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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약속이라는 개념이 없다."

일본 정부 내 혐한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역사문제를 반복하는 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일본은 한국을 아예 대화 상대로 안 볼 것이라는 해설도 곁들여진다. 가히 견강부회, 목불인견이다.

사실 미국 바이든 당선 때부터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조짐들이 있었다. 바이든 본인이 오마바 정부 부통령인 대다가 당시의 관리들이 다수 복귀하는 등 전반적으로 오바마 정부로의 회귀 추세는 분명해졌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국내 일부 일본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일본을 합류시켜야 한다는 '생뚱맞은' 주장을 하고 나섰다.

미국의 목표는 북한에 있지 않고 오직 중국에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아 한반도 현상유지 정책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전략은 오바마 시기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탈피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예측도 나오고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사실상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계승할 것이고 이는 민주당 정부의 전통적인 북한 붕괴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오바마 정부 시기 미국의 압력 하에 이뤄졌던 위안부 합의 등 대일 굴욕 외교가 오버랩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냉정하게 분석하자면,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에 있지 않고 바로 '중국 포위'에 있다. 미국은 이미 1990년대부터 '아시아판 소(小)NATO'를 구상해왔고, 이제 그 완성 단계에 있다. 이 지점에서 미국에게 북한의 효용성이란 북한 자체에 있지 않다. 오히려 북한을 자극시켜 한반도 긴장상태를 유발하고 이를 통해 중국 포위 전선을 구축하는 데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반대해오던 한미군사훈련도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는 그간 계속하여 한미 간 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해온 북한으로 하여금 한미군사훈련에 대응해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게 몰아붙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여 예를 들어,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발사 등의 행태를 보이게 되면 이는 국내 보수진영의 입지를 크게 강화시키게 되고, 반면 현 정부의 입지는 반대로 약화되면서 국내외적으로 일본에 대한 양보 압박도 커져갈 것이다.

일본의 의도, 한국에서 차기 보수정권의 집권

일본은 과거 이명박 정부와 비교적 밀월 관계를 유지했고 박근혜 정부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위안부 문제 타결이란 커다란 전리품을 획득하였다.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압력 하에 한국 정부의 양보를 받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양보를 받아내는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합의로 붕괴된 것과 동일하게 현 민주당 정부의 와해도 동시에 노리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차기 정부에 보수정당이 집권하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게 한일 관계의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은 일종의 독약이다. 어느 고위 당국자는 "한일 관계는 남북보다 우선"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압력에 한국 정부가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가를 증명해주는 발언이다. 그러나 압박에 눌려 수세적으로 끌려만 다니게 되어서는 게도 구럭도 다 잃게 된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일본에게 양보를 하는 순간 국민적 지지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것이고, 정권의 안위도 위태로워진다.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위상도 높아졌고, 반면 미국과 일본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약화했다. 국민을 믿고 새로운 시대에 자신있게 대응할 일이다. 특히 일본에게 결코 굴욕을 당할 수 없다는 불퇴전의 자세로 임하게 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태그:#한반도, #미국, #일본,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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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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