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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관이나 건물 등을 들어갔을 때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새겨진 문구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석을 과거에는 금표(禁標)라 불렀다.

금표는 비교적 다양한 목적에 의해 세워졌는데, 조선시대에는 크게 왕릉이나 태실 등 왕실과 관련이 있는 장소 혹은 제단이나 나무 등을 보호하기 위해 세웠다. 반면 특이한 사례의 금표도 존재하는데, 고양에 있는 연산군 시대 금표비는 사냥터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으로, 연산군 시대의 폭정을 잘 보여주는 흔적이다. 
 
지금은 금강송으로 불리는 황장목은 경북 북부와 강원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 울진 대왕소나무 지금은 금강송으로 불리는 황장목은 경북 북부와 강원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 김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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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표는 경북 북부와 강원도 쪽에서도 확인 되는데, 지형의 특성상 주로 나무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울진이나 삼척 등은 금강송으로 불리는 황장목의 주요 생산지였고, 그 때문에 황장금표의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척 이천폭포로 가는 길에 삼척 사금산 금표가 있는데, 계곡 옆 노거수(굴참나무) 아래 자리하고 있다. 삼척 사금산 금표는 시멘트로 만든 기단 위에 세워져 있는데, 고정된 것이 아니다 보니 작은 충격에도 흔들리는 등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이라 말하기 어렵다(지난해 여름과 10월 말경 두 차례 확인했다). 
 
시멘트로 만든 기단 위에 세워진 모습이다.
▲ 삼척 사금산 금표 시멘트로 만든 기단 위에 세워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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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삼척 사금산 금표의 전면에는 금표(禁標)가 새겨져 있는데, 어떤 목적의 금표인지는 해당 지역에 전해지는 '황장목 목도꾼 소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황장목 목도꾼 소리'에는 사금산과 황장목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 일대가 황장목의 생산지인 것을 보여준다. 즉 해당 금표를 통해 사금산이 황장봉산(黃膓封山)으로 지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단 옛 기록에는 사금산이 확인이 되지 않는데, '관동지'를 보면 삼척의 황장봉산은 ▲황지산(黃池山) ▲소달산(所達山) ▲마읍산(麻邑山) ▲궁방산(宮房山) ▲가곡산(可谷山) 등이 있다고 했다. 
 
바로 옆에 계곡이 있어 장마와 자연재해, 도난 등의 유실 우려가 있다.
▲ 노거수 아래 자리한 삼척 사금산 금표 바로 옆에 계곡이 있어 장마와 자연재해, 도난 등의 유실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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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산은 이 가운데 마읍산으로 추정 되는데, 이는 1794년 제작된 <삼척부읍지>에 교가천(交柯川)이 부의 남쪽 30리에 있는데, 마읍산(麻邑山)에서 발원하여 바다로 들어간다고 했기 때문이다. <척주지>에는 교가천이 마라읍산(麻羅邑山)에서 발원한다고 했는데, 마라읍산은 마읍산의 다른 이름으로 보인다. 따라서 '교가천=마읍천'인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마읍천의 상류를 거슬러 가면 상마읍리와 하마읍리의 지명이 남아 있고, 마읍천의 발원지가 사금산이기에 '마읍산=사금산'은 같은 장소로 추정되는 것이다. 마읍산이 언제부터 사금산으로 불린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고려대학교에 소장 중인 1884년(고종 21)년에 제작된 회화식 군현지도첩 가운데 삼척을 그린 지도에 마읍산이 등장하고 있어, 1884년까지도 마읍산으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 
 
삼척 사금산 금표와 인접한 울진에도 유사한 봉표가 2곳이 있는데, 각각 도지정 문화재와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비지정문화재인 삼척 사금산 금표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 울진 소광리 황장봉계 표석 삼척 사금산 금표와 인접한 울진에도 유사한 봉표가 2곳이 있는데, 각각 도지정 문화재와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비지정문화재인 삼척 사금산 금표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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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척 사금산 금표는 인접한 울진 소광리 황장봉계 표석(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300호)과 울진 소광 황장봉산 동계표석(국가산림문화자산 2015-0004) 등과 함께 과거 이 지역이 황장목의 주요 생산지이자 황장봉산으로 지정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하지만 울진의 봉표가 각각 도지정 문화재와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되어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해 삼척 사금산 금표는 비지정문화재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한 강원도 문화재 돌봄 사업단에서 정기적으로 방문해 주변 정비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정표나 안내문 등이 없기에 알고 찾아가지 않는 이상 초행길에 찾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위치상 계곡 바로 옆에 있기에 장마와 자연재해, 도난 등으로 유실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된다. 따라서 삼척 사금산 금표에 대한 문화재 혹은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보존을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

태그:#삼척 사금산 금표, #황장봉산, #황장목, #금강소나무, #금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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