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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2021.1.6
▲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2021.1.6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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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심화되는 이 시기에 평양에서는 최소 7000명이 참여하는 노동당 제8차 당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인상적인 양상 중 하나는 김정은 체제가 한층 더 안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6일 치 <로동신문>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 행로에서 일대 분수령으로 될 투쟁과 전진의 대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조선혁명의 새로운 투쟁의 앞길을 밝힐 제8차 대회의 소집은 사회주의 위업을 승리의 다음 단계로 이행해 나가려는 우리 당의 확고한 자신심의 표출"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자신심' 못지않게 이번 대회에서 표출되는 또다른 '자신심'은 체제 안정에 대한 김정은의 자신감이다.

당대회 개회사에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 5년간의 간고했고 영광 넘친 투쟁 려정에 우리 당이 혁명 투쟁과 건설 사업에서 거둔 성과가 결코 적지는 않습니다"라며 그간의 성과를 자찬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습니다"라고 한 뒤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해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라며 경제 부진을 인정했다.

경제 실패는 인정했지만... 자신감 드러낸 김정은

하지만 그는 미국의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부진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위축돼 있지 않다는 점은 개회사 뒤에 선출한 대회 집행부 39명의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대회 집행부 구성원 39명 가운데 이번에 처음 선출된 29명 중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같은 측근뿐 아니라, 실력이나 전문성으로 김정은의 신임을 받은 인물들이 포진했다.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 박정남 강원도당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김일철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 최상건 고등교육상 등이 그렇다.

최측근 및 실무형 그룹을 부각시킬 수 있는 것은 파벌이나 계파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김정은의 위상이 안정적임을 보여준다고 평가 가능하다. 자신의 판단과 필요에 따라 인사관리를 할 수 있을 만큼 입지가 단단하다는 뜻이다.

권력구조의 변화... 당·행정 쪽 뜨고 군인 쪽 지고 
 
노동당 제8차 대회 개막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2021.1.6
▲ 노동당 제8차 대회 개막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2021.1.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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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권력구조가 김정은에게 더 유리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당대회에서 나타났다. 이 점은 당대회에 참가한 대표자들의 면면에서 표출된다. 개회사에서 김정은은 각급 당 조직 대표자 4750명, 노동당 중앙 간부 250명과 더불어 참관인 2000명이 당대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면서 각급 일군(일꾼) 대표들의 소속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표자 구성을 보면 당·정치 일군 대표 1959명, 국가행정경제 일군 대표 801명, 군인 대표 408명, 근로단체 일군 대표 44명이며, 과학·교육·보건·문학예술·출판보도 부문 일군 대표 333명, 현장에서 일하는 핵심 당원 대표 1455명입니다."

각 부문 참가자 숫자 중에서 체제 안정성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당·정치(A), 국가행정경제(B), 현장 핵심 당원(C), 군인(D)의 숫자다. A·B·C(당+정부)와 D(군대)의 상대적 비중은 북한 지도자가 당·국가(당·정부)와 군대 중에서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 때는 3467명의 각급 대표자가 참가했다. 이중에서 당·정치 부문은 1545명, 국가행정경제 부문은 423명, 현장 핵심 당원은 786명, 군인은 719명이었다.

이번 제8차에는 총 4750명이 참가했다. 전체 대표자 숫자가 3467명에서 4750명으로 37.0%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당·정치 부문은 26.8% 증가하고, 국가행정경제 부문은 89.4% 증가, 현장 핵심 당원은 85.1% 커졌다. 당·국가 부문의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군인 대표 쪽은 정반대다. 전체 대표자가 37.0% 증가했는데도 군인 대표는 오히려 43.3%나 감소했다. 제7차 때 전체의 20.7%를 차지했던 군인 대표의 비중이 이번에는 8.6%로 줄어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개별적으로 약진한 군부 인사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군대의 비중이 크게 약해졌다.

12년 동안 진행된 권력구조 개편
  
이는 '북한판 권력기관 개혁'인 군대 위상의 조정 작업이 지난 12년 동안 체계적이고 조심스럽게 진행돼 왔으며, 그런 속에서 김정은 정권이 단계적인 안정화 노선을 걸어왔음을 보여준다고 해석 가능하다.

'선군정치'라는 용어에서 나타났듯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는 당·국가보다 군대의 위상이 훨씬 앞섰다. 동유럽 공산권 붕괴, 제1차 북미 핵위기(북핵위기), 고난의 행군 같은 비상사태를 돌파할 목적으로 김정일 정권은 당·국가보다 군대를 선(先)에 두는 이례적인 노선을 추구했다.

그 때문에 김정일 시대에는 당대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김정일 집권 이전의 마지막 당대회는 김정일 후계체제를 국내외에 확인시킨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였다. 김정일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간 집권하는 동안에 단 한 차례도 이 대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김일성이 1945년부터 1994년까지의 49년간 평균 8년에 1회 꼴로 소집했던 것과 대비됐다.

김정일은 당대회뿐 아니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개최하지 않았다. 또 당의 핵심 간부직이 공석이 돼도 인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의 빈자리를 보충하지 않았던 것. 어느 정도는 당을 방치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2021.1.6
▲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2021.1.6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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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김정은이 당·국가와 관련된 노동당 위원장이나 국무위원장 직함을 사용하는 데 비해, 김정일은 군사와 관련된 국방위원장 직함을 우선적으로 사용했다. 이 역시 당을 멀리하고 군을 앞세우는 선군정치의 일면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990년대의 특수 상황으로 인해 비대해진 선군정치를 퇴색시킨 인물은 다름 아닌 김정일 자신이었다. 그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 2009년 1월부터 자신이 키워놓은 군대를 자기 손으로 직접 약화시켰다. 너무 커져버린 군부를 그대로 물려줄 경우, 자기 사후에 아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래서 그는 노동당에 도로 힘을 불어넣는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막강해진 군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노동당을 서서히 강화하는 신중한 접근법을 선택했다. 오극렬·이영춘·이영호 같은 친(親)김정은 세력을 중심으로 정부와 군부를 개편한 뒤, 그 여세를 몰아 노동당을 강화시켰다. 김정은 세력을 군부와 정부에 포진시켜둠으로써 김정은에 대한 군부의 반발을 차단해두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기초 위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은 김정은은 제7차 당대회를 계기로 선군이 아닌 선당·선국가 노선을 명확히 했다. 이때 그는 노동당 위원장직을 신설했다. 또 제7차 대회 직후에는 아버지 직함인 국방위원장 직을 없앴다. 그러면서도 그 권한만큼은 자기 쪽으로 끌어들였다. 지난 6월 통과된 김병욱의 동국대 박사논문 '김정은 시대 조선로동당대회 연구'는 이렇게 설명한다.

"2016년 6월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를 통해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무위원회를 신설하였다. 국무회의는 국방 건설을 비롯하여 국가의 주요 정책과 현안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국가주권의 최고 정책적 지도기관이다."

그렇게 군부의 힘을 빼놓으면서도 김정은은 자기 세력을 군부에 심는 데도 주의를 기울였다. 군부 내의 신진세력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병행했던 것이다.

이동찬의 동국대 박사논문(2020.07.)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군 권력기관과 엘리트 비교 연구'는 "김정은 위원장의 군부 엘리트에 대한 정책은 군 원로들의 자연스러운 퇴장과 능력 있는 신진 세력의 등용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예는 김수길 총정치국장, 김정관 인민무력상, 박정천 총참모장, 정경택 국가보위상, 김정호 인민보안상 등이 해당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핵과 미사일의 정밀화와 고도화, 경량화를 지속 추진한다고 볼 때, 핵과 미사일을 담당하는 당 군수공업부와 전략군을 포함한 비대칭무기 관련 군 관련 분야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정은이 군대를 전반적으로 약화시키면서도 일부의 기술적인 부문만큼은 강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군대의 힘을 빼놓으면서도 자기 세력을 심는 방법으로 군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온 김정은은 이번 제8차 당대회에서 군인 대표자 숫자를 크게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군대에 대한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당·국가의 우위를 관철시키는 방법으로 체제 안정을 추구하는 김정은의 모습이 제8차 당대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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