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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그믐달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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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언제 당신을 볼 수 있으려나
    괄호를 열며 괄호를 열며 가는 당신
         -성윤석 시인의 디카시 <그믐달>
 

오늘 소개하는 디카시는 계간 <디카시> 2021년 봄호에 수록된 것이다. 괄호 같은 그믐달을 초점화해서, '이제 언제 당신을 볼 수 있으려나'라며 괄호를 열며 가는 당신이라고 2행으로 짧게 언술한다. 그믐달에 화자의 당신을 투영하며 이별을 환기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믐달은 왼쪽이 눈썹 모양을 하고 있어 괄호를 열며 가는 것으로 당신의 마음이 아직 닫히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믐달은 새벽에 동쪽 지평선 부근에서 잠시 볼 있을 뿐 곧 사라진다. 이것이 화자가 노래한 당신의 정체이다. 곧 사라져버릴 당신, 그러나 아직 마음을 열어 놓은 당신이다. 그믐달의 생태와 두 줄의 언술이 하나의 텍스트로 뿜어내는 시적 광휘야말로 디카시 매혹이고 가능성을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 없이 어찌 두 줄의 언술만으로 이런 시적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겠는가. 또한 두 줄의 언술 없는 그믐달만의 사진으로 가능하겠는가.

성윤석의 디카시 <그믐달>에서 보듯, 디카시는 문자시와 차별화되는 확고한 정체성을 확보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최적화된 새로운 시의 양식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제10회 유권자의 날을 맞이해 관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는 3월 29일부터 4월 23일까지 '온택트(Ontact) 디카시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한다. 디카시공모전이 경남 고성, 양평, 하동, 진주, 보은 등 여러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나아가 인도네시아, 인도 등 해외에서도 개최되기도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유권자의 날에 선거의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투표 참여와 민주의식을 고취하기 위해서 디카시공모전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인천시선관위 관계자는 "뉴미디어에 익숙한 중·고등학생 미래 유권자들이 SNS로 소통하는 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시(詩)놀이 '디카시'를 통해 유권자의 날을 기념하고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디카시공모전 취지를 밝히고 있다.

디카시는 이미 일부 중·고등학생 교과서에도 수록이 돼 있어 학생들도 이미 알 법한 시의 장르이다. 시 놀이적 성격을 지닌 디카시의 효용성을 적극 활용해 중·고등학생의 메마른 정서를 고양함은 물론이고 공익적 의의까지 도출한다는 점에서, 인천시인천시선관위의 새로운 시도에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태그:#디카시,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디카시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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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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