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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항상 따라다니던 막막함과 번거로움에 한번 슬플 일에도 두 세번 가슴을 치곤 했습니다. 같은 아픔을 겪는 분들이 좀 더 수월하게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기자말]
장례 이후의 처리, 지난한 과정이지만 어렵지 않습니다. 모든 절차를 처리하는 당신께 격려와 위로를 보냅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장례 이후의 처리, 지난한 과정이지만 어렵지 않습니다. 모든 절차를 처리하는 당신께 격려와 위로를 보냅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 서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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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는 지난해 9월말 짙은 회색빛 낙엽이 흩날리던 날에 하늘로 떠나셨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바람에 떠도는 낙엽들을 보던, 그날의 저린 가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운 마음만큼이나요.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니 남은 가족들에 대한 걱정부터 되더군요. 특히 어머니가 그랬습니다. 남은 절차들은 제가 모두 정리하기로 한순간이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 아무것도 모르는 일을 진행하려니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절차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만 있을 뿐 상세한 방법은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과정 과정에 대한 방법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일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공문 등에 제시되어 있는 필요 서류를 모두 준비해도 정작 관계 기관을 방문하면 기재되어 있지도 않은 서류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고, 세부사항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준비한 서류가 잘못되어 다시 준비하여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저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세세한 과정을 글로 남겨두자고 마음먹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면 고인의 이름만 보아도 가슴이 무너지는데, 한 번에 처리할 일도 두 번 세 번이 되면 그만큼 아픈 시간이 늘어날 테니까요. 세상은 슬퍼하는 자의 마음까지 배려해주지는 않았습니다.

글을 쓴 다른 이유는 2가지 사항을 건의하고 싶어서입니다. 저의 경우엔 일을 처리하는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가족관계증명서 등에 박혀 있는 '사망'이란 단어였습니다. '별세'나 '작고' 정도로 부드럽게 바꿔주면 어떨까요. 많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법률 용어에 대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정승인의 공고와 관련하여 법원 판결문 첨부서류에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공고해태의 불이익 : 공고하지 아니한 경우 어느 상속채권자나 유증 받은 자에게 변제함으로써 다른 상속채권자나 유증 받은 자에 대하여 변제할 수 없는 때에는 한정승인자는 자기의 고유 재산으로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며 이 경우 그 사정을 알고 변제를 받은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자는 구상채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저는 저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몇 차례를 읽었습니다. 예시를 넣어준다던가 아니면 '유증 받은 자'를 '유언을 통해 재산을 받기로 한 자' 정도로 법률 용어들을 알기 쉽게 풀어주면 어떨까요. 법이 조금 더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 이유로 순간순간이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고마웠던 분들 덕분에 마지막까지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런 말은 오가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슬픔을 공감해주셨던 여러 관계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자, 이제는 글을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글을 읽고 계신 당신도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셨나요? 다른 가족들을 대신해 지난한 과정을 모두 넘어오신 당신께 멋지다고, 그리고 정말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정말 애쓰셨습니다. 언젠가, 하늘에서 다시 만날 고인께서도 같은 말을 건네주실 것입니다. <끝>

태그:#장례식이후절차, #사망신고후절차, #한정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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