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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 앞에서 최병수. 원숭이가 HUMAN(인간)이라는 책을 읽는 것은 원숭이가 인간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이란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원숭이는 인간이 도대체 누구냐? 인간, 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자신의 작품 앞에서 최병수. 원숭이가 HUMAN(인간)이라는 책을 읽는 것은 원숭이가 인간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이란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원숭이는 인간이 도대체 누구냐? 인간, 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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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설치미술가 최병수 작가를 아시나요?"
"예! 그런데 최병수 작가는 왜 찾으십니까?
"최병수 작가가 바닷가에 설치한 작품 하나에 매료되어 작가를 만나고 싶어서요."


며칠 전 지인과 전화 통화 내용이다. 최병수 작가에게 "지인이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하자 "돌산 '비고' 리조트에서 작품을 전시 중이니 차 한잔 하게 오세요"라는 답변을 들었다. 

최병수는 국졸 출신에다 전수학교 2년 중퇴가 전부인 전직 목수였다. "그런데 왜 설치미술가가 됐느냐?"는 물음에 "먹고 살기 위해서요"라며 너털웃음을 짓다가 동행한 지인에게 작가가 된 사연을 말해줬다.

"1980년대 군사독재시절 민주화가 뭔지 운동권이 뭔지도 모르는 저에게는 그림 그리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어느날 민족미술협회 회원들이 벽화 그리는데 쓸 사다리를 짜달라고 부탁해 만들어줬어요. 우연히 유연복씨가 밑그림을 그린 '상생도'에 진달래와 개나리를 그렸다가 '신촌벽화사건'과 정릉 벽화사건'으로 경찰서에 끌려가 문초를 받았어요. 담당 형사가 직업을 묻자 목수라고 했는데 화가라고 기록해 졸지에 화가가 되어버렸죠. 허허허!"

담당 형사와 공안검사의 말도 안 되는 질문을 이상하게 여긴 그는 사회 모순에 눈뜨기 시작했고 이미지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민족미술협회 회원이 되었다. 1987년 6월 항쟁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최루탄을 맞고 피를 흘리는 이한열과 그를 부축하고 있는 사람을 그린 걸개그림을 기억한다.
    
87년 6월 항쟁당시 최병수가 그려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 건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걸개그림은 민주화의 상징이 되었다. 로이터 통신에 보도되면서부터 최병수는 유명세를 탔다.
 87년 6월 항쟁당시 최병수가 그려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 건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걸개그림은 민주화의 상징이 되었다. 로이터 통신에 보도되면서부터 최병수는 유명세를 탔다.
ⓒ 최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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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수가 그려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 걸린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가로 7m, 세로 10m의 대형걸개그림은 민주화의 상징이 되었고 로이터통신에 보도되면서 유명해졌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돌린 그는 과소비하며 멀쩡한 물건을 쓰레기로 버리면 지구는 망한다며 '쓰레기'들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루는 교토의정서에서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수면이 올라가면 펭귄도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나의 아이디어로 결합한 펭귄 퍼포먼스로 전세계에 온난화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사회문제와 함께 봄이 오는 소리를 전한 최병수 작품

돌산대교를 건너 10여분쯤 내비게이션을 따라 도착한 '비고(飛高)'에는 최병수 작가와 함께 리조트 대표인 김창주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창주 대표는 사업가지만 전남대학교 도서관에서 독서하며 종종 마주치던 사이라 눈여겨 보던 사람이다. 시설에는 그의 생각을 반영한 글들이 곳곳에 있었다. 차 한 잔 마시고 리조트를 만든 이유를 들은 후 김창주 대표에게 최병수 작가와 맺어진 인연을 들었다.
 
"만만하게 여기고 뛰어들었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고(飛高)'는 높이 날아라는 뜻이 있지만 여행을 왔으니까 마음을 '비우고'라는 뜻도 숨어 있어요. '비고'는 내 마음속 영웅을 만나는 곳입니다. 바쁘고 지친 삶의 여정에서 돌아와 쉼과 휴식을 통해 깊은 내면속 자신만의 영웅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명 했습니다. 최병수 작가를 초청한 이유는 그가 우리 지역작가로 대한민국 역사와 함께 숨쉬기 때문이며 예술의 눈을 통해 삶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저는 화가뿐만 아니라, 작가, 음악가를 초청해 쉬어가도록 할 예정입니다"
 

최병수 작가에게 김창주 대표를 만난 사연을 들었다.

"김 대표가 조형물을 설치하려는 데 적당한 사람이 없어 설치를 못하고 있던 중 제정화 교수 추천을 받았다며 연락을 해왔어요. 대화를 해보니 김 대표님은 문화에 대한 이치를 아는 사람 같았어요. 제 작품에 대해 설명해줬더니 선뜻 응해주셨어요."

꽃나무 심느라 바쁜 김 대표를 두고 최병수 작가가 설명하는 작품세계를 들여다보았다. 경도가 바라보이는 쪽빛 바다에는 별을 바라보며 하늘을 향한 여인의 얼굴이 새겨진 조각품이 세워져 있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해변을 누비는 여인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최병수가 일행을 안내한 곳에는 원숭이가 'HUMAN(인간)'이라고 쓰여진 책을 읽고 있었다.

"원숭이가 'HUMAN(인간)'이라고 쓰여진 책을 읽는 것은 원숭이가 인간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 원숭이는 '인간이 도대체 누구냐? 인간, 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죽어가고 있다' 그런 뜻입니다."
 
 머리에 별을 이고 하늘을 바라보는 여인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머리에 별을 이고 하늘을 바라보는 여인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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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수작가가 "중력의 법칙에 따르면 돌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데 역발상으로 올라가는 걸 상상한다는 걸 나타내기 위해 바위에 돌을 붙인 작품이다" 고 설명하고 있다.
 최병수작가가 "중력의 법칙에 따르면 돌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데 역발상으로 올라가는 걸 상상한다는 걸 나타내기 위해 바위에 돌을 붙인 작품이다" 고 설명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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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로 내려가니 미역과 돌을 붙여놓은 작품들이 보인다. "중력의 법칙에 따르면 돌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데 역발상으로 올라가는 걸 상상한다"는 설명을 듣고 가파른 경사지를 올라가는데 곡괭이들이 땅에 박혀 있었다. "바다에 살던 고기뼈를 상징한다"는 그의 상상력에 일행은 혀를 내둘렀다. 그를 따라 5분여쯤 올라가니 나무 그늘에 화분들이 세워져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일산에 계신 전교조 선생님들이 저를 초청해서 초등학생 100여명에게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가 뭐 아는 게 있어야죠. 나무화분을 주면서 생각나는 대로 꾸며보라고 했더니 한 학생이 붓을 만들어 심었습니다. 자신은 언론인이나 작가가 되겠다면서요. 화분에 국자를 심은 학생은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을 퍼주려고', 30센티미터 자를 심은 학생은 '자처럼 꼿꼿하게 살겠다'고 얘기하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의 상상력에 놀랐어요. 아이들 나름대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 어른들 기준에 맞춰 억지로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최병수 작가가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화분을 주고 아무거나 만들어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만든 작품이란다. 왼쪽 국자를 만든 학생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퍼주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말했고, 오른쪽 30센티 자를 만든 학생은 "자처럼 꼿꼿하게 살겠다"는 이유를 말했다고 한다.
 최병수 작가가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화분을 주고 아무거나 만들어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만든 작품이란다. 왼쪽 국자를 만든 학생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퍼주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말했고, 오른쪽 30센티 자를 만든 학생은 "자처럼 꼿꼿하게 살겠다"는 이유를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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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리니 머리에 CCTV가 달린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세상이 개판이에요. 양심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걸 형상화한 작품입니다"라고 설명한 그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지하세계를 입구를 지키는 지옥의 신 하데스의 개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작품으로 불신의 시대를 살고있는 현대인을 상징한다고 한다. "세상이 개판이라며 양심이 배밖으로 나왔다는 걸 형상화한 작품"이란다.
 그리스 신화에서 지하세계를 입구를 지키는 지옥의 신 하데스의 개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작품으로 불신의 시대를 살고있는 현대인을 상징한다고 한다. "세상이 개판이라며 양심이 배밖으로 나왔다는 걸 형상화한 작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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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백개 CCTV의 감시를 당하면서 살잖아요? 자기 스스로 제어장치가 있으면 CCTV가 필요 없잖아요. 이 개는 그리스 신화에서 지하세계 입구를 지키는 케르베로스 개입니다. 이 개 때문에 산자는 못 들어오고 죽은 자는 지옥에서 못 나가며 오직 지옥의 신 하데스의 명령만 따라야 합니다."
            
"녹슨 삽 위에 '꽃'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형상물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80세 정도 되어 보이는 정원사 할아버지가 철사를 가지고 오셔서 손을 내미는데 주름진 손에 군살이 박혀 있었어요. 저 손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낡은 삽과 꽃을 한 몸으로 그렸습니다."
 
80여세 되어보이는 할아버지 정원사가 내민 주름진 손에 군살이 박힌  모습을 보고 "저 손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웠구나!"라는 생각에 낡은 삽과 꽃을 한 몸으로 그렸다고 한다
 80여세 되어보이는 할아버지 정원사가 내민 주름진 손에 군살이 박힌 모습을 보고 "저 손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웠구나!"라는 생각에 낡은 삽과 꽃을 한 몸으로 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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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공부는 구경도 못해 본 그가 어떻게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됐는지가 궁금해 물었더니 답변이 돌아왔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공부하기가 싫어 '어머니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하면서 산에 올라 땡땡이를 치거나 물가에서 놀다왔습니다. 젖은 런닝셔츠를 나뭇가지에 널어놨는데 날아가 버려 어머니한테 혼났어요. 혼나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 수양버들 나뭇가지를 이용해 집게를 만들어 널었다가 마른 옷을 입고 집에 돌아오면 혼나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사물을 이용해 뭔가를 만드는 창의적 생각이 습관화됐고 사물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발상의 전환이 이뤄졌죠. 전공, 목수, 용접 등 다양한 직업 경험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해줬습니다."
   
해변가에 세워진 최병수 작가의 작품이다
 해변가에 세워진 최병수 작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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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는커녕 미술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그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뭘까? 교육을 받을수록 창조성을 잃어버리고 몰개성화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최병수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로 곳곳에는 벚꽃과 진달래,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었다. 그의 작품세계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는 코로나로 움츠렸던 세상에 봄이 오는 소리가 묻어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최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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