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주엑스포공원 전경.
 경주엑스포공원 전경.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2020년 11월 12일, 경상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운영 등을 맡는 재단법인문화엑스포(아래 문화엑스포)를 상대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류희림 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의 충격적인 증언이 이어졌다. 다름 아니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건물이 여름만 되면 비가 새고 바닥에 물이 차오르며, 바람이라도 불면 외부의 장식판까지 떨어지는 등 여러 안전사고의 위험에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류 사무총장의 발언을 한번 들어보자.

"전체 23개동 건물이 있는데 그중 정식으로 건축허가를 받아서 지은 건물은 경주타워, 문화센터, 엑스포 기념관, 그리고 솔거미술관, 정문의 종합안내센터, 이 5개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첨성대 영상관, 천마의 궁전, 새마을관에 있는 처용의 집부터 해서 전부 다 1998년 또는 2000년도에 만들어진 철골 가설건물입니다. 그래서 여름만 되면 비가 새고 바닥에서도 물이 차올라서 그때 공사를 급조하다 보니까... 해마다 꼭 비가 오고 더구나 바람이 불면 외부의 장식판까지 떨어지면서 여러 가지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는데..."

경상북도와 경주시에서 상당한 지원금을 받고 있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왜 이렇게 심각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일까? 행정사무감사 내용을 보면 몇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수십억 손실에도... 급여 인상에 2억 5천, 언론 홍보에 6억 5천

행정사무감사 당시 이동업 경북도의원(포항시, 국민의힘)의 질의 내용을 정리하면, 2016년부터 4년간 엑스포 당기 순손실은 2016년 33억 원, 2017년 3억8천만 원, 2018년 35억 원, 2019년 46억 원이었다.

반면 직원 급여 지출액은 2018년 5억9천만 원에서 2019년 8억4천9백만 원으로 1년 만에 약 2억5천만 원 대폭 상승했다. 이 의원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직원 급여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결국 자구 노력을 안 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급여 상승과 관련해 문화엑스포 관계자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8급에서 7급으로 승진자들이 생겼으며, 2019년이 국제행사 기간이어서 초과근무수당으로 1인당 월 50만 원 정도 생기다 보니 전체 인건비가 상승했다"고 답변했다.

그렇지만 막대한 손실에도 인건비가 상승하는 부분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 역시 "급여 인상률이 많이 오르신 분들은 18% 정도 인상됐다"라며 "만약 개인 기업이었다면 (경영 손실이 났을 경우) 임금 동결도 하면서 자구 노력도 좀 했었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곽경호 도의원(칠곡군, 국민의힘)의 질문은 더 뼈아프다. 2017년 175억 원을 투입해 매출 9억 원, 2019년에는 133억 원을 투입해 매출 18억 원을 기록했다. 문화엑스포에 확인해 보니 기부금, 이자 수입까지 합하면 수익은 2017년 약 32억 원, 2019년 약 30억 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투입 대비 매출은 상당히 적어 보인다.

대책은 있는 걸까.

"경주엑스포가 1998년 생긴 이래 시설하고 운영비에 전부 투입한 게 한 3000억 원 가까이가 되고, 도로개설이나 주변의 부지매입 비용 등 없이 순수하게 들어간 것만 그 정도 됩니다.

아시다시피 공원 전체 면적이 17만 평, 축구장 넓이로는 한 80개가 되는데, 1년에 잔디 조경 비용만 해도 한 5억 원 가까이 들어가고... 1998년부터 작년까지는 그야말로 시설을 갖추고 관람객을 맞기 위한 준비를 했다면, 이제부터는 콘텐츠를 보강해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하는 게 제일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류희림 문화엑스포 사무총장


결국 정리하면 감당하기 힘든 규모의 시설과 부지, 20년이 넘은 낡은 가건물들, 관람객을 유인하는 콘텐츠의 부족이 원인이라는 뜻이다. 과연 이러한 진단은 맞는 것일까?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배치도(2018년 사업보고 내용 발췌)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배치도(2018년 사업보고 내용 발췌)
ⓒ 경상북도의회

관련사진보기

 
같은 날 김대일 도의원(안동시, 국민의힘)의 발표에 따르면, 문화엑스포의 2019년 홍보내역 중 언론 홍보가 6억5천만 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한다. 2019년 기부금, 이자수입을 제외하고 매출이 18억 원 정도였는데, 매출의 36%에 해당하는 비용을 언론홍보비로 사용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총장 업무용 차량인 제네시스G803.3에 매달 145만 원을 지출하고, 코로나19 열화상카메라 구입 시 납품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을 받지 않았고, 적자는 누적되는데 급여는 최고 18%까지 인상했다.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

지금은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류 총장의 발언처럼 "관람객이 오든 안 오든 월급이 다 나오"고 "때 되면 호봉직은 월급이 올라가"는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이는 2021년에도 이러한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행정사무감사가 열리기 1년 전인 2019년 12월 2일, 경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당시 황병직 도의원(영주시, 무소속)이 한 말을 인용하고 싶다.

"엑스포에서 계속 요구하는 금액대로 경상북도에서 자꾸 지원해줌으로 인해 엑스포에서 도덕적 불감증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 거예요... 평균 재정자립도는 11%예요. 그런데 계속 행사성 사업만 합니다. 인건비를 계속 요구합니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에도 확인됐듯이, 의원들의 지적사항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각해져간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지난 달 29일 필자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문화엑스포 관계자에 설명을 요청했을 때 "행정사무감사가 끝나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찾아봐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한 달 전 일이고, 관계자가 행정사무감사의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되지만,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큰 이유는 결국 망각에 있는 것이 아닐까.

(*재단법인 문화엑스포 : 국내·외 문화엑스포 개최 및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상시개장 운영, 한국문화의 세계화와 지역문화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1996년 설립했다. 2018년 현재 부지 55만6892㎡(16만8459평), 건물 29동(3만315㎡, 9170평)을 운영하고 있으며 총사업비 100억 원(국비 50억 원, 도비 25억 원, 시비 25억 원), 건축규모 1879.41㎡(지상 1층, 지하 1층)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기념관이 2018년 준공됐다.)

태그:#경주세계문화엑스포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