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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변화가 일으킨 남미 정치경제 변동

2015년 이전까지 전 세계 경제는 '석유경제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석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움직였고, 한 때 200달러로 치솟기도 하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석유 부족으로 인류 문명이 위기에 봉착할지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체 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그러나 셰일가스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석유 매장지 발견 등으로, 그러한 예측은 기우로 끝났다. 오히려 역으로 석유가 넘쳐흐르는 상항이 되었다. 석유시장은 2015년 이후 한 번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4년 이후 1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다.
▲ 10년간 석유가격 변동  2014년 이후 1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다.
ⓒ NAVER 증권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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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원 수출, 특히 석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던 비서방 개도국들이 큰 경기 침체에 빠졌고 해당 국가들의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치적 불안정이 높아지는 일이 벌어졌다. 21세기 사회주의를 외쳤던 베네수엘라는 2014년 말부터 본격적인 경제 위기에 직면하였고, 현재 국가 경제가 회생이 되기 힘든 상황이다.

'핑크 타이드'라고 불리는 남미의 좌파정권들이 하나 둘 무너져 내리고 우파로 정권이 교체되기 시작한 시기도 2015년~2016년 무렵이었다. 과거처럼 자원 수출, 자원 외교를 통해 부의 분배나 강대국으로부터의 자주를 외치기에는 현실적 조건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2018년~2019년부터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렌타 툰베리를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주장하는 운동이 대중화되면서, 정치권에서도 디젤엔진 개발중단이나 화석연료 에너지의 퇴출 등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는 분명 중요한 자원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위상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확신하고 있다. 남미 경제를 위해서는 새로운 자원 개발이나 새로운 산업 전략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오랜만에 권력을 얻은 남미 우파들도 이러한 부분에서 대안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이들도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결과인지, 오히려 사회복지나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 등 과거 정권의 일부 긍정적인 정책마저도 모조리 파괴하기만 했다.

2016년~2019년 빈곤과 불평등이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결국 2019년 말 칠레를 시작으로 남미 전체에서 우파정권에 대한 대규모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2020년에 칠레에서는 적폐였던 피노체트 헌법이 폐기되었고, 같은 해 볼리비아에서 좌파정권이 1년 만에 복귀했다. 2019년 아르헨티나에선 페론주의 좌파 정권이 4년 만에 재집권하였다.

리튬 삼각지대와 '남미 좌파'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에 좌파 정권이 귀환하였거나 그럴 예정이지만 이들은 대안 부재로 한 차례 대중들의 외면을 받았던 전례가 있다. 이들에게는 어떤 무기가 있을까?

다행히도, 이들 3국은 모두 '리튬경제권'이라는 대안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이 3국의 '리튬 삼각지대'가 세계 리튬 매장지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칠레에선 리튬 채굴이 시작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도 해외 기업의 투자를 통해 채굴을 준비하고 있다.

리튬은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의 핵심 재료이다. 그리고 전기 자동차 1대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은 스마트폰 1만 개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과 같다. 즉 앞으로 디젤엔진에서 전기차로 넘어가게 되면, 리튬의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괜히 리튬이 '하얀 석유'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리튬의 70%가 매장되어 있는 리튬 삼각지대
▲ 리튬 삼각지대  리튬의 70%가 매장되어 있는 리튬 삼각지대
ⓒ w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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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할 것이라고 입장을 쟀다. 화학, 석유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겐 일부 당황스러운 면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공헌한대로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배제하고 친환경 에너지 및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하게 되면, 당연히 리튬 삼각지대에서 생산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서 말하였듯이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는 반미 성향의 좌파 정권이고, 곧 제헌의회 선거를 치루는 칠레도 좌파의 승리가 예측되고 있다. 남미 좌파들은 반미 친러 성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미국이 소비하는 리튬이 증가할수록, 이 3국의 좌파 세력에게 경제적 힘을 공급하는 셈이 된다.

미국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3가지이다. 이들에게 베네수엘라에게 하듯이 경제제재를 가하거나, 리튬을 대체할 새로운 자원을 찾거나, 이들을 달래서 범 서방 부분으로 끌고 오거나.

그러나 3가지 모두 지금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에게 제재를 가할 명분도 없고, 설령 가한다고 하더라도 리튬의 70%가 묶여버리는 상황을 미국의 동맹국들이 용인해줄 수 있을지 의문인 탓이다. 또한 대체 자원 개발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이들을 범 서방권으로 회유하기에는 역사문제와 남미 특유의 반미 정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미국이 곤혹스러운 이 리튬 삼가지대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계속 지켜볼 대목이다.

태그:#리튬, #리튬경제, #남미,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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