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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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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죠. 비통하지만 그래도 살아야죠. 살아야만 합니다."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변홍철 시인이 변희수 전 하사의 죽음에 대해 "(성소수자)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당부가 이것뿐"이라면서 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같은 날 변 시인이 속한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성명을 통해 "고 변 전 하사의 어렸을 적부터의 꿈이 지속될 수 있도록 늘 옆에서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함께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고 변희수 전 하사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라고 발표했다.

"성별 고정관념이 가장 팽배한 집단인 군을 향한 고 변 하사의 용기 어린 결단과 행동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과 그 부모에게 큰 힘이자 위안이자 희망이었다. 더 이상 우리 성소수자 부모들은 의분을 참을 수 없다. 성소수자에게, 우리 자녀들에게 한국사회의 차별과 혐오가 대물림되는 것을 이제는 진정 멈춰야 한다. 더 이상 성소수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 달라."

육군 6군단 5기갑여단에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했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육군은 이를 이유로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려 2020년 1월 군복을 벗게 만들었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변 전 하사는 "성별 정체성을 떠나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그 기회를 달라. 모든 성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게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변 전 하사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절벽 끝에 선 사람들... 아슬아슬하다"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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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에서 변 시인은 "트랜스젠더는 사회적인 고독감이 너무 크다"면서 "어디를 가도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진학도 취업도 항상 문제가 생긴다. 스스로 겪게 되는 고립감이 해결되지 않다 보니 언제나 아슬아슬하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트랜스젠더는 늘 낭떠러지에 서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딱히 어떤 것이 계기가 있다는 걸 누가 알 수 있겠어요. 변희수 전 하사를 포함해 용기 있게 결단한 이들의 행동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용기도 갖고 했는데 한 발짝 나아갔는데 실상은 상황이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걸 재확인 했을 뿐인 거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변 전 하사를 포함해 공개적으로 활동을 이어온 트랜스젠더 3인이 최근 한 달 새 연이어 사망했다. 지난 2월 8일 연극 <우리는 농담이(아니)야>의 극본을 쓴 이은용 작가가 숨진 채 발견됐고, 2월 24일엔 제주녹색당 소속의 인권운동가인 김기홍씨도 숨진 채 발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2020년) 트랜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설문조사해 지난 2월에 공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3%(384명)가 '지난 12개월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 있다'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다수가 "SNS를 포함한 인터넷(97.1%), 방송·언론(87.3%), 드라마·영화 등 영상매체(76.1%)를 통해 트랜스젠더 혐오표현을 접한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트랜스젠더는 일상에서뿐 아니라 학교와 직장에서도 각종 차별과 혐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교에 다닌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67%가 '수업 중 교사의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라고 밝혔다. 응답자의 92.3%인 539명은 성소수자 관련 성교육 부재,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교복 착용 등 힘들었던 경험이 한 가지 이상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에서도 트랜스젠더는 성별 정체성에 대한 불필요한 질문을 받고(17.1%), 본인의 성별 정체성을 동의없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8.9%), 성희롱 또는 성폭행(8.2%)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최근 5년간 구직 활동 경험이 있는 트랜스젠더 응답자 중 57.1%가 '성별 정체성과 관련해 구직 포기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인식 변화 위해 차별금지법 필요"

이날 변 시인이 "내 아이는 법원에서 (성별전환) 결정을 받아내는 과정부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사회적으로도 알리며 아주 좋은 조건으로 싸워왔음에도 성소수자가 겪어야 할 사회적인 압박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최소한 성정체성 때문에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피해 받지 않을 보호장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번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이 전혀 진척이 안 됐죠. 그 법 만들어진다고 일상이 얼마나 크게 달라질까 싶은데, 그럼에도 필요한 건 최소한의 보호장치이고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규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기 위한 법이라는 거죠."

변 시인이 강조한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이후 수차례 발의됐지만 일부 기독교계와 보수단체 등의 반발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모두 폐기됐다. 지난 2020년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성별이나 장애, 나이, 출신국가, 종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영역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차별금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마찬가지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변 시인은 최근 정치권에서 이어진 혐오 발언을 꼬집으며 "선거판의 논리라는게 있으니 정치인으로서 이를 이용한 것이겠지만 한편으론 정치인으로서 함부로 말을 하는 상황 자체가 참으로 안타깝다. 일련의 무책임한 혐오발언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 18일 야권 서울시장 후보 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는 "퀴어축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서울시의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소속인 김상진 의원이 "동성애로 인해 성병이 만연한다든가, 에이즈 같은 것으로 정상적인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겠느냐"라는 혐오 발언을 해 비난이 쏟아졌다.       
 
 트랜스젠더 남성인 변우빈 씨는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가족등록부 정정 신청도 본인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아버지 변홍철씨는 말한다.
 트랜스젠더 남성인 변우빈씨는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가족등록부 정정 신청도 본인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아버지 변홍철씨는 말한다.
ⓒ 변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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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시인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 말미 '성소수자의 부모로서 당부할 것이 없냐'라는 질문에 "조금만 더 살자, 조금만 더 살아있자"라는 말을 했다. "그것이 성소수자 부모로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유일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변 시인의 아들 우빈씨는 지난 2018년 2월 대구가정법원에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하는 것을 인정하는 판결을 받았다. 당시 변 시인은 판사에게 "저는 우빈이의 아비로서, 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존중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저는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아들과 같은 성소수자들의 존재는 하느님이 창조한 이 세상의 놀라운 다양함의 귀한 일부라고 믿는다. 풍성한 피조물들의 꽃밭의 한 부분에는 아이와 같은 트랜스젠더들도 당당하게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입장문을 제출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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