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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윙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윙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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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의 철회를 요구하며 시작된 홍콩의 중국 공산당 반대 시위는 중국 공산당의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과 무력 진압으로 어느 정도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중국 공산당은 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7일 현재 수감 중인 홍콩 민주화 운동가 죠수아 웡을 홍콩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감옥 안에서 또다시 체포했다. 웡은 지난해 12월 2일 불법집회 조직 및 선동 혐의로 징역 13.5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또한 6~7일 이틀간에 걸쳐서 홍콩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홍콩 민주 진영 인사 50여 명을 체포했다.

중국 공산당은 왜 홍콩 국가안전법을 제정하고 무력을 사용하면서까지 홍콩의 반대 시위를 탄압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홍콩의 반대 시위를 바라보는 중국 공산당의 관념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홍콩 국가안전법의 4가지 죄목은 '국가 분열'과 '국가 정권의 전복', '테러활동의 조직과 실시', '외국이나 경외 세력과의 결탁을 통한 국가 안전의 위해'다.

여기서 '국가 정권의 전복'이라고 하는 죄목에 주목해 보자. 우리는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반대 시위를 중국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났던 역성혁명(易姓革命)이라고 하는 정권 전복의 관념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역성혁명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자.

역성혁명의 논리

역성이란 성을 바꾼다는 뜻이다. 중국 최초의 왕조인 하(夏)나라에서 시작된 왕위세습제도는 마지막 왕조인 청(淸)나라 때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따라서 성을 바꾼다는 것은 정권을 교체한다는 뜻이다. 혁명이란 하늘이 내린 통치의 명을 간다는 뜻이다. 하늘은 덕(德)을 가진 자에게 통치하도록 명을 내린다. 그러나 기존의 통치자가 '덕'을 버린다면 하늘은 '덕'을 가진 다른 자에게 새롭게 통치의 명을 내린다. 따라서 통치의 명을 간다는 것은 새롭게 통치의 명을 받은 자가 통치자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정권을 교체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역성혁명은 전부터 일어났지만, 역성혁명을 처음으로 사상으로서 정립한 사상가는 유가의 대표적인 사상가 중 한 명인 맹자다.

우선 맹자의 인정(仁政)에 대해서 알아보자. 맹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상대방을 차마 어떻게 하지 못하는 선한 마음과 상대방을 측은히 여기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군주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맹자는 군주가 이러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신하를 거느리고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고 한다. 맹자는 '차마 어떻게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차마 어떻게 하지 못하는 정치를 하면 손바닥 위에 물건을 놓고 가지고 노는 것처럼 쉽게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군주가 맹자의 주장과 반대로 선한 본성을 버리고 악한 마음을 가져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맹자는 역성혁명을 해야 한다고 한다. 중국의 전국시대에 활동했던 맹자는 주나라의 제후국인 제나라의 왕인 선(宣)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하나라의 마지막 왕이자 폭군이었던 걸(桀)을 상나라를 건국한 탕(湯)왕이 유배 보내고 상나라의 마지막 왕이자 폭군이었던 주(紂)를 주나라를 건국한 무(武)왕이 토벌한 것은 신하가 군주를 시해한 것으로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맹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인함을 해한 자를 가리켜 적(賊)이라고 하고 의로움을 해한 자를 가리켜 잔(殘)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들을 그저 한 명의 필부(匹夫)라고 부른다. 나는 주(紂)라고 하는 한 명의 필부(匹夫)를 죽였다고 들었지, 군주를 시해했다고 듣지는 않았다.'

여기서 맹자는 인하고 의롭지 못하다면 그 사람은 선하지 않기에 군주가 될 자격이 없고 따라서 다른 선한 자가 무력으로써 역성혁명을 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불통과 폭력

이것이 맹자의 역성혁명인데, 자유민주주의와 선거제도가 보편화된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정권교체는 문제가 있다. 역성혁명을 해서 악한 군주를 선한 군주로 교체한다고 해도 여전히 모든 권력은 군주가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권력이 군주에서 백성으로 전이되는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가 아닌 것이다.

역성혁명은 정권교체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역성혁명은 항상 무력이 동원되기에 군주도 당연히 무력을 동원해 역성혁명을 좌절시키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역성혁명을 통한 정권교체는 항상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역성혁명은 정권교체 방법에서도 문제가 있다. 역성혁명의 주체에게는 정권을 교체하지 않거나 교체한다면 무력으로써 교체한다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기에 여기서 군주와 역성혁명의 주체 간 대화의 여지는 없다.

권력이 군주에서 백성으로 전이되는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는 차치하고서라도 역성혁명의 이러한 문제점들은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반대 시위에 대응하는 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홍콩 시위자들은 기본적으로 평화시위를 한다. 물론 평화시위를 하는 와중에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일부 홍콩 시위자 중에서는 무력 시위를 하는 자들도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홍콩 시위자들 전체를 무력으로써 현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자들로 보고 무력을 동원하여 진압한다. 폭력이 난무하는 것이다. 홍콩 시위자들이 시위를 통해서 요구하는 것은 일국양제를 제대로 시행해 달라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요구를 무력으로써 현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밑그림으로 보고 강하게 억압한다. 대화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역성혁명이라는 관념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역성혁명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바라볼 때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위자들을 탄압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 폭력과 불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태그:#중국, #정치, #중국정치, #정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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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매 영자지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베이징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구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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