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농구팬들의 예상대로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은 '박지수(KB스타즈) 천하'였다. 득점(22.3점)과 리바운드(15.2개), 블록슛(2.5개), 2점 성공률(58.3%), 공헌도(1361점)까지 기준기록 5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박지수는 BEST5와 MVP까지 휩쓸며 전인미답의 7관왕에 올랐다. 우리은행 위비의 김소니아가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프리미엄을 앞세워 박지수에게 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평생 한 번 밖에 받지 못하는 신인왕의 주인공은 광주대 출신 강유림의 차지였다. 대학무대를 평정한 후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3순위로 하나원큐에 입단한 강유림은 이번 시즌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7.33득점3.9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만장일치 신인왕에 선정됐다. 강유림은 이렇다 할 대항마조차 찾기 힘들 만큼 군계일학의 활약으로 신인왕에 선정됐다.

하지만 정규리그 마감 후 마음껏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하나원큐와 BNK 썸 뿐이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나머지 4개 팀은 오는 27일부터 곧바로 3전2선승제의 플레이오프 일정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규리그 우승팀 우리은행과 4위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지난 2018-2019 시즌 플레이오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만나 이번에도 매우 흥미로운 승부가 예상된다.

물 오른 박혜진 앞세워 2년 전 설욕 나서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 족저근막염으로 19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두 번이나 30득점 이상의 고득점을 기록했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 족저근막염으로 19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두 번이나 30득점 이상의 고득점을 기록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우리은행의 저력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외국인 선수가 없어서 골밑에서 약점을 보일 거라는 전망을 깨고 팀 리바운드 공동 1위(42.6개)를 차지한 우리은행은 박혜진,최은실, 김정은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도 통산 13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위성우 감독이 부임한 2012-2013 시즌 이후에는 9번의 시즌 동안 8번이나 정규리그 우승을 놓치지 않는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개막전에서 족저근막염 부상으로 5분 만에 교체된 후 11경기에 결장했던 우리은행의 에이스 박혜진은 리바운드나 어시스트에서 예년만큼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박혜진이 기록한 17.42득점은 6연속 통합우승 기간에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부상 복귀 후 공수 전반에 나눴던 자신의 재능을 득점에 올인한 셈이다.

실제로 박혜진은 지난 1월 24일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경기에서 3점슛 8개를 포함해 데뷔 후 33득점을 퍼부었고 지난 10일 KB와의 6라운드 경기에서도 30득점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슛감각과 득점 집중력이 절정에 달해 있는 박혜진은 3점슛 성공률 48.1%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박혜진의 집중력이 살아난다면 우리은행은 한결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삼성생명을 상대로 5승1패의 일방적인 우위를 기록한 바 있다. 그나마 5라운드에서의 유일한 1패도 신한은행전 사투 후 에이스 박혜진이 휴식을 위해 경기에서 빠진 날이었다. 지난 8번의 시즌 중 6번이나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우리은행 입장에서 삼성생명은 챔피언 결정전으로 가기 위한 '통과점' 정도로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불과 2년 전에도 삼성생명을 한 수 아래로 여겼다가 1승 후 2연패를 당하며 7연속 챔프전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정규리그에서 무려 27승을 따내고도 최종순위 3위가 됐던 아픈 기억이다. 우리은행으로서는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고 정규리그에서도 일방적으로 앞섰다 해도 우리은행이 삼성생명을 결코 만만하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언더독' 삼성생명, 김보미 외곽-김한별 파워 믿는다
 
 정규리그 마지막 2경기에서 김보미의 3점슛 성공률은 무려 66.7%(12/18)였다.

정규리그 마지막 2경기에서 김보미의 3점슛 성공률은 무려 66.7%(12/18)였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삼성생명은 외국인 선수가 없는 이번 시즌 KB와 함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팀으로 꼽혔다. 비록 박지수 같은 압도적인 센터는 없지만 리그에서 가장 영리한 빅맨 배혜윤과 힘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혼혈선수 김한별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 팀 리바운드(42.6개)와 팀 스틸(7.4개) 부문에서 6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은 정규리그에서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14승16패)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행 막차 티켓을 따냈다. 첫 25경기에서 6승을 기록했다가 마지막 5경기에서 5승을 따냈던 하나원큐의 상승세가 조금 더 일찍 시작됐더라면 4위 자리도 위험할 뻔 했다. 그만큼 삼성생명의 정규리그 성적은 임근배 감독과 선수들,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다.

14.59득점7.31리바운드4.24어시스트를 기록한 배혜윤이 삼성생명의 에이스로 활약한 가운데 시즌 막판 김보미의 엄청난 슛감각은 삼성생명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번 시즌 6.87득점 3점슛 성공률 30.9%의 평범한 성적을 남긴 김보미는 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 3점슛 12개를 포함해 평균 23.5득점을 기록했다. 만약 김보미가 시즌막판에 보여준 슛감각이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은행에게도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의 키플레이어는 역시 김한별이다. 김한별은 지난 2019년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25.33득점 4.67리바운드6.3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우리은행 격파의 선봉에 섰던 주역이다. 특히 이번 시즌엔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으면서 우리은행의 골밑은 2년 전보다 더 약해졌다. 김한별이 특유의 저돌적인 골밑 공략을 이어간다면 우리은행의 김소니아와 박지현, 최은실 등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농구팬들은 오는 3월 7일부터 시작될 챔피언 결정전에서 신흥 라이벌인 우리은행과 KB가 맞붙게 될 거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2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우리은행이라는 거함을 침몰시키는 대이변을 노리고 있다. 주력 선수 6명에 대한 의존도가 큰 우리은행에 비해 10명 안팎의 자원을 고루 활용할 수 있는 삼성생명이 효율적인 물량공세를 펼친다면 플레이오프에서 이변을 일으킬 확률도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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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2020-2021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우리은행 위비 삼성생명 블루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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