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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로패 전달받는 전 강릉시보건소장 A씨
 공로패 전달받는 전 강릉시보건소장 A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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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원 강릉시 고위직 공무원(4급 서기관)들의 비위 관련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하위직과 달리 시장 재량으로 처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어 이중잣대와 특혜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18년 7월 민선 7기 김한근 강릉시장 취임 이후, 강릉시 고위직(4급 서기관) 공무원이 비위 행위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건 모두 3명이다. 이 중 2명은 유죄 확정, 1명은 재판이 진행중이다.

비위공직자 처벌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만든 '강릉시 비위공직자 특별관리 규정'에 따르면, 이들은 수사기관의 수사개시통보나 기소단계에서 '대기발령', '직위해제' 등 문책성 인사 대상에 해당한다.

강릉시 비위공직자 특별관리 규정에는 ①경징계 예상 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시 : 징계 전 현장근무 전보→징계 후 인사상 불이익 실시 ②중징계 또는 형사기소 예상시나 수사기관의 수사개시 경우 : 대기발령(현장근무)→직위해제(사회적 비난가능성 또는 당연퇴직 개연성 있을 경우)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행 공무원인사관리 규정상 '징계'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비위공직자 특별관리 규정은 인사권자가 비위 발생 즉시 문책성 인사로 불이익을 주는 '자체 징계' 규정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이 처벌 규정을 피해갔다. 

벌금형 직원에게 '공로연수 환송식'까지
     
2019년 10월, 김 시장 집무실에서 무료 독감예방주사를 놔 벌금형을 확정받은 강릉시보건소장 A씨는, 지시를 이행한 하위직(당시 8급) 직원과 같이 '의료법 위반'으로 2020년 9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해 11월 1심 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 유죄가 확정됐지만 A씨는 그대로 근무했다.

현직 보건소장이 의료법 위반으로 입건된, 가볍지 않은 상황이지만, 김 시장은 A씨를 더 노골적으로 챙기고 나섰다.

A씨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시점인 지난해 6월 말, A씨는 보건소장직을 떠나 공로연수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공로연수는 정년퇴직 예정인 공무원들에게 사회적응 준비 시간을 주고, 기관의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퇴직 1년을 남겨둔 시점에 현직을 떠나는 제도다. 강제성이 없지만 강릉시의 경우 관행처럼 시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는 당시 보건소장 후임을 위한 후보자 공모 절차에 들어갔지만 갑자기 계획이 취소됐다. 김 시장이 A씨를 1년 더 유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재신임이었던 셈이다.

앞서 공로연수를 거부하던 5급 직원을 김 시장이 강제로 내보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김 시장은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며 정년퇴직 2년 이하 남은 사람들에게 승진 기회를 주지 않은 바 있다.
   
그뿐 아니다. 김 시장은 지난해 말 6개월 늦게 공로연수를 떠나는 A씨를 위해 공로패와 현수막을 준비하는 등 특별한 환송식까지 치러줬다. 직원들은 강릉시 역사상 '공로연수 환송식'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 공무원은 이에 대해 "퇴직도 아니고 공로연수를 떠나는데 시장이 나서 저렇게 요란하게 식을 치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면서 "아무리 자신의 측근이라고 하더라도 비위와 관련돼 유죄를 받은 사람을 조직의 수장인 시장이 보란듯이 우대하는 것은 앞으로 비위 처벌규정을 무력화하겠다는 선언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강릉시 국장 출신인 B씨는 2019년 6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직위해제됐다. 당시 철도정비과장(5급)이었던 B씨는 'KTX강릉역 상징조형물 공모 사업'에서 심사위원 구성 계획 등 비밀 정보를 브로커에게 알려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등 기소가 예상됐지만, 당시 김 시장은 "문제가 안 된다"며 최소근무연수도 부족한 B씨를 '직무대리' 방법으로 편법 승진(4급)시켰다. B씨는 승진 6개월 만인 2019년 2월 이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고, 같은해 6월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를 받고서야 직위해제 됐다.
     
2019년 11월, 현직 강릉시농업기술센터 소장 C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18년 11월 초, 강릉시농업기술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민가시 개두릅 모종 400그루를 전·현직 시의원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다. 묘목을 받은 해당 시의원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C씨는 업무상배임으로 기소돼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 사건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물의와 비난을 받았고, 범죄 사실 관계가 명확해 기소가 예상됐다. '비위공직자 특별관리 규정'에 따른 인사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김 시장은 이들이 기소 돼 재판에 넘겨져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강릉지역 시민단체가 '직무배제' 문책성 인사를 요구했지만, 김 시장은 "인사권자의 권한"이라며 거부했다. 김 시장은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가,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승진을 시키고, 검찰 기소 이후에도 보직 근무기간을 연장해 주는 등, 오히려 비위 당사자들을 우대하며 비호하는 행보까지 보였다.

"시장 재량에 따른 선택적 처벌... 공무원 비리 조장하는 행위"
   
반대로 하위직들은 상대적으로 인사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초 강릉시 관내 한 면사무소에 근무하던 강릉시청 소속 계장(6급) D씨는 상사인 면장과 다툼이 있었다. D씨는 이 문제로 대기발령을 받은 뒤 외지로 전보 조치됐다. 또 2019년 3월에는, 강릉시 6급 공무원 E씨가 관내 부녀회장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E씨는 기소단계에서 직위해제 됐다.

이는 비위공직자 특별관리 규정에 따른 조치다. 앞서 고위직 공무원들이 모두 현 직위를 유지한 채 재판을 받았던 사례와는 대조적이다. 직급에 따른 이중잣대 처벌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고위직 관련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들이다. 자신의 업무관련 비리 사건인데도 대기발령없이 그대로 근무시키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긴 것 "이라고 꼬집었다.

강릉시민행동 홍진원 운영위원장 역시 "공무원 비위에 대한 처벌은 재발 방지하기 위해라도, 고위직일수록 더 엄격하게 적용돼야 하는데 지금은 반대로 가고있다"면서 "시장의 재량에 따라 고위직과 하위직 선택적 처벌은 공무원 비리를 조장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한근 시장은 취임 후, 자신만의 독특한 인사 기준을 적용해 내부 반발을 불러오는 등 그동안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4급 승진인사에서 특정인을 승진시키기 위해, 승진 1순위였던 공무원을 배제한 혐의(지방공무원법위반)로 기소된 1심 재판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강릉시 "비위공직자 특별관리규정은 시장님의 재량권"

강릉시 측은 최근 비위 사건에 연루된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비위공직자 특별관리 규정대로 인사 조치를 서두르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해 "(해당 규정은) 처벌을 꼭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시장님의 재랑권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장 B씨의 경우 "이미 파면된 상태라 말할 게 없다"라고, 강릉시농업기술센터 소장 C씨 건은 "관련 부서가 절차대로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비위공직자 특별관리규정은 시장님의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직 강릉보건소장 A씨에게 공로패와 환송식을 준비해준 것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로 고생했기 때문에 직원들의 마음을 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태그:#강릉시, #김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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