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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타 사토시 교수가 아사히신문 웹진에 올린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도 패소한다> 글.
 스기타 사토시 교수가 아사히신문 웹진에 올린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도 패소한다> 글.
ⓒ <론자>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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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 가면, 재판 통해 위안부 실체 드러날 것"

일본의 한 교수가 위안부 판결과 관련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도 패소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놔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스기타 사토시 오비히로축산대학 명예교수(철학·사상사)는 26일 아사히신문이 운영하는 인터넷신문 <론자(論座)>에 이같은 글을 기고했다. 지난 2008년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거짓말>이란 책으로 한국에 소개되기도 한 스기타 교수는, 최근 이 사이트에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한 글을 연속 게재해 일본 정부 측의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일 일본 정부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배상하라고 명령하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집권 자민당의 외교부회가 외무성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것" 등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보내기도 했다.

스기타 교수는 일본이 ICJ에 제소하면 일본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일본이 제소해도 한국이 재판에 응할 의무는 없지만, 오히려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이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를, 이탈리아 대법원이 2차대전 중 강제노동을 당한 자국민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에서 승소 판결을 내린 데 대해 독일 정부가 불복해 ICJ에 제소한 사건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ICJ는 2012년 2월 판결에서 '주권면제(국가는 타국의 법원 판결에 적용되지 않는다)'를 인정해 독일의 손을 들어줬다.

스기타 교수는 이 판례에 따른다면, '국가면제'의 법리를 들고나오는 일본 측의 주장이 인정될 수도 있겠지만, 위안부 제도의 경우 사실인정 절차를 통한 실태 파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측의 애초 의도와는 달리 공판을 통해서 위안부의 실체가 명백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얘기다.

독일 측은 전쟁 당시 군의 행위를 모두 인정했기 때문에 사실인정 절차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한 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고 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해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한 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고 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해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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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ICJ 재판에서 패소할 세 가지 이유?


스기타 교수는 이어 ICJ 재판이 열린다면 2012년 이탈리아-독일 재판과는 ▲재판의 대상이 다르고 ▲독일과 일본의 대응이 다르며 ▲이후 국제정세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등 세 가지 점에서 다르기 때문에 일본이 패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첫째, 위안부 재판의 대상이 전시 성폭력 내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오늘날 적지 않은 국가의 의회에서 일본에 대해 명확한 사실의 인정·사과·배상 등을 요구하는 결의가 이뤄지는 등 관심이 커진 것은 위안부 문제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하는 보편적인 문제에의 관심을 새롭게 일깨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2012년 재판에서는 사실인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지만, 큰 세계적 주목을 받은 위안부 문제에서는 사실인정을 하지 않고 추상적·일반적인 국가면제로 끝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12년 재판에서 독일의 행위가 국가면제 적용을 받은 것은 '무력분쟁의 수행과정에서의 군대의 행위'라는 것이었지만, 위안소는 '무력분쟁의 수행과정'에서 생긴 게 절대 아니며, 위안부의 징발이 주로 이뤄진 당시 한반도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둘째, 스기타 교수는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은 독일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인도에 반하는 죄'에 대해 일관되게 책임을 인정해왔으며, 그것을 보상하기 위한 사죄·배상·각종 보상사업 등 독일의 노력이 세계적으로 평가받아왔고, 그것이 판결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 중국·동남아시아에 대한 침략전쟁 등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1960~70년대의 냉전 구조에 편승해서 피해자 구제나 과거의 무도함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거부해버린 일본은 독일과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저지른 행위의 책임을 완전히 부정하는 국가는 주권면제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한 ICJ 재판관의 말이, 마치 일본을 두고 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셋째 스기타 교수는 위안부 제도는 기본적으로 한반도가 식민지였기 때문에 계획적, 조직적, 대규모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며, 식민지배에 대한 최근의 인식 변화가 판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과거 식민지 지배를 행한 유럽 나라들은 약탈품의 반환과 지배에 대해 명확한 사죄를 하고 있으며, 반대로 지배를 당했던 나라들은 사죄 혹은 그에 따른 배상 및 각종 보상을 강하게 요구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작년 5월 미국에서 벌어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이 촉발시킨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이, 노예제뿐 아니라 식민지 지배 문제에도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태그:#위안부, #국제사법재판소, #I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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