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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운동본부 이상진 집행위원장이 2020년 12월 27일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단식 17일째를 맞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운동본부 이상진 집행위원장이 2020년 12월 27일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단식 17일째를 맞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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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2020년) 12월 11일,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한빛 PD의 아버지인 이용관씨, 그리고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등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단식농성장에는 '사람을 살리는 단식농성장'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1년에 약 2400명, 하루에 7명 꼴로 산업재해로 사망하지만, 산재 사망으로 기업은 평균 약 400만 원의 벌금을 내는 절망적인 현실을 바꾸고자 단식 농성에 나선 것이다.

이 농성장에는 여야 원내대표, 노영민 비서실장 등이 방문하며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고, 지난 12월 22일에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당시 후보자)이 방문하여 자신의 이른바 '노동 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들이 단식 농성에 나선 이후 산업재해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동조 단식에 나서며 조속한 법 제정을 함께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은 지난 12월 29일 국회에서 벌어진 짧은 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소위를 열어 본격적으로 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고 이 자리에는 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김용근 상근 부회장이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참고인 진술을 마치고 돌아가는 김 부회장을 붙잡고 김미숙 이사장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죽음을 막지 못하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한다'고 말하자 김 부회장은 '처벌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다시 '처벌이 없어서 이렇게 죽는 것이 아니냐, 노동자도 같이 살아야 한다, 용균이의 피를 갈아넣어 당신들의 재력을 쌓지 않았냐'고 말했지만, 김 부회장은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자리를 떴다.

산재 사망 유족들이 요구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난항을 겪는 원인은 경총 등 기업측의 반발뿐만은 아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처벌 조건을 완화한 수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정부는 이보다 더 후퇴한 수정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단식 농성중인 김미숙 이사장과 이용관씨와 정의당은 '이 법으로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대부분의 상황에 적용시킬 수 없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법 제정을 촉구하는 많은 시민들도 정부안은 '중대재해기업 보호법'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게 하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진 이 법의 제정이 어려움을 겪자, 많은 시민들로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나의 법이다'라는 외침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들로 구성된 단체인 '자카르타촛불행동'에서도 단식 농성장에 방한 물품을 보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우리 모두의 법입니다'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연대 활동을 펼쳤다. 특히 온라인 캠페인에서는 자신의 신발 사진과 함께 이름을 적어 이 법이 '모두를 위한 법'이라는 점을 알렸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 세계가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국외 거주 한인들이 국내 법 제정을 촉구에 나서자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에 방한용품 전달한 자카르타촛불행동 (사진은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에 방한용품 전달한 자카르타촛불행동 (사진은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 자카르타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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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촛불행동의 이주영 공동대표는 캠페인에 나서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님의 단식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멀리서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한 회원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사업재해사고가 나도 최종 하도급업체가 면피용 책임을 지는 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현재의 방식으론 우리의 안전한 노동을 지속하기 어렵다, 이러한 산업재해를 막으려면 기업의 실질적 책임자가 나서서 스스로 조치하고 예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공동대표는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지 않으면 참사는 이어질수밖에 없다, 현재 일하고 있고 또 미래에 일을 해나갈 다음 세대를 위해 이 법은 꼭 필요하다"며 법 제정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캠페인에 동참한 회원들의 신발 사진을 보며 그들의 일하는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뭉클해졌다, 피해자 부모가 단식하며 절규하는 비참한 상황을 어서 끝내고 노동존중 생명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전했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가족 단위로 자녀들과 함께 참여한 이들이 눈에 띄었는데, 가족들과 함께 참여한 김기주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제대로 관리하고 보호하여야 할 기업에 책임을 지우는 지극히 당연한 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업의 이익보다는 인권이 먼저 중시되어야 한다는 가치를 담은 이 법은 나에게도 해당되고 우리 자녀들에게도 해당되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자녀들에게 캠페인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산업재해 사고 현장 사진을 보여줬다. "나는 저런 데서 일 안 할 거야"라며 사진을 외면하는 자녀들에게 "지금의 현실에서는 누구라도 그런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다 죽을 수 있다"고 안타까운 현실을 설명했다며 "더 이상 나는, 그리고 내 어린 자녀들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족들과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우리 모두의 생명이 보호되길 바란다"며 법 제정 촉구도 잊지 않았다.

자카르타촛불행동의 캠페인 이후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23일의 단식 농성 끝에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새해에도 단식 농성장과 국내외 곳곳에서 수많은 시민들의 법 제정 촉구는 이어진다. 많은 이들의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염원이 이 법에 담겨있다.

태그:#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자카르타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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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박사과정 인도네시아 도시 지리, 이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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