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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오마이뉴스> 편집자님으로부터 손잡이 없는 상자에 대한 취재기사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부끄럽게도 "네? 손잡이가... 어떤 상자요?"라는 말로 되물었다. 

당시만해도 손잡이 없는 상자가 마트나 택배 노동자분들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손잡이 없는 상자'에 골병드는 추석이 온다. http://omn.kr/1p2s8)

그날 나는 <오마이뉴스> 편집자님과의 통화를 끝내고, 자료를 찾아 마트에서 근무하는 분들과 인터뷰를 했다. 서로를 향한 관심과 호응에 완성된 기사는 메인 뉴스가 돼서 빠르게 각 포털사이트에 송고됐다. 기사를 본 누리꾼들은 '좋아요'를 누르며 여기저기 공유했고, 댓글과 함께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덕분에 2021년 이렇게 달라집니다

얼마 후 공중파 TV 뉴스에서도 앞다투어 손잡이 없는 상자에 관해 보도했다. 덕분에 국민들은 손잡이 달린 상자의 필요성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됐고, 정부에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또 한 번 약속했다.  

무거운 상자에 손잡이 설치와 포장 단위를 소규모로 바꿔 달라는 촉구는 2019년 10월 1일, 전국 주요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 산업노동조합(아래 마트노조)에 의해 처음 시작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난 2020년에도 변화되지 않았고, 이에 마트 노동자들은 2020년 10월 1일 다시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결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는 자체 상품에 대한 손잡이 설치율을 기존 평균 9.0%에서 2020년 말 20.6%로 2.3배 확대했다. 2021년에는 자체 상품 상자의 손잡이 설치율을 평균 82.9%까지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고 고용노동부는 밝혔다.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하여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한 착한 기업의 경우, '착한 손잡이' 표시를 부착할 수 있다.
▲ 착한 손잡이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하여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한 착한 기업의 경우, "착한 손잡이" 표시를 부착할 수 있다.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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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고 2개월이 지난 올해 1월 1일. 여기저기서 손잡이 달린 상자에 복이 담긴 새해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 소식에 따르면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동원 F&B, 대상 등 주요 제조업체는 우선 이번 설 선물세트 중 손잡이 설치가 가능한 127종에 손잡이를 설치(설치율 18.9%)하고, 일반 제품의 손잡이 설치율은 기존 1.6%에서 7.8%로 4.9배 확대하기로 했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롯데 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들은 노동부와 협의를 거쳐 올해 67만 개의 택배 상자에 손잡이를 만들기로 했다. 쿠팡, SSG, 마켓 컬리 등 온라인 유통사들도 올해 상자 47만 5000개에 손잡이를 만든다. 

고용노동부 상자 손잡이 가이드 내용에 따르면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하면 허리 부하를 약 10%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무게는 최대 7kg가량 줄이는 생체역학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상자 손잡이는 허리 부하를 약 10% 감소시키며, 최대 7kg을 줄이는 생체역학적 효과가 있다
▲ 착한 손잡이 가이드 상자 손잡이는 허리 부하를 약 10% 감소시키며, 최대 7kg을 줄이는 생체역학적 효과가 있다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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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정부 지침에 대한 칭찬과 함께 마트와 택배 노동자들에게는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작가의 꿈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해마다 택배 기사님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있는데요, 새해에는 사람 사는 세상에 따스한 기운이 가득하고 삶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 건강과 행복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택배 상자에 손잡이를 만든 정책은 잘한 시도입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peta****라는 닉네임의 누리꾼은 "진짜 무거운 거 안 들어본 사람이나 무식하게 저거 왜 만드냐고 하지 ㅠㅠ 잘하셨습니다. 택배 기사님들 추운데 고생 많으세요. 늘 감사합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_^"라고 했으며, Vict****라는 닉네임의 또 다른 누리꾼은 "코로나로 배달량 급증하면서 깨달음. 손잡이 없는 박스가 얼마나 들기 힘드신지. 2021은 진정한 상생의 시대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코로나 팬데믹도 사랑과 희망으로 연결된 연대 의식은 막지 못하고 있다.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과 댓글이 온라인 공간에 모여 서로에게 온기를 전한다. 비대면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는 비대면 공간에 모여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고, 우리가 만든 세상 안에서 다 함께 살아가고 있다.

2021년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그래 봤자 글쓰기지만 그래도 글쓰기인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은영 기자 브런치에도 함께 올라갈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yoconisoma


태그:#착한손잡이, #고용노동부, #시민기자, #국민참여, #노동자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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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를 알기 전보다 알고 난 후, 더 좋은 삶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글을 씁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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