이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확인하라'고 연말 보고서 같은 이벤트를 만드는데요, 제가 일하는 서점에서만 확인해 보니 올해는 평균 한 달에 약 9만 원 정도 구입했네요. 쑥스럽지만 제가 읽으려고 샀던 책보다는 아이가 볼 책으로 샀던 책의 비중이 더 높긴 합니다. 여담인데요, 저는 인문교양 분야 MD로 오래 일했지만 사실 제 돈 주고 사는 책은 추리소설이나 만화책이 많은 편입니다.(웃음)"
 

- 코로나 시대, 온라인 서점의 사정이 궁금합니다. 2020년도에 한국 독자들은 책을 더 읽었는지 덜 읽었는지도 궁금하고요.
"일단 온라인 서점들의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서 20~30% 정도 성장한 것 같습니다. 최근 3년간은 한 자릿수 성장을 지속해왔던 걸 생각하면 많이 성장한 거죠. 그런데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서점들의 매출이 부쩍 줄어든 것을 감안한다면 올해 한국 독자들이 책을 더 읽었다고 할 수만도 없을 것 같아요. 

코로나 시대라는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여 돈을 좇는 흐름이 도서 시장에도 반영되면서 경제경영/자기계발 도서들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고, 전반적으론 유아동 도서와 학습서, 교재성 도서와 같은 학습을 위한 도서 구매가 크게 늘면서 온라인 서점 매출도 증가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일반 독자들이 책을 고를 때 온라인 서점 페이지에 들어가서 특별히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내용도 있겠지만, 특별히 도서 MD가 말해주는 부분이 있는지요? 소개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MD들은 메일링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인데요, 좋아하는 분야의 책 소식을 접하고 싶다면 각 서점의 마이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분야의 메일링을 구독할 것을 추천합니다. 새로운 책에 대한 소개를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어요. MD는 어떤 책을 추천하는지, 내가 관심 있는 책들의 목록과 일치하는지 등을 꾸준히 살펴보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는 곳을 찾으실 수 있을 것 같고요. 

제가 일하는 서점의 경우엔 책 표지 이미지와 간략한 소개만 들어가는 기본 메일링 서비스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문학과 인문교양의 경우 MD들이 매주 직접 줄글로 책을 소개하는 메일링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소개하는 상세 페이지를 살펴보면 MD들이 한 마디씩 짧은 소개를 해둔 책들이 있는데요, 그런 책들은 'MD가 내용을 어느 정도 보증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MD의 추천은 언제나 길잡이일 뿐, 직접 자신만의 길을 찾고 또 다져나가시길 무엇보다 응원하고 있다는 것 또한 꼭 알아주세요.(웃음)"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닿으려면 여러 분야 사람의 손을 거친다. 저자나 출판사가 거의 전면에 드러나는 존재라면 번역자, 인쇄·제본·종이 등과 얽힌 제작 공정 사람들, 영업자, 디자이너, 편집자, 도서MD와 서점원, 물류업체 사람들, 유통 관련 사람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몫을 담당하는 존재들이다.

대체로 목표는 하나일 것이다. 좋은 책을 잘 만들어서 최대한 많은 독자에게 많이 팔고 많이 전하고 싶다는 것. 도서 MD 조선영 작가의 말처럼 그 모든 일은 "가장 힘들게도 하고 가장 힘나게도 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그렇게 그들이 이루는 일은 결국, 사람과 책을 잇는 일이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근하게 이뤄지는, 사람과 책을 잇기 위한 그 모든 노력이 모조리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의 건투를 빈다!

책 파는 법 - 온라인 서점에서 뭐든 다하는 사람의 기쁨과 슬픔

조선영 (지은이), 유유(2020)


태그:#책파는법, #유유출판사, #도서MD, #예스24,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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