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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가족이란 무엇일까? 연재 '비정상가족은 없다'를 통해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와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사고, 출생등록제를 통해 본 위기가족, 비혼 출산 등 가족 정책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친다.[편집자말]
우리사회는 양부모가 있는 가족만을 '정상'으로 대우하고 한부모가족은 '비정상'으로 멸시하는 나라다. '정상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염두에 두며 한부모연합 오진방 사무국장과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여 싣는다.

김종인 '정상적 엄마' 발언, 한부모의 생각은

- 지난 2월 9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미혼모 지원시설을 방문해 '정상적인 엄마가 많지 않다', '아이는 제대로 잘 보육해서 정상적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보호를 해야 하는데 엄마의 경우에 또 힘들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해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한부모가정에서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느냐'는 식의 보도는 사실 계속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심금을 울릴 기사제목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지난번 인천미추홀구 화재사건도 '라면 끓이던 형제 날벼락 코로나 시대의 비극'으로 보도됐고 사람들도 아마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었던 원인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강북구에서는 한파 속 내복 아이 사건 또한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정상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에는 맥락이 있다. 이는 추측하건대 한국한부모가족 복지시설협회에서 주장하던 시설종사자 3교대근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기사가 나고 며칠 후인 2월 18일 제384회 국회여성가족위원회에서 김미애 의원은 '한부모가족지원법 19조 중에서 한부모가족 복지상담에 대한 운영규정이 빠져 있으며 지적장애 미혼모와 위기 한부모들의 정신상담 및 치료와 케어를 위해서는 시설운영보강 및 종사자 수 확대'를 요구했다.

현재 시설 거주인원은 줄어들고 있으며 한부모가족 전체 예산의 상당수가 시설장 및 직원들의 인건비와 시설운영비로 사용되고 있다. 또 2019년 책정된 '눈물의 아이돌봄비' 44억 원도 시설거주 인원으로 한정되는 등 시설중심의 한부모복지 맥락 안에서 한부모들의 '비정상성'은 극대화됐다.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은 사회 저변에 깔린 가족차별의 불화살을 당긴 격이 됐다."

-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미혼모단체와 한부모연합단체 등이 비판하자 국민의힘 관계자는 "해당시설에 수용된 분들 중에 정신지체(지적장애) 등으로 양육이 어려운 엄마들의 얘기를 하던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미혼모가 비정상이라고 얘기를 하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해명은 해명일 뿐이다.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지만 모든 가족정책의 핵심은 이른바 '정상가족'을 통한 인구 늘리기다. 출산하지 않는 여성, 결혼하지 않는 비혼 1인 가구, 비혼 출산정책보다는 출산장려정책, 신혼부부지원정책, 비혼출산보다는 입양정책 등 이른바 가족정상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과 사회이념이 주였다. 한부모가족은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약간의 지원이 있어왔지만 사실 한부모와 그 자녀들이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지난 2014년 송파세모녀 죽음 이후 2018년 관악구 탈북모자사건 성북구네모녀사망사건 지난 12월 방배동모자의 비극까지 가족들의 잇단 죽음과 사건 뒤에 숨겨진 빈곤의 세습에는 이른바 정상성에 기반한 가족정책과 소득기준으로 나뉘는 복지정책의 한계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지금 2021년 장애인 탈시설 운동이 한창이고 노인복지 쪽에서도 지원주택을 이야기하고 있는 시점에 여전히 한부모와 미혼모는 '보호'라는 미명하에 '시설', '수용', '비정상'이라는 차별적 언어에 갇혀 정치인들에게 놀아나고 있다." 

'정상성' 앞세운 건강가정기본법, 반대하는 이유
 
팟케스트 진행중인 오진방 사무국장
 팟케스트 진행중인 오진방 사무국장
ⓒ 오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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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가정기본법'은 무엇이고 왜 그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보나.
"이 법은 2003년 7월 21일 건강가정육성법안으로 발의되어 정기국회 법안 소위원회에서 마련한 안으로 개정법률안이 올라간 후 50여 차례 개정안이 올라간 법이지만 그 목적과 정의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2004년 제정 당시 '가정은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기반이므로 가정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건강가정을 육성하기 위하여 가정 중심의 통합적 복지서비스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행정적․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제1조(목적)로 '건강한 가정생활의 영위와 가족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강조하고 제3조(가족의 정의)에 '혼인, 혈연, 입양'으로만 가족을 규정한다. 또한 제8조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 인식' 및 제9조 '가족원 모두는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항목은 2021년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0년 9월 '건강가정'에 용어 부적절성과 함께 '가족정책기본법'으로 용어변경 및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예방하기 위한 법으로의 개정안이 나왔다. 하지만 발의되지 못했고 그해 11월 한 번 더 가족정책위원회 신설, 혼인 및 출생신고 시 가족교육 정보제공 등 현 법률의 미비점을 보완해 가족정책의 추진체계를 강화하고자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건강가정기본법 발의를 반대하는 진영에서의 강력한 항의로 안건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건사고가 날로 급증하고 있는데 '건강가정'만을 앞세운 가족정상성에 기반한 가족정책이 아닌 변화하는 가족구조를 반영한 가족정책기본법으로의 법 개정은 시급하다."

- 지난 2005년 호주제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2008년 1월 1일 호주제는 폐지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제도는 아직도 성평등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가족'이라는 단어는 그 형태와 개념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호주제는 폐지되었지만 호주제가 안고 있었던 가부장성을 기반으로 한 가족제도는 여전히 건재하다. 예를 들면 부성주의원칙에서 부모협의 원칙전환은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고 건강가정기본법상의 제8조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인식'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출산장려' 위주의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현재 심각한 저출생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로 죽어가고 있는 아동들이 있고 그 몫은 고스란히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생계형 사건·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족은 더 이상 사적영역이 아닌 공적영역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동시에 1인 가구 급증 등 개인에 대한 보호 또한 철저하게 지켜지는 것이 성평등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다함께 잘 살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 2020년 6월부터 한국한부모연합은 한부모연구자, 미혼모단체, 법률가들과 함께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을 위한 모임을 결성했는데 이 모임을 결성한 취지는? 이 법의 어떤 부분을 왜 개정하고자 하나?
"한국한부모연합은 이혼, 사별, 미혼 등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을 인식하면서 생겨났다. 정책과 제도는 물론 대중매체의 차별적 시선에 대한 글쓰기와 관찰 그리고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단체다. '결손가정', '편부', '편모' 등 차별적 언어에서 '한부모'라는 인권 언어를 갖게 됐다. 정책 안에서 한부모들의 어려움을 살피기 시작하면서 2007년 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의 개정에 참여했다.

그러나 한부모가족지원법 안에서 명시된 '한부모'는 중위소득 52% 미만으로 전체 153만 가구 중 10% 정도다. 즉, 18세 미만의 아동을 키우며 저소득을 유지해야만 한부모가족지원법상의 지원을 받는다. 혼외출산의 출생등록문제, 미혼모를 비롯한 한부모를 바라보는 사회적시선, 혼외출산의 경우 양육보다는 입양을 우선시하는 정책, 미혼모의 위기임신과 출산, '독박양육'에 대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민법개정보다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내게 되었다. 이번에 대표 발의된 정춘숙 의원실의 발의안이 여가위 안으로 올라가고 통과되도록 할 것이다."

- 사유리씨의 비혼출산과 비혼양육으로 바라본 건강가정기본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비혼출산과 비혼양육에 대해서는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논의가 넓혀져야 한다. 한국은 가족의 정의가 협소하고 '아빠 없는' 아이에 대한 차별적 시선의 문제가 있다. 또한 혼외출산율의 OECD 평균은 40.7%인데 우리나라는 2.2%이고 그래서 그런지 비혼출산에 대해서도 여전히 싸늘한 반응이다. '신혼부부특별공급'을 위해 의도적으로 혼인신고를 미루거나 혼인신고를 미루고 출산을 먼저 해 청약가점을 올리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주거정책에 있어서도 가족개념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다. 가족 정책에 있어서도 결혼과 함께 가구당 지원이 아닌 개인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 출생, 양육 정책 또한 비혼 출산을 염두에 둔 가족 정책이 절실하다."

- 그동안 한부모로 살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경험은?
"내가 이혼한 지난 2001년도에는 한부모에 대한 이해나 지원정책이 전무했다. 그때 비교하면 지원은 많아졌다. 그만큼 한부모라는 것을 드러내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아동양육비(공적이전소득)를 받는다거나 부양육자에게 소송을 통해 양육비(사적이전소득)를 받거나 면접교섭을 통해 부양육자의 양육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한부모가 많고 여성한부모의 90%가 일을 하고 있더라도 비정규직과 낮은 지위에 집중되어 있어 빈곤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혼 당시 5살, 8살이었던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됐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며 경험했던 '아빠 없음'은 나의 '남편 없음'의 경험보다 훨씬 더 골이 깊게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는 법, 이제는 웃으면서 지난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난 2014년도 송파세모녀 사망사건 이후 한부모를 둘러싼 사건사고는 점점 더 빈곤의 세습으로 이어지더라. 자녀들의 돌봄사각지대 발생으로 인한 사건들, 인천형제 화재사건, 방배동 모자 비극, 여수냉장고 시신방치사건 등은 이미 개인의 형사 처분만으로는 적정수위를 넘어섰다고 본다.

가족을 둘러싼 사건사고의 해결방법에 구조적 모순해결이라는 대전제를 두어야 할 시점이다. 이 시점에 건강가정기본법을 출발로 해서 가족에 대한 개념,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가 됐다. 한부모로서의 고단함을 다함께 잘 살 방법을 모색하면서 잊어 보고자 한다."

태그:#한국한부모연합, #건강가정기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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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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