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 컷 ⓒ 넷플릭스

 
"지난해 12월 18일 공개한 <스위트홈>은 평범한 사람이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욕망이 표출된 괴물로 변한다는 흥미로운 소재, 괴물들의 강렬한 비주얼,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작품 공개 이후 첫 4주 동안 전 세계 2,200만 유료 구독 가구가 <스위트홈>을 선택해 시청했다."

지난 20일 넷플릭스가 2020년 4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설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의 실적이다. 넷플릭스는 "<스위트홈>이 (일본의) <아리스 인 보더랜드>(1800만), (멕시코의) <셀레나>(2500만), (브라질의) <오늘도 크리스마스>(2600만)> 등 넷플릭스가 같은 시기에 공개한 로컬(지역) 오리지널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4분기 넷플릭스의 전 세계 유료구독 가구수가 총 2억을 돌파(전 분기 대비 약 850만개 증가)한 가운데, 유료 구독 가구수 930만 개가 증가한 'APAC'(아시아 태평양)의 성장을 <스위트홈>이 견인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에 힘입어 'APAC'이 1490만 개가 증가한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에 이어 두 번째로 크게 성장한 지역이라고 소개했다.

<스위트홈>과 <경이로운 소문>의 글로벌 성적표
 
 경이로운 소문

경이로운 소문 ⓒ ocn

 
한국 넷플릭스의 'TOP 10'에서도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스위트 홈>. 회당 30억, 총 300억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등의 인기 드라마로 유명한 이응복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업계 안팎으로 '볼 만한 사람은 다 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성과로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의 주가가 상승세라는 뉴스가 나올 정도였다.

(이응복 감독의 표현으로) "K-몬스터(크리쳐물) 장르 기반 시리즈"에 도전한 <스위트홈>은 김칸비·황영찬 작가의 동명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장르물로 각광을 받았다. <킹덤> 시즌2와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에 이어 <스위트홈>은 올해 넷플릭스가 건져 올린 로컬 오리지널 작품의 마지막 수확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본격 '크리처물' 장르라는데 그 성과가 두드러진다. "평범한 사람이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욕망이 표출돼 괴물로 변한다"는 웹툰의 설정이 근간인 건 변함없다. 하지만 결코 지상파나 케이블이 범접하기 힘든 표현 수위와 공을 들인 시각효과로 구현된 <스위트홈> 속 괴물들은 그 자체로 외국 어느 드라마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게 다 전 세계를 장악한 OTT의 물량공세라고 치부하기엔, 이미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을 통해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입증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기생수>나 미국의 <엑스맨>, 그리고 스티븐 킹의 <미스트>와 '미드' <워킹데드> 시리즈, 그 이외에 호러와 묵시록 혹은 재난장르의 '레퍼런스'를 잘 버무린 수준이라는 중평에도 불구하고, 'K-몬스터' 장르의 근사한 구현이란 <스위트홈>의 매력이 퇴색되진 않을 정도다.

그리고, <스위트홈>과 꽤나 비슷한 DNA를 공유하는 작품이 있다. <스위트홈>과 엇비슷한 시기에 OCN에서 방영을 시작했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경이로운 소문> 말이다. 두 작품 모두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에 참여했다. <경이로운 소문> 역시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한 본격 장르물이다.

OCN 개국 사상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넷플릭스의 '오늘 한국의 콘텐츠 톱10' 1위 자리를 질주 중인 <경이로운 소문> 역시 동사이아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인기리에 선보이는 중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랭킹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경이로운 소문>은 최근까지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많이 본 TV 쇼 1위를 차지했거나 1위를 고수 중이다.

특히 대만과 홍콩은 1월 셋째 주 내내 1위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아울러 대만과 홍콩, 베트남, 말레이시아는 특히 한국 못지않게 <경이로운 소문>을 많이 시청한 국가였다. 이밖에 인도는 물론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와 같은 중동 지역에서도 톱10을 유지 중이다. K-드라마의 주 소비 국가들에서 고루 인기를 얻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멀리 아프리카 국가인 나이지리아 시청자들도 <경이로운 소문>을 톱10에 올려놨을 정도고.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지역 시청자들에게까지 눈도장을 찍은 <스위트홈>과 비교하면 미흡한 성적표일 순 있다. <스위트홈>은 애초 홍보 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라는 이점을 십분 살렸다고 볼 수 있다. 또 넷플릭스가 야심차게 선보였고 그 만큼 호응을 얻었던 <킹덤> 시리즈와 다소 유사한 장르라는 이점 또한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가점 요인으로 작용했을 터.

이렇게 공히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인 <스위트홈>과 <경이로운 소문> 두 작품 모두 최근 감지되는 어떤 흐름을 공유하고 또 선도하는 중이다. 웹툰 원작과 '스탠더드'한 감성, K-드라마 특유의 리듬과 감성,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의 활용이란 트랜드 말이다.

두 드라마가 열어 젖힌 한국형 장르물에 대한 기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 컷 ⓒ 넷플릭스

 
<스위트홈>과 마찬가지로, <경이로운 소문> 역시 장이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드라마 홍보 시작 시점부터 배우들과의 원작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화제를 모았고, 웹툰과의 비교 포스터가 소셜 미디어를 달구기도 했다.

전 세계 콘텐츠 산업이 IP(intellectual property) 확보 전쟁을 치루고 있는 만큼, 웹툰 원작 한국 드라마 역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장르물의 경우, 주 소비층이 젊은 층일 수밖에 없는 만큼 인기 웹툰 원작 드라마는 시작부터 높은 인지도와 화제성을 확보하는 장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경이로운 소문>은 그런 인지도가 시청률에 상승 작용을 준 경우라 할 수 있다.

물론 기본은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일 터. 한국형 몬스터-크리쳐물에 도전해 눈길을 끈 <스위트홈>은 물론 <경이로운 소문> 또한 원작과 같이 히어로물의 얼개를 한국형으로 매끄럽게 이식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익숙할 대로 익숙한 '청춘 히어로물'의 고민과 성장 서사가 기본이다. 여기에 '악귀'와의 대결이란 역시나 친숙한 소재에 천상의 세계인 '융'과 '코스튬' 히어로이자 생활형 능력자인 '카운터'들의 활약을 보기 좋게 버무렸다. 원작 팬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지만, 경찰 드라마에 정치인 캐릭터를 최종 '빌런'으로 설정하며 대중성과 지역성을 염두에 둔 포석도 결과적으론 무리가 없었다.

비록 <경이로운 소문>은 13화 부터 기존 여지나 작가가 하차하며 잡음이 일기도 했다. 전 작품을 '사전 제작'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와 달리, 제작 도중 드라마 후반에 대한 제작진과의 이견을 이유로 '작가 교체'란 초강수를 뒀다.

일각에선 해당 회차부터 집중력이 떨어졌고, 애초 '히어로' 장르의 기둥 서사가 흐트러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매력적인 악당이자 악귀였던 지청신이 한 순간 맥없이 퇴장해 버린 것이 좋은 예였다. 그럼에도 <경이로운 소문>이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한국형 히어로'물에 대한 만족감은 쉬이 사그러들지 않을 듯 하다.  

좀 더 흥미로운 지점은 이 모든 요소를 일종의 '스탠더드'한 감성과 보편적 눈높이로 조율해냈다는 사실이리라. 두 작품 모두 사실 비교할 만한 '레퍼런스'나 장르적 관습들, 익숙한 이미지들이 넘쳐난다. 관건은 이를 얼마나 능수능란하고 눈길이 가게 엮어내느냐 일 터.

괴물 시각효과에 규모와 공을 쏟아 부은 <스위트홈>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액션신과 적절한 CG로 승부한 <경이로운 소문>. 두 작품 모두 그런 관점에서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동시대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와 완성도를 인정받은 셈이 됐다.

두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이제는 한국의 '드라마 공장'으로 자리매김한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이나 장르물에 매진해 온 케이블 채널 OCN의 전문성과 도전이 각광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일 터. 이렇게 완성된 K-드라마, 그것도 <사랑의 불시착>과 같은 로맨틱 코미디도 아닌 본격 장르물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딛고 전 세계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한국의 <스위트홈>이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가 함께 이야기할 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 매우 감사하다. 넷플릭스는 앞으로도 국내 창작가들과 함께 더욱 즐거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여정을 계속할 것(이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

넷플릭스는 2015년 한국 시장 진출 이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약 7,700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새로운 법인인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Ltd'를 설립했고, 경기도 파주시 및 연천군 두 곳에 위치한 콘텐츠 스튜디오와 다년간의 임대 계약도 체결했다고 한다.

<스위트홈>이나 <경이로운 소문>과 같은 성과를 확인한 이 글로벌 1위 OTT가 이렇게 더 많은 한국 콘텐츠의 제작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스타 배우들을 캐스팅, 제작 중이거나 기획 중인 작품 또한 10편 가량이라 알려졌다.

전년 동기 대비 구독 가구가 57.1%나 늘었다는 'APAC' 시장을 선도 중인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들.  <스위트홈>과 <경이로운 소문>이 입증한 바,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K-드라마, 한국형 장르물의 인기는 당분간 쉬이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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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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