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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인 강난희씨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부정하는 편지 형식의 입장문을 쓴 것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통해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강씨의 편지가 올라오자, 일각에서는 '2차가해'라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강씨의 편지가 지지층을 결집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압박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강씨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강난희 "아직 진실 밝혀지지 않아"
 
고 박원순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박 전 시장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
 고 박원순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박 전 시장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
ⓒ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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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박 전 시장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
 고 박원순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박 전 시장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
ⓒ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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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용민씨에 따르면 해당 입장문은 6일 박 전 시장 추모사업회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박기사) 등에 올라왔고, 이를 박 전 시장 측근이 SNS에 공유하면서 확산됐다. 강씨가 직접 쓴 글인지 의견이 분분했으나, 지난 7일 박기사 측이 "강씨가 직접 박기사에 전달한 편지"라고 밝혔다.

해당 편지는 인권위 조사 발표 이후 강씨가 박기사의 입장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박기사는 "인권위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피해자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우리는 모든 인간이 온전하고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라면서도 "피해자 대리인과 여성단체 들이 사실을 과장해 여론을 왜곡하고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준 사례를 하나하나 밝혀내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씨는 박기사가 인권위의 결정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 반박했다. 강씨는 편지를 통해 "박기사의 입장문을 본 후 저희 가족은 큰 슬픔 가운데 있다"라며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한다.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썼다.

이어 강씨는 "40년을 지켜본 내가 아는 박원순 정신의 본질은 도덕성이다"라며 "저와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편지의 말미에는 "힘겨운 시간이 우리 앞에 있다"라며 "천천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그를 끝내 지킬 수 있을지 온 마음을 다해 고민할 것이다. 동지 여러분도 잘 해나가실 거라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측 "지지자들 행동이 더 문제"

강씨의 편지는 사실상 지지자들에게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전 시장의 명예를 지켜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성추행 의혹을 부정하는 내용의 편지를 단순한 하소연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SNS 등에는 강씨의 편지를 공유하면서 피해자와 피해자 대리인을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에서도 부인 민주원씨가 "김지은씨를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 "미투가 아니라 불륜"이라고 하는 등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를 공격하는 등 적극적으로 2차가해를 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민씨는 안 전 지사의 가족인 자신을 사건의 '피해자'로 묘사하기까지 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은 김재련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박 시장 부인이 지지자에게 쓴 사적 편지에 대해 피해자 측이 코멘트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면서도 "편지를 받은 지지자들이 sns에 해당 편지를 올리는 행위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유감스럽다"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검찰 수사 발표, 법원의 판결 내용, 인권위 조사 등 국가기관의 발표내용조차 부정하는 듯한 지지자들의 태도는 피해자의 안전한 일상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위력 성폭력 근절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추가로 더 확인하고픈 사실이 있다면 박 전 시장의 핸드폰을 포렌식하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여성학자 권수현씨는 "강난희씨는 공공을 상대로 글을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원씨의 케이스와도 다르다"라며 "강씨는 주변 사람(지지자)에게 쓴 글이지만, 이 편지를 퍼나르면서 피해자를 의심하거나 평판을 깎아내리는 지지자들의 행동은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권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강씨의 말을 빌려서 가해자를 억울한 사람으로 만들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박 전 시장 개인의 보호가 아니라, 가해를 가능하게 했던 '가해 권력'을 복권하려는 의도로서 강씨의 편지가 공유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태그:#박원순, #강난희, #박원순 성추행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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