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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역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 인권운동가들
 노역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 인권운동가들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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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지역에서 함께 살기 위한 생존권 투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4400여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고 이에 저항하기 위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자진노역 투쟁에 들어갔다. 

전장연은 장애인차별을 철폐하고 장애인도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사회 변화를 꿈꾸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보장 정책을 요구해왔다. 이들의 투쟁으로 우리 사회는 조금씩 변화되었지만 '불법'투쟁이라는 이유로 4천만 원이 넘는 벌금을 물게 됐다. 서울 은평구의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도 전장연 대표로 함께 자진노역 투쟁에 돌입했다. 

- 노역투쟁을 벌였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장애등급 폐지투쟁 과정에서 행진을 했는데 장애인의 속도로 천천히 갔더니 도로를 점거했다고 갑자기 벌금이 날아왔다. 저 말고 전장연 대표 세 분도 이런 식으로 벌금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4440만원이라는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낼 돈도 없고 그래서 저항하는 의미로 노역 투쟁을 결의하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도로점거로 보고 벌금을 물렸군요. 

"우리사회는 비장애 중심주의죠. 그래서 저희는 이런 비장애 중심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장애인의 속도로 행진을 하는데 그러다보니 속도가 느려지고 뒤에 처진 이들 기다리는데 이걸 불법 점거라고 해요. 저희는 장애인의 속도로 가기 위해 그렇게 행진한 건데 말이죠."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이 노역투쟁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이 노역투쟁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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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는데 많이 힘들었을 거 같다. 

구치소 가서 코로나 검사 받고 이러저러한 검사하고 수의(囚衣) 로 갈아입었죠. 교도관들이 제가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해 잘 모르고 휠체어도 들어갈 수 없어서 교도관들이 저를 들어서 침대에 올려놓았죠. 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먹고 있어요. 근데 이걸 먹어도 진통이 심한데 구치소 안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도 없어서 힘들었죠.

이번에 저를 포함한 전장련 대표 4명이 함께 구치소에 갔는데 제가 제일 중증이었어요. 저만 들어가면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하고 혼자 고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4명이 함께 결의하고 들어갔죠. 밖에 계신 분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저는 그 다음날 나왔고 3분은 3일 뒤에 나올 수 있었어요."

- 벌금은 다 납부한 건가요?

"노역투쟁을 진행하면 하루에 10만원씩 삭감되어서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자고 했어요. 밖에 있는 분들이 노력해 주셔서 일단 납부는 했고요, 더 큰 투쟁을 준비하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 인권운동 중에서도 장애인 인권운동은 더 처절하게 진행되는 거 같다. 

"장애인을 도와줘야 하는 사람,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 때문에 우리 사회가 잘 바뀌지 않죠. 때로는 이런 동정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도 하고요. 누구는 봉사한다며 장애인 인권은 생각하지 않는 활동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장애인 비하발언을 서슴지 않죠. 그런 분위기 때문에 장애인 투쟁이 좀 힘든 부분이 있는 거 같습니다."

- 서울시장 선거가 다가왔다. 후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서울 지하철역 모든 역사에 '1역 1동선'으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필요한데 은평구만 해도 구산역과 새절역은 아직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이동권 확보는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을 때 사람들은 '그거 몇 명이나 탄다고 그러냐?'는 말을 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르신, 아이들,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죠. 이동권 문제를 장애인만의 문제로 한정 짓지 말고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공감하고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선거 때마다 정책협약 하는데 선거 이후에도 협약한 걸 잘 기억하고 실행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공약이 이행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는 이에 대해 책임을 강하게 물을 수 있는 유권자가 되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소장, #최용기, #은평, #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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