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에서 열린 '충남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 전략 보고'에 참석해 발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에서 열린 "충남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 전략 보고"에 참석해 발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정부는 그간 2050 탄소중립을 비롯해 기후변화 대응을 피력하면서, 공정한 에너지 전환을 전제로 석탄화력발전소 58기 중 28기를 2034년까지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3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보령화력발전소를 방문하여 다시 한번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의 의지를 말했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일자리를 잃지 않고 시작할 수 있도록 '공정한 전환'이 필수임을 다시 제기했다. 구체적으로는 2034년까지 충남지역 화력발전소 12기를 폐쇄하고도 일자리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출발부터 노동자들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 과정에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의견은 누구도 청취하지 않았고, 비정규노동자들과 사회적 논의조차 진행되고 있지 않다.

지구를 살리고 후손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에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는 동의한다. 그러하기에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보장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대책 논의기구는 그 필요성이 시급하고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

2020년 12월 9~15일 <한겨레>는 발전노동자들과 함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 보령·신보령화력 조합원들을 통해서 발전소 직원 217명에게 설문조사를 전개했다. 당시 설문에 참여한 절반 이상(119명)이 보령지역에서 4인 이상 가족을 꾸리고 있었고, 참가자의 연령대를 나누어보면 20대 21명, 30대 71명, 40대 83명, 50대 42명이었다.

이들에게 석탄발전소 운영이 중단돼 직장을 잃게 될 경우 다른 일자리가 준비돼 있는지를 물었다. "그렇다"는 응답은 14명에 그쳤다. 탈석탄 과정에서 정부의 재교육·재취업 프로그램 참여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170명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질문과 답에 담긴 방향성은 분명하다
 
하청노동자도 에너지전환의 주체. 발전소 폐쇄에 따라 영향을 받는 사람들 모두가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피켓팅.
 하청노동자도 에너지전환의 주체. 발전소 폐쇄에 따라 영향을 받는 사람들 모두가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피켓팅.
ⓒ 이태성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문재인 정부는 고 김용균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많은 대책을 쏟아냈고 대통령은 유가족을 청와대로 모셔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고 노동 현장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년 3개월이 지난 지금 고 김용균 노동자의 동료들은 여전히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힘들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비정규직들을 한전산업개발 공공기관화 추진으로 정규직화한다는 합의는 이루었지만, 자유총연맹의 '충분한' 보상과 대책 마련 요구 앞에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많은 이들을 공분하게 했던 노무비 착복 문제도 운전 분야 노동자들은 지속적인 현실적 개선 요구로 발전사와 정부에 요청했지만 여전히 답은 없다.

또한 정부는 죽음의 외주화를 막는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관리감독을 위한 전문·독립적인 전담부서 설치와 안전·보건 인력 확충을 이야기했지만, 하청업체에 인력과 예산은 지원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2020년 12월 영흥화력발전소에서 화물노동자가 하지 않아도 되는 작업을 하다가 심장선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 이후에도 똑같이 지적되었고, 하청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태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논의를 시작하였던 경상정비 노사전협의체는 결과적으로 자본의 논리 앞에서 계약기간 연장(6년+α), 노동자 처우개선 합의로 경쟁 입찰을 지속하게 되었다.

그런 우리는 매일매일 절망과 희망 고문에 지쳐간다. 그러하기에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하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대책을 믿기 어렵다. 우리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켜볼 것이다. 정부가 "소외계층이나 지역이 없도록, 누구도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포용의 힘으로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한 그 말이 실현되도록 감시하고 싸울 것이다.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그동안 발암물질이 있는 석탄 가루를 마시며 일한 발전소의 노동자들이 '산업폐기물'처럼 취급돼서는 안 된다. "그 누구도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우리도 강조하고 싶다.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이 자회사라는 또 다른 용역 형태의 정책으로 희망 고문이 된 것처럼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에 지금 즉시 노동자와 시민사회 참여가 보장되는 사회적 에너지전환 기구를 제안하며 독일의 사례처럼 고용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논의가 법제화되는 노력을 함께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발전 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이자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인 이태성님입니다.


태그:#김용균재단, #석탄화력발전소폐쇄, #에너지전환, #공정한전환
댓글2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