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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북구청(자료사진)
 대구광역시 북구청(자료사진)
ⓒ 대구 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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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는 진로진학지원센터가 있습니다. 시가 지역 내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해소를 목적으로 2016년 서구와 남구에 처음 개소하며 시작된 사업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진로진학지원센터에서는 진로와 관련된 직업체험뿐만 아니라 진학 정보, 상담, 대입 컨설팅, 특강 등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교육 서비스의 효과가 나타나자 2018년 북구, 2019년 중구에 추가로 신설하고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북구진로진학지원센터(아래 북구진학센터)가 지난 2일 대구 북구의회에서 질타를 받았습니다. 정확히는 '문제의 ㄱ업체'에 이 센터의 위탁 운영을 맡긴 북구청에 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

북구청은 센터를 개소한 2018년부터 ㄱ업체에 3년간 운영을 맡긴 데 이어 올 2월에도 위탁을 연장했습니다. 이를 두고 안경완 구의원은 "북구의 청렴 온도는 몇 도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북구진학센터 민간위탁 관련 안 의원의 문제 제기는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16일에도 구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처벌받은 사례가 있는 법인은 공모 참가자격을 입찰 공고시부터 차단하든지 아니면 위탁법인 심사시 감점 항목에 넣어 상당 부분 페널티를 줄 것"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대체 북구진학센터 민간위탁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안 의원이 집요하게 이 문제를 잡고 있었을까요?

횡령 전력 업체와 위탁 연장한 대구 북구청

3년 전인 2018년 2월 7일 북구청 평생교육과의 의회 업무보고 내용을 보겠습니다. 이들은 북구진학센터가 그해 3월부터 전문기관 위탁운영을 통해 지역 학생들에게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진로탐색 기회와 맞춤형 최신 입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합니다. 공모 과정에는 3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대구 업체 2개와 '뮤지컬 쪽을 잘하는 서울 업체'가 1개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세 곳 중 최종적으로 '뮤지컬 쪽을 잘하는 서울 업체'가 북구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을 책임지는 센터 운영을 맡게 됐습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ㄱ업체입니다.

이 ㄱ업체는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외국어마을도 위탁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가을 수원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수원외국어마을의 부적절한 운영 논란이 일었습니다. 수원시 감사관실이 곧바로 실태 파악에 나섰고, ㄱ업체의 횡령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수원시로부터 위탁받은 수원외국어마을 2016~2018년 방학캠프 단기 인건비 2100만 원을 회식비 등으로 유용한 것입니다.

수원시는 2020년 1월 ㄱ업체의 전임 부원장을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유용한 민간위탁금 전액을 환수 조치한 뒤 위·수탁 운영 협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전임 부원장은 기소돼 지난 달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구북구진로진학지원센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대구북구진로진학지원센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대구북구진로진학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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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대구 북구청은 한 달 뒤인 같은 해 2월 북구진학센터 위탁운영 공모에서 ㄱ업체를 또 선정했고, 올해에도 ㄱ업체의 민간위탁 종료를 앞둔 2월 8일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공모 절차를 밟지 않고 연장을 결정했습니다.

정리하면, 북구청이 공모로 결정한 위탁업체가 다른 지역에서 횡령 혐의로 고발되고 위탁해지됐음에도 '우리 지역에선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며 구의원의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밀어붙였다는 이야기입니다. 북구청 측은 한 언론에 "규정상 제한 사항에 위반되는 경우가 없으면 절차상 재계약할 수밖에 없다"라고 해명했습니다만, 분명 문제 있어 보입니다.
     
정말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북구청장 이름으로 제출하고 제정한 조례를 어기면서까지 위탁을 연장시켰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10월 26일 북구청장이 제출한 '대구광역시 북구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 북구의회에서 가결돼 그해 11월 13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이 조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제12조(재계약) 구청장은 재계약하고자 하는 경우 위탁기간 만료 90일 전까지 재계약 적정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민간위탁 종료 시점(2021년 2월 28일)의 90일 전인 2020년 11월 30일까지는 적정 여부를 결정해야 했는데, 북구청은 해를 넘겨 2월 8일 위원회를 개최한 것입니다.

구청장이 만든 조례도 무시... 이게 진짜 문제다

북구청 관계자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습니다. "조례가 갑자기 만들어져서 시한을 지키기 어려웠다"며 "앞으로도 맞추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신설 조례 규정은 성과평가 결과와 감사결과를 반영해 재계약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취지, 처리시한을 효력 규정으로 볼 수 없음"이라는 법률 자문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설명입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조례는 의원들이 다수결로 밀어붙인 게 아니라, 북구청장이 제출하고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북구청 평생교육과는 '시한을 지키기 어렵다'는 답변과 더불어, 합당한 논거를 갖추기 위해 법적 자문까지 받은 것입니다.
 
대구 북구의회에서 질의 중인 안경완 구의원
 대구 북구의회에서 질의 중인 안경완 구의원
ⓒ 백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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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관리 조례는 갑자기 만들어졌을까요? 아닙니다. 입법예고 최초 공고일은 지난해 8월 25일이었고, 약 두 달 뒤인 10월 13일 북구의회 심사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미 관련 조례가 준비되고 있음을 알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혹여 북구청 행정시스템이 워낙 복잡해 재계약 적정여부 결정 기한인 11월 30일을 못 맞췄다 하더라도, 해를 넘겨 위탁 종료가 임박한 2021년 2월에서야 심사위원회를 개최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도 맞추기 어렵다'는 답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조례는 만들 필요도, 지킬 필요도 없다'는 말일까요? 아니면 '기초지방자치단체 행정부는 조례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일까요?

대구 북구청이 스스로 문제를 돌아보길 바랍니다.

태그:#대구 북구, #민간위탁,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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