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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며, 인내해야 할 때 초조해하지 말며, 후회해야 할 때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심적으로 '마흔 앓이'가 심했다. 후회와 자책의 반복이었다. 8월 한여름, 내 마음은 눈 덮인 시베리아 벌판과 같았다.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낼 즈음, <김대중 잠언집, 배움> 책을 꺼내 들었다. 인생의 산전수전을 겪은 대선배에게 조언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자 첫 장에 저 구절이 내 눈에 들어왔다.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면 인내하자. 희망이 보일 때 용기 내 전진하자.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온다. 꽃은 핀다.
▲ 봄은 "기적처럼" 온다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온다. 꽃은 핀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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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에 대한 후회는 자책감을 낳는다. 반추(反芻)는 위가 여러 개 달린 소와 염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도 머릿속에서 '반추'를 한다. 가장 무서운 게 '인지 왜곡'과 '반추'의 '잘못된 만남'이다.

생각이 비합리적으로 변하여 모든 상황을 염세적으로 바라본다. 부정적인 생각을 게워내어 되씹으면 괴로워진다. '내가 나를 탓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고통이다. 이때 우울함이 심해지고 불안감은 커진다. 장자가 말했듯, '마음보다 더 잔인한 무기는 없다.'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강도는 개인별 차이가 있다. '유리 멘탈' 소유자에게 후회는 치명적이다. 정신력에도 등급이 있다. 오늘 잠들기 전 상대방에게 했던 말을 곱씹는가. 나와 같은 '깨지기 쉬운' 정신 소유자다. 이마에 '취급 주의' 딱지 하나 붙이고 다니자. 그래야 상대방의 언행이 신중해지니까. 나의 동지들은 매사 선택 장애가 있다. 그 결과로 상처받을까 척연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동안 밤새 '이불킥'을 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잠을 자며 현실에서 도피했다. 눈을 뜨면 '자기혐오'가 시작됐다. '내가 왜 그 선택을 했을까?'를 시작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게 바로 '반추'다. 이런 나에게 지인이 "그때 그게 최고 나은 선택이었어. 기회는 다시 오는 거야"라고 조언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고깝게 들렸다. 내 인생 '끝장났다'라고 생각했다. 이게 바로 '인지 왜곡'이다.

조언은 나의 감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해줘야 한다. 그게 바로 '나'다. 결국, 우울하고 지칠 땐 내가 나를 아껴줘야 한다. 내가 나를 다독거려야 한다. '의지로 이겨내라' 말하는 주변인들 충고는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노오오력'만 강조하는 사람을 멀리 해야 한다. 나에겐 독서는 도움이 됐다. 좋은 글귀를 혼잣말로 나에게 읽어주고 명상했다. 

울적할 땐 무언가에 열중하면 좋다. 나는 '글쓰기'를 택했다. 김민식 PD로부터 "인생이 괴로울 때는 인상을 쓰지 말고 글을 쓰자"라는 말을 듣고부터이다. 그렇다. 글을 쓰면 화풀이가 된다. 글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 있다.

글을 쓰면 몰입이 된다.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책 <몰입의 즐거움>에서 언급한 내용이 이해됐다. "사람들이 스스로 행복감을 맛보는 순간은 어떤 일에 집중하여 내가 나임을 잊어버리는 시간이다." 심약한 정신력 가진 동지들에게 '글쓰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이유다.

톰 크루즈 주연 영화 <바닐라 스카이>를 봤다. 마지막 장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1분마다 인생을 바꿀 기회가 찾아온다."
"Every passing minute is another chance to turn it all around."

우리네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 하나로 인생이 '끝장'나지 않는다. 비록 후회되는 선택을 했을지라도 '종점'이 아닌 또 다른 '시작점'일 수 있다. 기다리면 다른 선택이 다가온다. 그때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최고의 선택을 하면 된다. 만회 할 수 있다.

손에 꺼내든 책 <김대중 잠언집, 배움> 페이지 몇 장을 더 넘긴다.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이 말은 만고의 진리다... 봄은 왔고, 그것은 기적처럼 갑자기 왔다.'

인내하면 봄이 '기적처럼' 온다. 조금만 참아 내자. 그땐 주저하지 말고 전진하자. 곧 봄이다. 꽃은 핀다.

태그:#마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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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기자다. 경제학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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