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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하는 일마다 꼬이기만 하고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안 좋은 일들이 이어진 한때가 있었습니다.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털어내고픈  마음에 지인이 넌지시 건넨 한마디를 듣고 명리학 공부를 하는 분을 찾아가 사주철학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찾아가긴 했는데 사주철학에 대한 강한 선입관을 갖고 있었기에 '그래, 과연 처음 보는 나를 두고 무슨 이야기 하나 두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팔짱을 끼고 뒤로 물러 앉아 반신반의하며 이야기를 들었어요.

처음 보는 사주철학은 과연 마음을 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데 무엇을 보고 파악을 하는 것인지 개인적인 성향을 구체적으로 맞췄습니다. 철학관을 찾아가는 일은 한 번에 그쳤지만 신기한 경험이었지요.

당시 제 고민은 내면의 문제에 가까웠습니다. 즉 마음가짐을 바꾸면 가벼워질 수 있는 상황이랄까요? 상세한 설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명리학자는 저의 성향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모범 운전자.'  

정해진 속도로 정해진 길만 오가는 융통성 없는 사람. 삶에서 일어나는 변칙, 모험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 처음 보는 사람에게 허를 찔린 기분이었습니다. 스스로 만든 틀에 삶을 끼워맞추려는데 잘 안되다보니 힘들었거든요.

"살면서 어떻게 늘 모범운전만 할 수 있겠어요? 가끔은 신호도 놓치고 가려던 길 대신 다른 길로 들어설 수도 있고 급히 달리다보면 깜빡 속도를 넘길 수도 경미한 접촉하고도 있는 것이 삶의 모습이죠." 그분이 말씀하시더군요.

적절한 비유가 와닿았습니다. 한번의 방문이 당시 상황을 확 바꿔놓지는 못했지만 종종 떠오르며 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물론 그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생각을 조금씩 바꾸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지만요.
 
 책 '아저씨 우산' 표지.
  책 "아저씨 우산" 표지.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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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아저씨 우산>에도 모범운전만 고집하던 저와 비슷한 인물 하나가 나옵니다. 아저씨는 자신의 우산이 아까워서 품고만 있는 사람이예요. 절대 젖지 않아야 한다는 완고한 기준 때문에 되레 비를 맞기까지 합니다. 

멋진 우산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길을 나섰지만 우산이 비에 젖을까? 바람에 날아가버릴까? 두려워서 펼치지 못한 채 가지고만 다녀요. 그에게 비란 성가신 일일 뿐이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는 일을 가로막는 것들이 있습니다. 철학관 문을 두드렸던 당시 제 '아저씨 우산'은 '모범 운전자'로 살아가는 것이었지요. 그 틀을 깨지 못한 저는 우산을 활짝 펼치고 비내리는 거리로 걸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지요.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많은 것을 고려하느라 하고 싶은 일을 선뜻 하지 못할 때면 그때 철학관에서 들었던 조언이 떠오릅니다. 멋진 우산을 그저 지팡이로만 들고서 비를 맞는 아저씨가 더불어 생각납니다.

젖지 않은 상태로 아름다움을 포기 못해 비가 오는데도 비를 맞던 아저씨는 우산이 없는 한 남자아이를 만납니다. 우산을 씌워달라는 아이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죠.

하지만 그 아이는 다른 아이를 만나 우산을 쓰고 걸어가며 노래 합니다.

"비가 내리면 또롱 또롱 또로롱 비가 내리면 참방 참방 참---방"

자, 아저씨는 과연 두 조그만 아이들처럼 우산을 활짝 펼쳐들고 ​즐겁게 노래 부르며 비오는 날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에 한껏 젖을 수 있을까요? 

아직 펼쳐보지 못한 멋들어진 우산을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책 <아저씨 우산>을 통해 ​'내 안의 우산은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저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https://blog.naver.com/uj0102
https://brunch.co.kr/@mynameis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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