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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진 시인
 서현진 시인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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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요즘 매우 특별하면서도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인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며 끝내 고통을 이겨왔다. 

충남 홍성에 살고 있는 서현진(50) 시인은 "시로 삶을 기록하고 누군가를 위로하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일찍부터 시인의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그의 삶도 시대의 굴곡을 따라 굽이치며 흘러왔다.

서현진 시인은 해외 여행의 붐이 시작된 지난 1990년대 초 인도와 이스라엘을 돌며 외국생활을 경험했다. 이스라엘의 한 키브츠에서 자원봉사 활동도 했다. 하지만 외국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IMF로 직장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기였다. 그렇게 한 교회의 공부방과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돌봄교사로 일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지역아동센터의 전신이 바로 '공부방'이다).

서현진 시인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봄교사로 일하며 나름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다. 시인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게 웃으며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인으로 살고 싶었던 그의 오랜 꿈을 버릴 수는 없었다. 두 남아의 엄마이기도 한 '엄마 시인' 서현진은 지난해 늦깎이로 첫 시집 <작은 새를 위하여>를 펴냈다.

서현진 시인은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청년 시절에는 시를 곧잘 쓰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시를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를 쓰는 일이 어려웠노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몸이 아파 수술을 받은 이후, 그의 삶은 달라졌다. 류시화 작가의 글과 다른 시인들의 시집을 두루 두루 읽으면서 시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서 시인은 "나는 추억 여행자이다. 내가 살고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남겨 높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크지 않다. 하지만 내가 가진 이야기들을 기록하지 못하고 죽는 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것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때로는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매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실제로 그의 시 '생의 한가운데'는 '생은 언제나 두렵고 위험한 것'이라고 단언 한다. 하지만 시인은 팽이가 멈추지 않고 돌아갈 수 있는 '힘'에 관찰력을 집중한다. 그리고 이렇게 노래한다.
 
언제나 생은 두렵고 위험한 것

나는 여태껏
생이 갈기는 채찍을 요리조리 피하며 살아왔구나

팽이가 돌면서 흰빛을 낼 수 있는 건
기꺼이 고통을 껴안으며
투명한 허공 속으로 온몸을 던지기 때문

팽이가 날개 달고
땅위에서 춤출 수 있는 건
자신의 깊숙한 심장 속
에너지에 집중하기 때문

('생의 한가운데'중에서)

인류는 요즘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게 채찍을 맞고 있다. 코로나가 제 아무리 강한 전염병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치료제와 백신, 의료진의 헌신으로 조만간 정복 될 것이다. 하지만 그로인한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문학과 예술이 더욱 절실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서현진 시인은 "코로나19로 생명의 소중함을 좀 더 깊이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에 나올 그의 또 다른 시집이 기대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9일 충남 홍성읍에 있는 홍성문화연대 '공간'에서 서현진 시인을 만났다.

- 코로나19로 활동이 제한되고, 그에 따라 국민 대다수가 답답하고 힘든 상황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코로나와 관계없이 긴급 돌봄을 계속해 왔다. 일상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두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하루 세끼를 꼬박 챙길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웃음). 그 외에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퇴근 후 여가 시간에는 주로 책을 읽고 시를 쓴다."

- 코로나19가 인간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 우리는 그동안 그 사실을 망각하고 살았다. 자연이 코로나19를 통해 경고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환경의 소중함을 좀 더 절실하게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소비문화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옷도 많이 사 입고, 불필요한 소비가 너무나 많았다. 코로나를 계기로 외면이 아닌 내면을 좀 더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로 오히려 생명의 소중함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 지난해 첫 시집인 <작은 새를 위하여>가 나왔다. 첫 시집을 발표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주변에서 축하를 많이 해주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끄러웠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좀 더 퇴고하는 과정을 거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를 좀 더 다듬어서 내 보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시집은 좀 더 완성도 있게 내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 늦은 나이에 시집을 냈는데 뒤늦게 시를 쓰게 된 이유가 있나.
"대학시절에 시를 많이 썼었다. 시를 열심히 쓰긴 했는데, '(내 시가) 이것 밖에 안 되나' 하며 좌절을 많이 느낀 것 같다. 그렇게 20년 동안 시를 쓰지 못했다. 몸이 아파서 수술을 했다. 그 이후 공황장애가 왔다. 과호흡 증세가 심해서 응급실을 자주가게 됐다. 류시화 시인의 글과 종교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 그러다가 시집도 읽게 되면서 시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타올랐다.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를 쓰는 일이 즐거워지고 '내 길은 이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시를 다시 쓰기 시작한 이후에 변화된 것이 있었나.
"예전에는 표면적인 것을 주로 봤다. 생활에 매몰되어서만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 너머의 다른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세계가 너무나 매혹적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를 쓰다보면 엄청난 외로움을 느낀다. 자기와의 싸움이기도 한데 그 자체도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 시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인연과 같은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누군가를 만나면 깊은 인연의 고리 같은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어디선가 한번 쯤 스쳐 지났을 것 같고, 전부터 알아왔던 것처럼 친숙할 때가 있다. 모든 만남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시로 풀어가고 싶다. 그것이 내 시의 숙제이기도 하다."

- 문종필 문학평론가는 '누군가의 마음에 조금이라고 위로가 된다면 그 시는 성공한 것'이라며 서현진 시인의 시를 칭찬했다. 그런 평가를 받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당시 그 평론가도 힘들었던 상황으로 안다. '흐른다'라는 시를 읽고 마음에 들어 했다. 그 시가 위로가 되었다고 했다. 사실 나는 죽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편이 아니다. 영원히 산다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것 같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더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이 '흐른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도 큰 위안이다."

- 얼마 전 발표한 '물 위의집-엄마의 편지'는 세월호와 관련된 내용이다. 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지금 내 아이가 18세가 됐다. 세월호 아이들은 바로 그 나이에 멈춰있다. 그 아이들의 시간과 성장은 그 상태로 멈춘 것이다.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세월호 엄마들은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물위의 집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살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전에는 참여시를 잘 쓰지 않았다. 서정시가 더 좋았다. 하지만 '물위의 집-엄마의 편지' 이후 '시보다는 삶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명의 힘을 좀 더 돋보이게 하는 시를 쓰고 싶다."
 
- 독자들에게 어떤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꿈은 크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백석 시인처럼 이야기 시를 잘 쓰는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작은 새를 위하여

서현진 (지은이), 천년의시작(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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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블로그 미주알고주알( http://fan73.sisain.co.kr/ ) 운영자. 필명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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