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11 07:49최종 업데이트 21.01.1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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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이 건축물들이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 Hanergy Thin Film

 
깊은 산과 어울린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러나 이 풍경이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저 모든 건축물의 기와지붕이 태양 빛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지붕에 철골 기둥을 높이 세운 태양광 패널만 보아 온 우리에겐 낯선 풍경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기와형 태양광을 개발해 곳곳의 건축물 지붕에 기와형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중국은 기와형 태양광을 이미 많은 건축물에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 Hanergy Thin Film

 
전 세계적으로 환경재앙 국가로 알려진 중국이지만 태양광 발전 분야는 앞서 있다. 전기 생산 효율이 높은 박막형 모듈 기술을 활용해 태양이 없는 흐린 날에도 전기를 생산한다. 실내 어두운 형광등 불빛에도 전기 생산이 가능할 만큼 효율이 높다.
 

얇고 가벼운 박막형 모듈은 기와형 지붕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 최병성

 
이 외에도 중국은 대형 빌딩 벽면 전체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태양광 모듈을 지붕과 벽면 등의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BIPV, 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이라고 한다.
 

대형 고층 빌딩의 벽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 Hanergy Thin Film

 
후진국형 그린뉴딜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울창한 산림과 동네 과수원의 나무를 베어내며 환경을 파괴하는 후진국형 태양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명칭만 '그린 뉴딜'일 뿐이다.
 

중국은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을 이미 보급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숲의 나무를 베어내며 환경을 파괴하는 후진국형 태양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최병성

 
2018년 기준 국내 총 발전설비 119 기가와트(GW) 중 태양광과 풍력은 8.6GW로 약 7.2%를 차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지난 2017년 12월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태양광을 현재 7.13GW에서 36.5GW로, 풍력은 현재 1.42GW에서 17.7GW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태양광과 풍력의 급속한 확산으로 발생하는 환경 파괴다. 국무총리실 산하 환경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2019년 8월 발표한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현황과 환경적 수용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태양광 발전시설이 급속도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2018년에 태양광 설치가 급격히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 KEI

 
보고서는 '태양광 발전은 임야가 60.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농지(전·답·과·목) 20%, 기타 11.8%, 염전 7.2% 순으로 분포하고 있다'며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심각한 산림 훼손을 지적한다.

현재 7.2%에 불과한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도 산림 훼손이 큰 문제가 되는데, 앞으로 20%까지 늘어날 경우 얼마나 많은 산림이 훼손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엔 환경 훼손을 줄이는 태양광 발전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20% 목표 달성이 최고의 목표로 설정되어 있을 뿐이다.

탈원전·탈석탄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지금처럼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산림을 마구 훼손한다면 강을 파괴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처럼 국토를 파괴한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언제까지 숲을 파괴하는 태양광을 설치할 것인가. ⓒ 최병성

 
KEI는 산림을 훼손하는 태양광은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이 될 수 없다며 도시형 건축물 등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태양광 발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지 태양광의 경우 벌목과 대규모 토목공사가 불가피하며 이로 인해 경관훼손은 물론 산림의 기능이 상실되면서 집중호우 등에 의해 지반 안정성이 낮아지고 산사태에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되는 환경훼손이 크다. 이 때문에 산림을 훼손하는 태양광이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모델이 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보급 목표 설정에 따른 개발 당위성을 강조하기보다는 환경보존과 태양광 에너지 확대가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과 대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림 최소화 등 환경보전적 측면과 토지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도시형(주택, 건물), 농지, 염전, 수상 등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태양광 발전사업의 입지 유형에 대한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


-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현황과 환경적 수용성' 중에서

'태양광(PV)분야 글로벌 혁신과 동향'(태양광기술정책연구원. 2017.9)은 '태양광 발전시설의 보급이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태양광 수준으로는 신재생 3020 이행계획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건물일체형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BIPV가 입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활용도가 높기에 BIPV와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건축물 지붕과 벽에 다양한 BIPV를 설치하고 이런 태양광 발전 기술을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BIPV가 설치된 기차역 지붕(이탈리아 ) ⓒ Hanergy Thin Film

 
스페인을 비롯 유럽의 선진국 역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전기 생산효율이 높으며,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 가능한 BIPV 설치가 늘어나는 추세다.
 

건축물 벽면 전체를 BIPV로 덮었다. ⓒ SPAIN solarinnova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전기 생산 효율이 낮은 태양광 발전 시설로 전 국토를 뒤덮으며 소중한 산림을 훼손하는 환경 재앙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에도 BIPV 기술 있지만

국내에도 BIPV 기술이 개발되어 이미 상용화되고 있긴 하다. 다만 정부의 정책 지원이 없어 널리 보급되지 못했을 뿐이다.

지난해 11월 28일 아민 M. 달하투(Amin M. Dalhatu) 나이지리아 대사가 국내 한 중소기업과 한국산 BIPV의 나이지리아 현지화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나이지리아 주택의 특성상 무게가 가볍고 전기 생산 효율이 높은 BIPV를 찾았는데 가격이 더 저렴한 중국산보다 안정성과 품질이 더 나은 국내 기업 S사를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국내 기업 S사 개발한 CIGS Flexible Module.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은 이미 국내에 개발되어 있다. ⓒ 최병성

 
청주에 있는 S사를 찾아가 그들이 개발한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 패널(CIGS Flexible Module)을 들어 보았다. 무게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가벼웠다. 1㎡의 무게가 2.4kg로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 온 결정질 모듈의 무게 23~26kg의 약 1/10에 불과했다.

또한 부드럽기 때문에 평면뿐 아니라 곡면으로 된 어떤 장소도 시공이 가능하다. 태양광 패널을 붙이기 위한 부가적인 철골 시설이 필요 없어 기존의 지붕에 바로 붙일 수도 있으니 경제성도 높아 보였다. 가볍고 전기 생산 효율이 높으니 지붕뿐 아니라 건축물의 벽면 등 태양빛이 들어오는 곳이면 어디든 시공이 가능하다.

국내 많은 공장 창고들이 태양광 발전 시설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태양광 패널의 무게 때문에 따로 건축물의 구조 진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무게를 줄인다면,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한 건축물 구조 진단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안전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고 시공 또한 간편해진다.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이 우리에게도 대중화 될 수 있다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무참히 잘려나갈 숲을 지켜낼 수 있다.
 

가볍고 부드러운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을 지붕에 시공하는 현장(왼쪽). 작업이 완료된 모습(오른쪽). 구멍을 뚫을 필요도 없고 바람에 무너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 최병성

    
공장의 넓은 지붕이 놀고 있다

대한민국 전국 곳곳에 공장이 밀집된 산업단지들이 많다. 최근엔 물류 증가로 거대한 창고들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그 넓은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한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붕에 무한정 쏟아지는 태양빛이 그냥 사라지고 있다.
 

공장 지붕 위에 햇빛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태양광을 설치한 곳이 단 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인데도 산을 깎는 태양광만 추진하고 있다. ⓒ 최병성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이 성공하려면 전기가 필요한 도심 건축물에 먼저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도시에서 멀리 있는 산과 바다에 설치하는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전기를 도심으로 끌어올 송배전 시설이 필요하다. 송배전 시설을 위해 막대한 국가 예산을 퍼부어야 한다.

그러나 전기가 필요한 도심 건축물과 도로 등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송전망 시설을 위한 예산 낭비를 절감할 수 있고 환경을 보전하는 효과가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태양광 발전시설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송배전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해 생산한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를 소비하는 장소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분산형 발전소'가 문재인 정부의 3020 이행 계획을 성공시키는 핵심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도심에서 먼 곳에 있는 산을 깎는 태양광과 해상 풍력으로 대규모 전력을 소비지역으로 보내는 것은 탄소 제로 사회에 역행한다.
 

넓은 창고 위에 설치된 BIPV(독일, 사진 위). 한국은 공장과 창고의 드넓은 지붕을 그대로 놀리며(사진 아래) 산을 깎는 후진국형 그린 뉴딜을 추진중이다. ⓒ Hanergy, 최병성

 
정부는 지난 2018년 9월 발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 '산림 흡수원(산림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제거)'을 추가했다. 파리협정에 의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자 산림을 통한 이산화탄소 저감을 포함하는 꼼수를 쓴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기후변화 싱크탱크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는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기반 배출 감축 경로(Transitioning towards a zero-carbon society: science-based emissions reduction pathways for South Korea under the Paris Agreement.)에서 '기존의 산림의 관리를 계상하는 방식은 실질적인 배출 감축을 위해 필요한 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산림 흡수원을 국제 사회에 제시하고도 다른 한편으로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건설을 위해 무분별한 산림 훼손을 추진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숲의 온실가스 흡수 효과를 잘 알면서도 태양광과 풍력 건설을 위해 숲을 마구 훼손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 대한민국 정부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 밝힌 바와 같이 숲은 온실가스를 흡수할 뿐 아니라 생태계 다양성 보존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그린 뉴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숲을 파괴하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을 멈추고 중국과 유럽처럼 BIPV의 현실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햇빛이 쏟아지는 도심의 그 많은 건축물들을 방치해 놓고, 숲을 파괴하는 태양광과 풍력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3020 이행 계획은 환경을 파괴하는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낡은 건물이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으로 변신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도심의 건축물에 태양광을 설치한다면 지금처럼 숲을 파괴하는 환경 파괴 재앙이 줄어들 것이다. 이게 진짜 그린 뉴딜이다. ⓒ SPAIN solarinnova

 
덧붙이는 글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이 성공하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올바른 태양광 발전에 대한 기사를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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