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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웃픈' 영어 간판, 안 쓰면 안 될까요? http://omn.kr/1s1f1

우리가 타국살이를 시작할 때 같은 교민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듯, 한국에 사는 프랑스인에게도 그러한 공간이 있다. 그곳에는 꽤 자주 업로드되는 인기 카테고리가 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유머 코너라고 해야 할까? 바로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견하는 이상한 프랑스어 간판이나 안내를 찍어 공유하고, 실소를 나누는 곳이다! 실소도 웃음이니, 유머 코너라고 해도 손색은 없을 것 같다. 

프랑스인인 남편이 내게 보내준 잘못된 프랑스어 간판만 여태 백 개는 넘을 것이다. 영어까지 합치면 수백 개인데, 영어의 경우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실수 없이 쓴 케이스가 더 많은 반면, 프랑스어 간판은 실수가 없는 경우를 찾기가 너무나 힘들다.

가게나 브랜드 이름을 작명할 때 우리의 프랑스어 짝사랑은 정말 눈물겹다. 프랑스어 발음이 주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하고픈 것일지도 모르고, 프랑스에서 유명한 아이템을 제작하는 회사라면 제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좀 더 강조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말도 안 되는 프랑스어를 구사하고 있다면 얼마나 낯부끄러운 일인가? 그간 간접적으로 수집한 프랑스어 실수를 소개한다.

[문법 실수] 유명한 빵집 프렌차이즈도 예외 없다
 
touchante는 우리말로 '감동적인' 이라는 뜻을 지닌 형용사다. 앞에 관사 la가 필요없다.
 touchante는 우리말로 "감동적인" 이라는 뜻을 지닌 형용사다. 앞에 관사 la가 필요없다.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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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chante는 우리말로 '감동적인'이라는 뜻을 지닌 형용사다. 앞에 관사 la가 필요 없다. 관사 다음에는 예를 들어 '감동'과 같은 명사가 와야 하기 때문이다. 작명할 때 le나 la처럼 무턱대고 프랑스어 관사를 붙이는 경우가 정말 많다.  
 
heure라는 단어가 아무리 한국말로 발음이 어렵다 해도 '에흐' 정도로는 써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오흐'라고 표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heure라는 단어가 아무리 한국말로 발음이 어렵다 해도 "에흐" 정도로는 써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오흐"라고 표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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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ure du gouter는 간식 시간이라는 표현이며 프랑스어 실수는 살짝 가볍다. gouter가 아니라 goûter로, u에 악상 시르콩플렉스를 넣어 표기해야 한다. 한국말 부분의 발음이 더 심한 실수다. heure라는 단어가 아무리 한국말로 발음이 어렵다 해도 '에흐' 정도로는 써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오흐'라고 표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대로 번역하면 '차의 흰색'이다. blanc de까지는 프랑스어로 쓰다 난데없이 tea는 영어로 표기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대로 번역하면 "차의 흰색"이다. blanc de까지는 프랑스어로 쓰다 난데없이 tea는 영어로 표기한 이유를 알 수 없다.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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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만드는 프랑스어 이름 중에는 특히나 blanc(흰색) 단어가 많이 눈에 띈다. 아마도 찻집 같은데, '흰색 차'라는 말을 쓰고 싶었던 게 아닐까. 흰색 차도 이상한데, 이걸 그대로 번역하면 '차의 흰색'이다. 게다가 blanc de까지는 프랑스어로 쓰다 난데없이 tea는 영어로 표기한 이유를 알 수 없다. thé라는, 딱히 어렵지도 않은 프랑스어가 있음에도.
 
pet은 프랑스어로 '방귀'라는, 다른 뜻을 가진다. blanc은 '흰 색', 혹은 '백인'의 뜻도 있기 때문에 이 맥락에서는 '백인의 방귀'라고 읽힌다!
 pet은 프랑스어로 "방귀"라는, 다른 뜻을 가진다. blanc은 "흰 색", 혹은 "백인"의 뜻도 있기 때문에 이 맥락에서는 "백인의 방귀"라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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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이름의 단골손님 blanc이 들어간 또 하나의 실수 사례. 반려동물 관련 가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하얀(프랑스어 blanc) 반려동물(영어 pet)'을 의도한 것 같은데 이렇게 프랑스어와 영어를 난데없이 섞는 것은 어색할 뿐 아니라 한술 더 떠 pet은 프랑스어로 '방귀'라는, 다른 뜻을 가진다. blanc은 '흰색', 혹은 '백인'의 뜻도 있기 때문에 이 맥락에서는 '백인의 방귀'라고 읽힌다!
 
남성명사 앞에 써주는 관사 le를 붙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새로운'을 의미하는 nouvelle은 여성 형용사라 일치되지 않는다. le nouveau Paris Baguette로 써주어야 정확하다.
 남성명사 앞에 써주는 관사 le를 붙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새로운"을 의미하는 nouvelle은 여성 형용사라 일치되지 않는다. le nouveau Paris Baguette로 써주어야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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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조차 문을 연, 한국의 아주 유명한 빵집 프랜차이즈 파리바게트 한 지점의 내부 벽면 글귀. 파리바게트 자체가 그들에게는 외국에서 들어온 한 브랜드의 이름이므로 남성명사화시켜주는 게 맞다. 남성명사 앞에 써주는 관사 le를 붙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새로운'을 의미하는 nouvelle은 여성 형용사라 일치되지 않는다. le nouveau Paris Baguette로 써주어야 정확하다. 프랑스 이미지를 차용한 빵집 프랜차이즈에 프랑스어를 제대로 감수할 사람조차 없다는 게 슬프다. 이 지점 한 곳만의 실수이기를 바란다.
 
네 번째 단어는 une이 되어야 맞다. 그렇게 고치고 해석하면 "라이브존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 만나다"이다. 콜론 앞의 문장은 넘어간다 쳐도,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면서 그 주인공은 동사 '만나다'라니 말이 안 된다.
 네 번째 단어는 une이 되어야 맞다. 그렇게 고치고 해석하면 "라이브존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 만나다"이다. 콜론 앞의 문장은 넘어간다 쳐도,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면서 그 주인공은 동사 "만나다"라니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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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vous arrive nne chose insolite dans 라이브존 : rencontrer. 전체적으로 어색한 프랑스어이나 큰 실수만 짚어주자면 네 번째 단어는 une이 되어야 맞다. 그렇게 고치고 해석하면 "라이브존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 만나다"이다. 콜론 앞의 문장은 넘어간다 쳐도,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면서 그 주인공은 동사 '만나다'라니 말이 안 된다. 무엇을, 누구를 만난다는 것일까?

[철자 실수] 작은 점 하나로 의미가 달라진다
 
빵집의 메뉴를 '친절하게' 프랑스어로 써주고싶었나본데 철자가 틀렸다.
 빵집의 메뉴를 "친절하게" 프랑스어로 써주고싶었나본데 철자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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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의 메뉴를 '친절하게' 프랑스어로 써주고 싶었나 본데 철자가 틀렸다. palmier carrer가 아니라 palmier carré로 써줘야 한다. 
 
le나 la 같은 관사가 apero 같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명사 앞에 오며 전체 길이가 줄어들 때에는 l 다음 아포스트로피가 필요하므로 L'APERO가 되어야 맞다.
 le나 la 같은 관사가 apero 같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명사 앞에 오며 전체 길이가 줄어들 때에는 l 다음 아포스트로피가 필요하므로 L"APERO가 되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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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좋은 이름이 될 뻔했던 사례. 아페로(apéro)는 식전주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아페리티프(apéritif)의 줄임말이다. 대문자로 표기할 시 e 위의 악상떼귀는 사라지므로 거기까지도 좋았는데, le나 la 같은 관사가 apéro 같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명사 앞에 오며 전체 길이가 줄어들 때에는 l 다음 아포스트로피가 필요하므로 L'APERO가 되어야 맞다. 작은 점 하나에 이곳의 인상이 확 달라진다.   
 
악상떼귀(´)는 e의 위에만 붙는 것인데, 여기에서는 왠지 f로 이사를 가버렸다.
 악상떼귀(´)는 e의 위에만 붙는 것인데, 여기에서는 왠지 f로 이사를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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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상떼귀(´)는 e의 위에만 붙는 것인데, 여기에서는 왠지 f로 이사를 가버렸다. 

[그 외] 차라리 한국 이름은 어떤가요
 
디저트 가게에서의 '재생', 혹은 '문화부흥 시대'라... 프랑스어 원어민에게는 크나큰 의문을 자아낸다고 한다.
 디저트 가게에서의 "재생", 혹은 "문화부흥 시대"라... 프랑스어 원어민에게는 크나큰 의문을 자아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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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또(gâteau)는 케이크, 마들렌(madeleine)은 우리도 알고 있는 프랑스 전통 과자, 르네상스(renaissance)는 아마도 르네상스 시대 비슷한 느낌을 주려고 넣은 단어로 본다. 

일단 가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케이크를 의미하기에 마들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따라서 gâteau madeleine이란 이름은 굳이 한국어로 따지면 '호떡 건빵' 정도의 느낌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아래 르네상스는 맥락상 너무나도 뜬금없다. 많은 디저트를 재탄생시킨다는 의미에서 첨가한 이름으로 억지로 이해해줄 수야 있겠으나, 디저트 가게에서의 '재생', 혹은 '문화부흥 시대'라 프랑스어 원어민에게는 크나큰 의문을 자아낸다고 한다.     
 
diore라는 단어는 프랑스어 사전에 없다.
 diore라는 단어는 프랑스어 사전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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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re라는 단어는 프랑스어 사전에 없다. 딱 봐도 다른 브랜드 Dior을 따라 한 게 표가 나는데, 이 경우 틀린 프랑스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존에 있는 브랜드에 철자 하나만 슬쩍 추가하고 폰트 같은 그 외의 요소를 모조리 따라 한다는 점이 외국인 시선에서는 쇼킹하다고 한다. 

실수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범하지 않았을 종류다. 사실 철자가 틀리지 않았음에도, 이름이라 하기엔 너무나 어색하고 뜬금없는 경우가 참 많은데 거기까지 다룬다면 너무나도 많아질 것이다. 

부디 많은 사업주께서 이러한 실수 하나하나가 그 매장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셨으면 하고, 누구나 외국어 작명을 할 때나 안내를 써 붙일 때에 좀 더 신중해진다면 좋겠다. 특히나 프랑스어 이름은 공해 수준이니, 이상한 프랑스어 이름을 써 붙일 바에는 예쁜 한글 이름을 쓰는 게 어떨까 한다.

태그:#프랑스어간판, #프랑스어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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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만들기와 글 쓰기를 좋아하는 여행 가이드. 포토그래퍼 남편과 함께 온 세계를 다니며 사진 찍고, 음악 만들고, 글 써서 먹고 사는 게 평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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