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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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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차출설'이 제기됐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18일 "언론에 이런 저런 보도가 되기 훨씬 전에 이미 거절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했다"라며 4.7 보궐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다만 그는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며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다"라며 의미 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이번에 서울시장 출마 권유와 요청을 여러 곳, 여러 갈래로부터 받았다"라며 "직(職)이 아니라 업(業)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 총선 때보다 강한 요청들이어서 그만큼 고민도 컸다"라고 했다. 그는 "여러 분이 어느 당, 경선에서의 승리, 중도 확장성 등을 얘기했지만 제 고민은 다른 데 있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제가 부동산, 방역, 민생 등 시민의 삶과 서울시의 살림살이에 대한 대안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였다"라며 "더 성찰하고 대안을 찾는 고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세력 교체 정도의 변화 있어야"... 김동연의 더 큰 꿈?
  
한국장학재단 10주년 기념 심포지움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10주년 기념 심포지움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 한국장학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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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4.7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 선언으로 읽힌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는 "이번 일을 겪으며 답답한 마음과 함께 고민이 더 깊어졌다. 우리 정치가 언제까지 이기기 위한 경쟁에 매몰돼 싸워야 하나"라며 정치 입문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여권 일각에서는 "야권 후보로 나설 경우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대선주자는 김동연"(민주당의 한 의원)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김 전 부총리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보고 참아야 하는지,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정책 경쟁의 장 그리고 진영논리를 깨는 상상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선거 때마다 새 인물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기는 하지만, 한두 명 정도의 새 피 수혈이 아니라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정치를 바꾸기 위한 제도개혁 방안은 많이 제시됐다"라며 "그러나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상대방 탓이 아니라 내 탓이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 그리고 변화를 위한 실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정치에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는 '경장(更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사회 각 분야에서 유능하고 헌신적인 분들이 힘을 합쳐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뛰어난 우리 국민의 역량을 모을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반기문 이어 '충청대망론'?... 여당 일각 "스토리 있는 김동연, 위협적"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0월 31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석했고, 허성무 창원시장이 함께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0월 31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석했고, 허성무 창원시장이 함께 했다.
ⓒ 창원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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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내에선 김동연 전 부총리가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야권발 '충청대망론'의 꽃가마를 타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보수 진영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으로 부상했지만, 본격적인 검증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낙마했었다. 김 전 부총리와 반 전 총장은 모두 충북 음성 출신이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반 핵심 경제 정책이었던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각을 세우기도 했었다.

민주당의 한 친문(친문재인)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김 전 부총리는 경제 전문가로서 역량이 대단하고 뛰어난 달변가"라며 "야권후보로 나온다면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고 꼽았다.

이 의원은 "'흙수저' 출신으로 상고와 야간대학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인생 스토리도 대중들에게 매력을 준다. 무엇보다 고향이 충청도라는 점이 크다"라고 짚었다.

다음은 이날 김동연 전 부총리가 소셜미디어에 내건 입장문 전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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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 있어야 정치도 변해"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 저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께서 연락을 주셨는데 응하지 못한 점 양해 말씀 드리며 간단하게나마 제 입장을 말씀 드립니다.

오랜 공직생활 동안 제 중심은 '사회변화에 대한 기여'였습니다. 공직을 그만 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제가 받은 혜택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치 입문을 권유 받을 때마다 정치가 제 신념을 실천에 옮기는 최선의 방법인지 늘 고민했습니다. 시대적 소명의식, 책임감, 문제해결 대안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 정치라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이번에 서울시장 출마 권유와 요청을 여러 곳, 여러 갈래로부터 받았습니다. 지난 번 총선 때보다 강한 요청들이어서 그만큼 고민도 컸습니다. 여러 분이 어느 당, 경선에서의 승리, 중도 확장성 등을 이야기했지만 저의 고민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제가 부동산, 방역, 민생 등 시민의 삶과 서울시의 살림살이에 대한 대안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 지였습니다. 직(職)이 아니라 업(業)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여전히 부족함을 느낍니다. 더 성찰하고 대안을 찾는 고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에 이런 저런 보도가 되기 훨씬 전에 이미 거절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답답한 마음과 함께 고민이 더 깊어졌습니다. 우리 정치가 언제까지 이기기 위한 경쟁에 매몰되어 싸워야 하는지.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보고 참아야 하는지.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정책 경쟁의 장, 그리고 진영논리를 깨는 상상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선거 때마다 새 인물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기는 하지만, 한두 명 정도의 새 피 수혈이 아니라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우리 정치에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는 '경장(更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치를 바꾸기 위한 제도개혁 방안은 많이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상대방 탓이 아니라 내 탓이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 그리고 변화를 위한 실천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정치와 정책의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 참여하는 생산자로 나서야 합니다. 동시에 사회 각 분야에서 유능하고 헌신적인 분들이 힘을 합쳐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뛰어난 우리 국민의 역량을 모을 리더십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게 과분한 제안과 요청을 해주시고 또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데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사회변화의 기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나겠습니다."


[관련 기사]
뜬금없는 '김동연 차출설', 드러난 민주당의 불안 http://omn.kr/1rq6e

태그:#충청대망론, #김동연, #대선, #반기문,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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