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12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만두(암컷 18개월)는 래브라도 레트리버와 풍산개의 믹스견이다. '도움견'으로 활약할 만큼 영리한 레드리버의 유전자와 호랑이를 사냥하는 개라 불릴 정도로 용맹한 풍산개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똑똑하고 날렵했다. 집중력도 좋았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에) 좋은 점만 타고 났다면 좋았겠지만, 만두의 유전적 특성은 그 반대로 작동했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마 보호자는 폐공장에 태어나서 방치되어 있다가 구조된 만두를 데려오게 됐다고 했다. 생후 10일 정도 됐을 때였다. 원래는 시골에 있는 친정에 보낼 계획이었지만, 젖을 먹이고 배변을 치우다보니 어느덧 정이 들어 계속 키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이 많고 따뜻한 보호자였다. 엄마 보호자가 만두에게 더욱 애틋한 건 중성화 수술로 인해 고생했던 기억 때문이었다. 

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고 며칠이 지났을까. 만두의 배가 부풀어 올랐다. 깜짝 놀라 재수술을 했지만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했더니 의료 과실로 인한 탈장으로 밝혀졌다. 만두는 총 세 번의 중성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물론 지금은 건강을 회복해 장난꾸러기로 성장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만두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가족 모두에게 입질을 하는 반려견 만두

"만두가 큰딸을 놀잇감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엄마 보호자)
"건달 하나가 집에 있는데? 건달인데, 건달." (강형욱 훈련사)


역시 문제는 입질이었다. 만두는 가족 모두에게 입질을 했다. 장난을 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을 자주 넘었다. 장난이 지나치면 괴롭힘이 되는 법, 특히 체격이 작은 큰딸 보호자를 심하게 괴롭혔다. 만두는 시도때도 없이 점프를 하며 공격했고, 테이블 위로 올라가는 무례한 행동도 일상적이었다. 사정을 하고 단호하게 혼내도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설픈 블로킹은 만두를 자극하기만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만두는 손에 예민한 편이었다. 또 물건에 대한 집착도 강해 가지고 놀고 있는 물건을 빼앗으려고 하면 즉각 반응했다. 만두가 볼펜을 물고 놓지 않자 엄마 보호자는 행여나 삼키진 않을지 노심초사했다. 결국 간식으로 유혹해보기로 했지만, 만두는 간식을 쥐고 있는 엄마 보호자의 손을 향해 갑자기 달려들었다. 음식에 대한 집착이 공격성으로 발현된 순간이었다. 

엄마 보호자는 빈번하게 들리는 개물림 사고 소식에 불안해 만두를 시골로 내려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시골에 다녀오고 나서 만두는 더 사나워졌다는 것이다. 눈빛이 변했고,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시골 생활 전에는 가벼운 입질 정도였지만, 지금은 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공격성을 줄이기 위해 산책을 많이 시키고 있지만, 만두의 힘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 털어놓았다. 

강형욱의 경고
 
 12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12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저는 <개는 훌륭하다>를 하면서... 바라는 것 하나가 좋은 보호자는 친절한 보호자를 상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좋은 보호자는 (반려견에게) 삶의 규칙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보호자예요." (강형욱 훈련사)

강형욱은 풍산개는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사람이 길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야만 호랑이도 잡는 용맹성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초보자가 키우기엔 아무래도 힘든 견종이었다. 게다가 만두는 레트리버의 머리와 풍산개의 몸을 갖춘 개가 아닌가. 이런 개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착한 보호자'를 만나면 '맹견'이 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만두는 아마도 그 경계선에 서 있었다. 

먼저 투입된 이경규와 장도연은 만두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경규가 무심코 흔든 손에 만두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다. 언제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보호자들이 뒤에서 끌어안다시피 하고 말라지 않았다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번에는 입마개를 하고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엄마보호자는 어르고 달라가며 입마개를 채우는 데 간신히 성공했다. 

"전 보호자를 못 믿겠어요. 엄청나게 사나운 갠데 보호자님이 전혀 인식을 못해요." (강형욱)

보호자가 없어지자 만두는 꼬리를 내렸다. 두리번거리며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공격성을 탑재하고 있었다. 강형욱은 이경규에게 간식을 손에 쥐고 냄새만 맡게 해보라고 요청했다. 간식 앞에 앉거나 엎드리는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지난 주 공격성이 강했던 덩구도 곧잘 참아냈던 테스트였다. 하지만 만두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정신 없이 달려드는 만두를 지켜보던 강형욱은 두눈을 질끈 감았다. 만두는 덩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그런데도 엄마 보호자는 산책을 나가면 어떠냐는 질문에 "밖에 나가면 세상 천사예요"라며 만두를 비호했다. 엄마 보호자는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지금까지 큰 사고가 터지지 않았던 건, 그나마 보호자들이 만두를 외부와 격리시키려 애썼기 때문이었다.

"지금 여기서는 키울 수 없는 개"
 
 12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12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결론을 먼저 말씀드릴게요. 키우면 안 돼요. '어머 어떡해'가 아니에요. 지금 여기서 키울 수 없는 개예요." (강형욱)

강형욱은 상담이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만두가 심하게 짖자 엄마 보호자에게 목줄을 당겨서 통제하도록 지시했다. 지금은 힘으로 제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훈련의 목표는 목줄을 죄어서 짖음을 멈추게 하는 것이었다. 짖을 때마다 목줄을 꽉 당겨야 했다. 강형욱은 스스로 불편해서 안 짖게 해야 한다며, 심하게 말해서 목을 졸라서라도 조용히 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엄마 보호자는 "지금 여기서는 키울 수 없는 개"라는 강형욱의 청천벽력 같은 진단에 눈물을 흘렸다. 강형욱이 결론부터 말한 까닭은 호락호락한 상태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보호자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만두의 문제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 변명으로 일관했던 건 아닐까. 강형욱은 보호자를 무는 천사도 있냐며, 물리고도 오히려 미안해하는 보호자들을 각성시키려 애썼다. 

"지금 만두가 가엽다거나, 미안하다거나 이런 생각이 든다면 보호자님은 곧 사고 칠 개의 보호자가 될 거예요. 그리고 사고를 막지 못할 거예요." 

엄마 보호자는 어떻게든 열심히 배워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사나운 반려견과 마음 여린 보호자, 강형욱은 이들을 위한 해법을 찾으려 고심했다. 그리고 목줄을 건네받았다. 만두는 즉시 꼬랑지를 내렸다. 강자를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달려들거나 물지 않았다. 강자 앞에서는 영락없는 천사였다. 문제는 약자를 얕잡아 보는 경향이었다. 강형욱이 돌아간 다음에는 어찌할 것인가. 

강형욱은 만두의 불편함을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정하는 게 아니라 단호하게 말하고 대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더 이상 만두를 불쌍하게 여기지 말아야 했다. 훈련 도중, 만두는 갑자기 짖기 시작하더니 온몸으로 반항했다. 가만히 두고 볼 강형욱이 아니었다. 그는 강자가 누구인지 만두에게 명확히 인식시켰다. 기선 제압을 하며 압박했다. 만두는 납작 엎드리며 항복 선언을 했다. 

달라진 고민견 만두, 그러나...
 
 12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12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이번 훈련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사람을 향해 짖을 때는 통제를 해야 한다는 것, 목줄을 죄어서라도."
"측은하긴 한데 그런 마음을 갖지 말라는 것에 마음을 굳게 먹으려 했어요. 불쌍하고 측은하고... 선생님 보시면 뭐라 할랑가 모르겠지만..."


강형욱은 둔감화 훈련을 통해 만두가 코 앞의 먹이에 반응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상당히 많이 개선된 모습에 보호자들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강형욱은 교육의 고삐를 늦추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만두에게 둔감화가 요구됐다면, 보호자들에게는 예민화가 요구됐다. 만두의 시선이 먹이를 따라갈 때마다 확실한 통제가 필요했다. 민감하게 반응해 만두의 시그널을 체크해야 했다. 

마지막은 산책 훈련이었다. 밖으로 나가자 만두는 여전히 목줄을 당기며 예전처럼 행동했다. 돌격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강형욱은 만두가 튀어 나가면 목줄을 당겨 제지했다. 같은 훈련이 반복되자 만두는 확실히 달라졌다. 개선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그럼에도 강형욱은 조심스러워 했다. 행동 교정을 위해서는 꾸준한 산책이 필수인데, 그런 면에서 주변 환경이 아쉬웠다. 

동네에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약자를 잘 알아보는 만두는 주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강형욱은 2개월의 시간을 더 가져보자고 제안했다. 보호자들의 의지와 개선 가능성을 고려한 결론이었다. 엄마 보호자에게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 보라고 당부했다. 과연 만두는 달라질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결국 '보호자'에게 있다. 보호자가 달라진 만큼 반려견도 달라지는 법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개는 훌륭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