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코로나19로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자들의 건강권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매일 같이 아프면 쉬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지만, 쉴 수 있는 노동자는 거의 없다.

며칠 전 누더기 법안,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 속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었다. 한해 2400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임을 당하고, '갔다 올게'라고 나간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비참한 사회를 바꾸기 위한 활동은 2006년부터 시작되어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본격화되었다.

2020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운동본부를 구성하여 '10만 국민입법청원'을 성사시켰다. 산재사망 유족, 동료 노동자, 재난 참사 유족들이 엄동설한에 단식농성을 하고 시민사회, 진보정당이 노력한 결과로 제정되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대규모 집회와 투쟁이 어려웠고, 국회의 상황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잇따른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서 수많은 시민들의 공감과 호응이 있었다.

2020년은 자식과 부모 형제자매를 떠나보내고, 죄인처럼 살아야 했던 유족과 동료들이 법 제정에 앞장섰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 그동안 유족들은 힘들 때 쉬라고 하지 못하고 참고 일하라 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죽은 것이 유족들 책임이라는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어떤 경우는 '죽음 사람은 죽음 사람이니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며 회사가 돈으로 회유하여 싸움을 포기하기도 했었다. 그런 유족들이 노동자들 죽음을 막기 위해 나섰고 진정한 노동자 연대를 만들어 낸 것이다. 

'OECD 산재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은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문재인 정부의 산재사망 절반 줄이기와 안전 때문에 눈물 흘리는 국민이 없게 하겠다던 약속은 사라졌다. 10만 입법청원으로 시민사회가 연대하고, 직접적인 활동을 전개해야 했다. '산재 사망은 기업 살인이다.'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 말단관리자만 솜방망이 처벌해서는 죽음의 노동 현장은 끝나지 않는다는 사회적 공감이 이루어졌다.

산재 사망이 대다수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 처벌 적용유예와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공무원 처벌 제외, 인과관계 추정 제외, 직장 내 괴롭힘 등이 제외되었다. 그러나 경영책임자처벌 하한형 도입과 원청처벌, 징벌제 손배도입, 가습기 살균제 등의 제조물 재해 등과 시민재해, 정부 지원정책이 포함된 것은 의미가 있다.

금속노유조 유성기업지회의 싸움이 10년 만에 마무리되었다. 2011년 유성기업 노동조합은 '밤에는 잠 좀 자자'라는 '주간 연속 2교대제' 노사 간 합의는 원청인 현대자동차의 개입으로 무산되었다.

이후 유성기업은 현대차의 권고대로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체결'한 뒤 직장폐쇄, 사측에 친화적인 노조를 설립해 노조를 와해시켰다. 어용노조 설립과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하여 노조 조합원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을 주었고 해고와 재해고, 징계가 이어졌던 싸움은 한광호 열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졌다.

유성기업 회장과 현대자동차 임직원이 구속되었지만, 일부 노동자들 역시 구속되었다. 현재 노동자 26.8%는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10년의 투쟁으로 야간노동은 없어졌다.

국제암연구소(LARC)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야간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는다면 어떤 개선으로도 해악을 줄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비참한 주검으로 발견된 태안화력 고 김용균 노동자도 홀로 야간노동을 하고 있었다. 

심야노동 철폐 요구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요구였다. 수면 불안으로 인한 암 발생과 각종 질병 발생,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증가한다.

WHO는 직업성 암으로 4%를 추정하지만, 대한민국의 직업성 암 인정률은 0.06%다.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위험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화학물질 취급 관리를 완화했다. 화학물질은 전 세계 1억5천만 종이 있고 한해 2천여 종이 새롭게 개발되고 있으나,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고 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생산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비하는 시민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관리를 완화하고 비밀리에 부치고 있다.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의 환경호르몬과 발암물질, 가습기 살균제 참사처럼 자본에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맡겨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탄력근로제가 6개월로 연장되어 일 년 내내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졌다. 법정 주 노동시간 40시간에서 초과근로 12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합쳐서 총 64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64시간 노동 중 12시간은 연장수당도 없다. 문제는 장시간 노동은 과로사를 조장하고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다.

2013년 나온 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만성 과로 인정 기준은 노동시간만을 산업재해로 주로 인정했다. '뇌심혈관계 질병은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60시간, 4주 동안 주당 평균 64시간 초과' 기준을 2018년에야 노동시간이 길지 않더라도 교대근무, 휴일 부족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됐다면 산재의 '업무 관련성'이 커진다는 내용을 반영, 만성 과로 기준을 개정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 생겨날 것이다. 자본의 탐욕으로 인한 환경생태계가 파괴되고 기후 위기 심화에 따른 필연적인 상황이다. 앞으로의 펜데믹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아프면 쉬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 만들어져야 한다.

미흡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후속 법안 제정과 감시활동, 현장 정착을 위한 노동자들의 참여 권한 강화, 과로사 근절대책, 유해화학물질 안전대책 마련은 우리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또다시 노동자 시민들의 건강권과 생명을 위해 노동연대로 나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립니다.


태그:#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전충남인권연대, #노동자, #노동연대, #건강권
댓글1

대전충남인권연대는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세계평화의 기본임을 천명한 세계인권선언(1948.12.10)의 정신에 따라 대전충남지역의 인권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해 인권상담과 교육, 권력기관에 의한 인권 피해자 구제활동 등을 펼치는 인권운동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