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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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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의 '스트롱맨'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계속 집권할 것처럼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퇴진한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상당한 곤경을 겪고 있다.

푸틴의 위기는 아직 트럼프나 아베의 단계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권 정치인인 알렉세이 나발니 쪽에서 부는 한풍이 그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한풍

나발니는 변호사 겸 정치인 시절인 2008년부터 지도층과 국영기업의 부정부패를 고발한 데 이어 2009년부터는 푸틴의 비리를 집중 부각시키면서 '푸틴 저격수'로 불렸다. 지난 1월 17일 독일에서 귀국했다가 곧바로 체포된 지 이틀 뒤에도 흑해 연안의 푸틴 비밀궁전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을 공개했다.

만 22세 때인 1998년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뒤 자유주의 정당에 가입했다가 반(反)외국인 및 인종차별 행동 때문에 제명된 나발니는 푸틴의 위상에 변화가 생기는 시점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부각되기 시작한 2008년은 2000년 및 2004년 대선에 승리한 푸틴이 3선 금지 때문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총리로 물러앉은 해다. 푸틴에게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해였다.

이처럼 푸틴의 정치적 위상이 일시적으로 약해지는 시점에 나발니가 두각을 나타내며 푸틴 저격수가 됐다. 푸틴(1952년 생) 입장에서 볼 때 '더블 띠동갑'인 나발니(1976년 생)는 처음부터 유쾌하지 않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나발니로 인해 푸틴은 코로나19 와중인 지금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을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곤란한 일들을 겪고 있다. 유럽 국가들과의 외교적 마찰까지 겹쳐 있다.

전국적으로 나발니 석방요구 시위가 벌어진 지난 1월 23일(현지 시각), 독일·스웨덴·폴란드 외교관들이 시위 현장에 나타났다. 이들은 정보수집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러시아는 지난 5일 이들을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추방했다. 이에 맞서 3국도 지난 8일 러시아 외교관 맞추방 결정을 내렸다.

맞추방 사태는 그리스 바로 위쪽 알바니아와의 관계에서도 일어났다. 이 경우에는, 알바니아가 먼저 추방 결정을 내렸다. 추방 사유는 <유로뉴스> 영문판 1월 22일자 기사 "알바니아, 코로나 19 대유행 조치 위반을 이유로 러시아 외교관 추방(Albania expels Russian diplomat for violating COVID-19 pandemic measures)"의 제목에 나타나듯이, 러시아 외교관의 상습적인 방역조치 위반이었다. 이에 대해 러시아도 지난 8일 맞추방 결정을 내렸다. 안 그래도 나발니 때문에 곤욕스러운 푸틴이 외교관의 일탈 때문에도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이다.

코로나19가 흔들어 놓은 리더십

그런데 푸틴의 곤경은 나발니 사태에 상당부분 기인하지만, 코로나19에 보다 더 크게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나발니를 지지하는 것은 부정부패 척결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푸틴의 리더십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푸틴의 리더십이 코로나19와 부조화를 일으키며 그의 정치적 면역체계를 손상시키는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3선 금지 규정을 편법적으로 피해나간 데서도 느낄 수 있듯이, 푸틴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도 탄탄한 기반을 유지해온 이유 중 하나는, 강인한 인상을 바탕으로 적극성을 발휘하며 권력을 자기 쪽으로 흡수하는 모습이 러시아인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쳐진 측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겁이 없고 저돌적이며 집요하고 성실하다는 점은 그동안 푸틴의 강점으로 인식됐다. 별다른 업적이 없었던 그가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러시아연방보안국의 국장이 되고 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도 그의 강인함이 인심을 끌어당겼다는 점에 있었다.

기연수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의 "러시아의 정체성: 푸틴과 표트르 대제 그리고 러시아인의 의식구조"는 <푸틴 자서전>을 인용해 "겁이 없는 편인 그는 첩보 아카데미에서 저돌적으로 열심히 훈련에 임해, 단점으로 '위험 불감증'이라는 평가를 받기까지 했다"고 말한다.

그랬던 푸틴이 2020년에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2월 21일 오전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399만8216명, 사망자 7만7598명인 이 나라에서 푸틴은 종전의 이미지를 함부로 연출할 수 없었다. 이것이 그의 리더십 기반에 변화를 일으켰다.

지난 1년간 겪어본 바와 같이,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는 대유행 하에서는 강력하면서도 차분한 리더십이 대중의 신망을 받기 쉽다. 건강을 과시하고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며 코로나19를 무시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에 무책임하다'는 이유로 종교계·의료계·과학계·야당의 탄핵 요구에 시달리는 데서도 느낄 수 있듯이, 강력함 못지않게 차분함도 코로나19 시대의 리더십 요건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에 더해, 시민적 자유를 최소한으로 규제하며 긴급지원을 최대한으로 제공하는 것도 대중이 바라는 점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도자가 대중 앞에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것이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긴급지원을 제공할 때라면 몰라도, 칭찬보다는 욕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노출은 득보다는 실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새로운 리더십 환경이 푸틴과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국정 운영에 긴요하지 않은데도 근육질 상체를 드러내며 체력을 과시하곤 했던 푸틴으로서는 '강력하되 차분함'을 요구하는 지금 상황이 상당히 난감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집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코로나19 뒤에 숨는다면, 달라진 그런 모습 자체가 조롱거리가 될 게 뻔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에 <중소 연구> 제42권 제3호에 실린 장덕준 국민대 교수의 논문 '푸틴 시기 러시아의 정치체제: 푸틴주의의 특성을 중심으로'는 "푸틴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오늘날의 러시아 정치체제의 안정성은 기본적으로 푸틴의 인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주의를 기반으로 하며 푸틴 1인의 인기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푸틴이 코로나 뒤에 숨는다면, 이것은 정권의 몰락을 부르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푸틴과 어울리지도 않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푸틴이 예전 방식대로 모습을 자주 드러낼 수도 없다. 푸틴의 리더십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국제정치논총> 제60집 제4호에 실린 우평균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의 논문 '팬데믹 위기와 푸틴체제의 안정성'은 "러시아는 코비드19(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무능과 비효율, 푸틴 개인의 지도자로서의 역할 회피 등 코비드 상황을 통제하는 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한다. 코로나 19와 맞지 않는 푸틴의 리더십이 러시아 정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앞은 더 불투명하다
 
 (모스크바 EPA=연합뉴스) 시민들이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08960717 People take part in an unauthorized protest in support of Russian opposition leader and anti-corruption activist Alexei Navalny, in Moscow, Russia, 23 January 2021. Navalny was detained after his arrival to Moscow from Germany on 17 January 2021. A Moscow judge on 18 January ruled that he will remain in custody for 30 days following his airport arrest. Navalny urged Russians to take to the streets to protest. In many Russian cities mass events are prohibited due to an increasing number of cases of the COVID-19 pandemic caused by the SARS CoV-2 coronavirus. EPA/MAXIM
 러시아 시민들이 1월 23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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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에 푸틴은 러시아 전역의 권력을 자기 쪽으로 집중시켰다. 그렇게 중앙집권화 정책을 폈던 푸틴이 코로나 하에서는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켰다. 작년 4월에는 코로나 관련 정책 결정권의 상당부분을 지방정부에 이양했다.

이것은 반대파들의 눈에는 '권력'이 아니라 '책임' 혹은 '위험'을 분산시키는 일로 비쳐질 수 있다. 권력을 나눠줄 사람이 아닌 푸틴이 갑자기 권력을 쪼개주고 있으니, 반대파들의 눈에는 푸틴이 겁을 먹고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위 논문은 "푸틴이 집권한 후 지방정부의 권한을 연방정부로 이양하는 데 그렇게 힘을 쏟았는데, 정작 위기 상황에서는 지방정부에 조건 관리의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선택을 하였다"고 말한다. 겁이 없고 저돌적이라서 위험 불감증이란 평가까지 받았던 푸틴이 코로나 앞에서는 소심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푸틴 같은 유형의 지도자가 갑자기 조용해지거나 소심해지면 정치적 반격이 드세질 수도 있다. 최근의 러시아 정세는 나발니의 투쟁으로 인한 측면도 있지만, 코로나 속에서 푸틴의 리더십이 약해진 데에도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푸틴의 리더십 약화가 나발니를 더욱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푸틴의 권력이 일시적으로 약해진 2008년부터 푸틴 저격수로 명성을 날린 나발니가 코로나 때문에 푸틴이 위기에 처한 2020년부터 세계적 주목까지 받고 있으니, 푸틴 입장에서는 자신과 나발니의 악연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08년 이전과 달리 현재의 푸틴 임기는 6년이다. 이 임기는 2024년에 끝난다. 이런 상태에서 트럼프와 달리 러시아에 적대적인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다. 오바마 때처럼 미·러 관계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나발니로 인한 정세 불안이 국내외적으로 확산되는 데다가 임기가 절반을 넘기는 상태에서 적대적인 미국 정권이 출범했기 때문에, 푸틴의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게 됐다. 그런 그의 입장에서 볼 때 서글픈 것은, 눈에 보이는 나발니나 바이든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의 싸움이 한층 더 부담스럽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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