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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9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9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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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문재인 정부는 위기, 그것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안팎의 전례가 말해주듯 대통령이나 정부의 위기는 지지율의 하락과 지지기반의 균열로 나타난다. 지지율 하락의 요인만 발생할 경우엔 수습이 가능하거나 쉽다. 그러나 이 하락이 균열과 결합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그 기로에 서 있다." - 2020년 12월 21일자 <한겨레> 칼럼 '세상읽기'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으로 임명된 이철희 지식디자인연구소장(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과 넉달 전 문재인 정부를 "위기, 그것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진단은 4.7 재보궐선거 여당 참패라는 결과로 입증됐다. 

문 대통령이 주로 친문계를 참모로 기용해왔던 전례에 비춰봤을 때, 이철희 전 의원을 발탁한 것은 4.7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쇄신' 요구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정무수석의 역할은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을 보좌하는 자리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석일 때 비서실장 업무를 대리하는 '선임 수석'이다. 그만큼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다.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청와대 관계자' 중에선 '핵+핵심 관계자'라 할 수 있다. 

2019년 10월 15일 이철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국 사태로 여야가 무한정쟁을 벌였고 여당은 '조국 수호'로 뭉친 상황이었다. 바로 전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다. 

이 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부끄럽고 창피하다"라고 썼다. 또 "검찰은 가진 칼을 천지사방 마음껏 휘두른다.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하고 다른 이의 티끌엔 저승사자처럼 달려든다. 급기야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도 했다. 

'재선'을 내던지면서 '자유발언권'을 얻은 이철희 정치평론가는 방송 활동 등을 통해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 쓴소리를 내왔다. 내정 직전까지 SBS 라디오 '이철희 정치쇼'를 진행했다. 

SBS의 4.7 재보궐선거 개표방송에 출연한 이철희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을 보고 찍은 것은 아니다, 민주당을 혼내느냐 마느냐가 핵심이었다"며 "이번에 회초리를 들 것이냐 말 것이냐가 유일한 잣대였는데, 이번만큼은 혼내야겠다는 것이 분명한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것이 어떻게 보면 표심을 많이 바꾼 기저요인이 될 수 있었다"며 "그동안은 '힘이 없어서 못했다'는 얘기를 할 수 있었는데, 180석을 가지고 나면 그 변명이 안 통한다. 민주당은 '과연 우리가 이 압도적인 의석을 가지고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 정도 격차면 어떤 변명이나 핑계댈 것이 없다"며 "국민들이 따끔한 회초리를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어정쩡하는게 지는 것보다 아프게 지는게 더 약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철희 정치평론가를 정무수석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선거 참패에 대한 생각이 이철희와 같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인 8일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부족했고, 실패한 것을 인정한 것이다. 

"유권자를 믿는 쪽이 이긴다"는 이철희를 선택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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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평론가는 지난 12일 <현겨레> '세상읽기' 칼럼에 다음과 같이 썼다. 

"승리가 보이는 앞면이라면 보이지 않는 뒷면의 얼굴은 패배다. 여야가 선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유권자는 차가운 현자다! 나라면 이를 믿고 뚝심 있게 실천하는 쪽에 걸겠다."

"유권자는 차가운 현자"라는 이철희를 발탁한 것은, 유권자를 믿고 뚝심 있게 실천하겠다는 다짐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실천할 것은 무엇인가. 같은 칼럼에 이철희 평론가의 해법이 이미 제시돼 있다. 

"지금의 위기는 '약하게 그리고 급하게' 뚫으려 해선 극복되기 어렵다. 의도적 고립에서 벗어나 국민과의 다층적 소통을 늘림으로써 서민적 감수성을 회복해야 한다. 지지기반의 균열을 막기 위해선 정치 프레임에서 사회경제적 프레임으로 바꾸고, 담대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어정쩡한 절충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남은 1년, 문 대통령은 이철희 정무수석과 함께 레임덕을 막고 정권 재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차가운 현자의 마음을 봄눈 녹듯 녹여내릴 수 있을까. 

태그:#문재인, #이철희, #정무수석, #발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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