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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줄곧 자란 나에게 서울의 이미지는 매스컴에 비친 그대로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처럼 환상 속의 세계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의 유행, 패션, 음악 등 모든 분야를 선도하며 서울에 산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던 시절도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서울 구경이란 걸 처음 해봤다. 수많은 빌딩과 복잡한 전철 노선 등 어린 눈에도 모든 게 신기해 보였다.

고궁도 가보고 남대문 시장들을 돌아봤지만, 아무래도 서울의 상징하면 63빌딩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그 당시에도 높은 빌딩이긴 하지만 황금색을 띤 외벽에 거대한 한강을 끼고 있어 내가 생각한 서울의 이미지에 정말 걸맞은 장소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도 그 당시의 기억은 정말 생생했다.

주차장에서 차를 내리고 기세 등등하게 엘리베이터로 가고 있었는데 양복은 입은 중년 남자가 나에게 대뜸 말을 걸어왔다. "너 지방에서 올라왔지?" 무심코 한 마디를 던지고는 어둠 속으로 그 남자는 사라졌지만, 묘한 기분 나쁨이 뒤통수에서부터 올라왔다.

중년 남자의 의도는 선의였는지도 모르지만 어린 나에게는 지방이라는 단어 자체가 상처로 다가왔었다. 경상도나 전라도 등 특정 지역을 주제로 건네었다면 그 뜻의 오해가 덜 했을지 모른다. '지방'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이나 이면에는 서울에 산다는 자부심과 더 나아가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대한 무지와 오만까지 느껴진다.

세월이 지나 대학생활을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며 나의 첫 서울살이 생활이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지방'에서 올라온 나였기에 서울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표준어도 써보고, 서울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봤다. 필자가 느낀 서울 사람들은 지방을 무시하기 위해 폄하하기보단 매스컴을 중심으로 서울에 오지 않으면 안 되는 풍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점점 서울로 몰리게 되고, 자연스레 집값은 폭등한다. 이제 더 이상 서울에 사는 것이 녹록지 않다. 사람들은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어느덧 경기도의 인구수는 서울을 추월했다. 서울과 인천을 제외하더라도, 100만이 넘는 경기도의 도시는 부지기수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 대다수 도시들은 아직도 서울 의존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애초에 서울에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경기도로 밀려 나오게 되었고, 경기도의 수많은 도시들은 단지 주거기능만 제공하는 배드타운의 역할만 수행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 어느덧 나도 경기도의 한 도시로 건너오게 되었다. 서울만 바라보고 살던 나에게 경기도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개성 없을 것만 같던 그 도시들의 속살을 파헤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내가 살고 있는 김포부터 31개의 경기도 도시를 파헤치는 대장정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단지 김포공항이 있었던 도시로만 알았던 김포도 알고 보면 강화도와 함께 외세의 침략을 받았던 역사의 향기가 진하게 남아 있다. 북한과 근접한 도시 파주는 율곡 이이와 황희정승 등 인생을 굵직하게 살다 간 사람들의 자취가 있으며 연천에는 고구려의 웅장한 성터와 아름다운 임진강의 광활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가 신도시로만 알고 있는 고양, 부천, 의정부 등도 이제는 각각의 테마를 잡으며 새롭게 도시를 재정비하며 수많은 여행객들의 흥미를 끌 만한 테마를 개발 중이다. 죽음의 시화호로만 알려졌던 시흥시도 이젠 수도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염전과 전국 최대의 연꽃밭으로 생태환경도시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심지어 안산은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많아 가기 꺼려졌던 원곡동을 오히려 외국인 관광특구로 만들어 멀리 서울에서 찾아오는 그런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전국 최대의 지방자치단체로 거듭난 경기도를 이제는 수도권이 아닌 새로운 명칭으로 불리길 기대하며 도시의 매력을 새롭게 살펴보고 그 도시가 담겨 있는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음식까지 찾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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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저자. kbs 경인 <시사인사이드> 경인방송 <책과 사람들>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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