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돌봄SOS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50세 이상의 어르신과 장애인 및 돌봄이 필요한 시민들이 긴급한 가사, 간병 및 일상편의 서비스를 지원받고 있다. 비용도 중위소득 85% 이하 시민은 전액 지원하는데 지난해 연말까지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중위소득 100% 이하까지 전액 지원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경제 기업의 참여도 확대되었다. 지난해 집중되었던 식사 지원 이외에도 동행 지원, 주거편의(청소·방역, 집수리·관리) 지원 등이 활성화 되면서,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코로나19 시대에 더 어려워진 이웃들을 돌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돌봄SOS센터 사업이 사회적경제 기업에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 지자체가 기획하고 예산이 집행되는 분야만큼 안전한 사업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점차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복지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지 않은가. 사회적경제의 영원한 숙제인 지속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그러나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돌봄SOS센터 사업을 마냥 쉽게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 자체가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많을 뿐만 아니라, 아직 사업 초기인 만큼 서비스 단가도 비현실적인 것이 많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돌봄SOS센터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의 특성이 주민들에 대한 긴급 돌봄이라는 돌봄SOS센터의 철학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사회적경제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한살림 성윤숙 활동가.
 한살림 성윤숙 활동가.
ⓒ 한살림

관련사진보기

 
현재 종로구의 식사지원을 맡고 있는 한살림 서울 생협 돌봄사업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살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생협으로서 그 어느 사회적경제 기업보다 운영체계가 탄탄하지만, 정작 돌봄SOS센터의 도시락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좋은 재료를 고집하고, 농민들의 이익까지 생각하다 보니 도시락의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어서다.

도시락을 만들면 만들수록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한살림. 그런데도 왜 그들은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일까? 돌봄SOS센터 사업으로 매일 100개씩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는 성윤숙 활동가를 지난 22일 만났다.

조합 밖으로 확장된 한살림의 돌봄사업

- 한살림은 어떻게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거죠?

"지난해 종로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이 사업은 저희가 기존에 하는 것처럼 조합원들 사이의 돌봄이 아니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잖아요. 회의에 나가면서 내부적인 돌봄 말고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한살림에게도 사회적 책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죠."
 
돌봄SOS센터 사업에 뛰어든 한살림.
 돌봄SOS센터 사업에 뛰어든 한살림.
ⓒ 한살림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 생협의 특성상 다른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달리 도시락 단가를 맞추기 힘들지 않나요?

"사실 사업적으로 보면 상당히 부담되죠. 왜냐면 낮은 단가로 저희 인건비, 재료비, 배송비까지 다 감당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저희 재료비가 매우 비싸잖아요. 도시락 비용의 50% 이상을 재료비로 쓰죠. 그렇다고 저희가 우리 물품 말고 다른 물건을 사다 쓸 순 없고. 또 돌봄이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더군다나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도 있으니까요. 결국 비용적으로는 부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하자고 했던 건 한살림이 사회적인 역할, 돌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 한살림이 돌봄서비스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약간 의외인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한살림의 돌봄은 사실 굉장히 오래 됐어요. 한살림의 모토가 원래 세 가지예요.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 그런데 여기에 지역살림이 추가되었어요. 10여 년 전부터 지역살림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어요. 주로 주부조합원들이 많으니까 아이들 양육과 관련된 돌봄을 조합 안에서 받고 싶다는 거죠. 그리고 부모님들이 연로해지면서 어르신 돌봄, 부모 돌봄을 받고 싶다고 했죠. 그래서 조합원 대상으로 아이 돌봄, 어르신 돌봄을 이미 하고 있었어요."

중요한 건 바로 지역 
 
매일 정성스럽게 나가는 한살림 도시락 .
 매일 정성스럽게 나가는 한살림 도시락 .
ⓒ 한살림

관련사진보기

 
- 그런 조합원들 간의 돌봄을 지역으로 확장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사실 쉽지 않았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살림은 그동안 계속 성장세에 있었고 조합원이나 매출이 늘면서 자족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미션이나 가치를 강조하지 않아도 조직이 잘 운영될 수 있었죠. 조합원들끼리도 충분히. 그러다 보니 지역살림에 소홀해졌고, 지역과 연대하는 것도 소극적이게 되었죠."

- 그런데 왜 지금은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주민들과 함께 그 동네를 잘 사는 동네로 만들고 싶다는 조합원들이 많아졌어요. 지금은 돌봄이 굉장히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잖아요. 고령화 시대이기도 하고, 코로나 시대이기도 하고. 그리고 점점 더 개인이 고립되는 삶을 살기도 하잖아요. 그런 여러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의제 중의 하나가 돌봄이라고 생각했어요."

- 예전과 다르게 지역을 바라보고 계시겠네요?

"저는 돌봄이 지역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끼리, 지역 안에서 따뜻한 관계망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돌봄이 진짜 필요한 사람들이 '내가 한살림 누구에게 연락하면 도움 받을 수 있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그런 관계망을 만드는 일을 했으면 하는 거죠. 이 사업도 마찬가지로 그런 의미로 시작한 겁니다. 그런 의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배송 전의 한살림 도시락 .
 배송 전의 한살림 도시락 .
ⓒ 이희동

관련사진보기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저는 돌봄사업부로 오면서 나중에 내가 사는 동네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아프거나 몸을 못 쓰거나 다치면 내가 살던 곳이 아닌 어디론가 가야 되잖아요. 병원이나 요양병원 같은. 그런데 그곳에서의 삶은 사는 게 아니라 수용 같은 거예요. 사실 저희 시어머님이 요양병원에 계세요. 부득불 그리로 모셨지만 어머님을 보면서 저는 제가 살던 곳에서 아프거나 늙은 채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다가 거기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내가 지금 뭘 해야 하지 이런 고민을 하게 됐죠. 그럼 그런 동네를 만들어야겠다, 그런 걸 한살림이 하면 좋겠다는 고민을 했어요. 그런 걸 만들고 싶어요. 한살림 조합원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다가 죽을 수 있는 동네가 저의 목표입니다."

돌봄은 앞으로 다가오는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평균 연령은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돌봄의 망이 촘촘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는 돌봄을 개인에게 미루고 있고, 그 부담감에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또한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심각한 현실 속에서 지역에서의 돌봄을 고민하고 있는 한살림의 모습은 고무적이다. 결국 시장과 국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의 역할이며, 돌봄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곳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지역살림에 힘쓰는 한살림을 응원한다.

태그:#사회적경제, #한살림, #돌봄SOS센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