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썬더 포스' 포스터

영화 '썬더 포스' 포스터 ⓒ 넷플릭스


지난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썬더 포스>는 슈퍼 히어로물 패러디 코미디 영화다. '미스클리언트'라고 불리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슈퍼 빌런들에 의해 세상이 온통 혼란에 빠진 어느날, 그들의 초능력 공격에 의해 과학자 부모님을 모두 잃은 꼬마 에밀리(옥타비아 스펜서 분)는 아빠, 엄마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에 매진, 엄청난 대기업의 CEO가 된다.

동급생들로 부터 따돌림 신세였던 에밀리를 지켜준 건 유일한 친구 리디아(멜리사 매카시 분) 뿐이었지만 두 사람은 사소한 오해 속에 대학 시절 이후 절교 상태에 놓이고 만다. 이후 리디아는 학교 동창회 모임을 위해 에밀리 회사 연구실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기기 조작 실수로 인해 특수 약물 주사를 맞게 되면서 엄청난 초능력자로 거듭나게 된다. 

시카고 시장 선거전이 한창이던 그 무렵 도시는 미스클리언트들의 대공습에 위협에 놓인다. 시장 유력 후보 윌리엄은 악당들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지지세를 확장하지만, 사실 그는 신분을 숨긴 미스클리언트들의 수장 '더 킹'이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리디아와 에밀리는 힘을 합쳐 '썬더 포스'라는 이름의 2인조 슈퍼 히어로팀으로 악당들과 목숨을 건 전쟁을 펼치게 된다.  

슈퍼히어로 패러디 + 연기파 스타 배우 대거 출연
 
 영화 '썬더 포스'의 한 장면

영화 '썬더 포스'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영화 <썬더 포스>의 큰 틀은 여성 스타배우들의 협업, 그리고  마블+DC코믹스의 히어로 영화를 차용한 패러디 코미디라는 점이다. 이 작품의 제작자이기도 한 멜리사 매카시는 2013년 <내 인생을 훔친 사랑스러운 도둑녀>를 시작으로 <히트> <태미> <스파이> <더 보스> 그리고 <고스트 버스터즈>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201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할리우드의 '늦깎이 희극지왕'으로 각광 받은 인물이다.  

​천재 과학자이자 투명인간 변신 능력을 얻는 CEO 역을 맡은 옥타비아 스펜서는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동시에 수상한 <헬프>를 비롯해서 <히든 피겨스>, <세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설국열차> 등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연기파 배우다. 그외 역시 아카데미+골든글로브를 차지한 <더 파이터> 멜리사 레오, 에미상을 받은 제이슨 베이트먼과 바비 카나베일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스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특별한 유전적 영향을 받은 초능력자 빌런은 <엑스맨>에서 자주 봐온 친숙한 캐릭터다. 2005년 디즈니 코미디 <스카이하이> 같은 코미디에서 활용할 만큼 기존 히어로물 패러디 할리우드 영화에선 종종 목격할 수 있는 구성이기에 유명 스타들을 대거 동원한 <썬더 포스>에선 어떤 방법으로 웃음을 선사할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심지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폼 클레멘티에프가 이 작품에서도 초능력을 지닌 주요 출연자로 등장하기에 <썬더 포스>는 노골적으로 마블 영화 비틀기를 암시하기도 한다.

평이한 연기 + 어디서 웃어야 할지...대략 난감 코미디
 
 영화 '썬더 포스'의 한 장면

영화 '썬더 포스'의 한 장면 ⓒ 넷플릭스

 
​하지만 이 작품은 슈퍼히어로 코미디의 재미, 연기파 배우들을 통한 작품의 완성도 측면 모두에서 기대 이하 수준을 보여주고 만다. 2018년 <라이프 오브 더 파티>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멜리사 매카시 표 코미디는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SNL류의 미국식 코미디를 가장 맛깔나게 스크린에서 보여준 그녀였지만 여기선 친구의 능력에 줄곧 질투심을 드러내는 평범한 40대 인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리저리 구르고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 또는 슬랩스틱 코미디도 등장하지만 단발성 웃음 유발 장치로만 기능할 뿐이다. 

대기업 회장이면서 초능력을 지닌 반전 캐릭터를 맡은 옥타비아 스펜서 역시 기존 작품 속 흡인력 강했던 연기와는 거리감을 둔 채 능력을 허비한다. 두 명의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여성 버디물'을 꿈꿨지만 조화로움이 결여된 캐릭터들로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다. 이는 빌런 집단의 우두머리 '더 킹'을 맡은 바비 카나베일, '가재발'을 지닌 사나이 제이슨 베이트먼 등에게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한때 절친 사이였지만 절교, 우여곡절 끝에 화해하고 서로 힘을 모으는 일련의 과정은 그저 평범하게 흘러가기만 한다. 100분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깔깔대며 웃음을 유발할만한 장면이 별로 없다보니 코미디물로서의 매력은 0점에 가까울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히어로 영화에 걸맞은 화끈한 액션, 화려한 CG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이밖에 <태미>를 시작으로 벌써 다섯 작품째 매카시와 호흡을 맞춘 감독이자 남편이기도 한 벤 팰콘의 한숨 나오는 연출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리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극장 개봉 대신 OTT로만 선보이는 게 어쩌면 제작자 매카스+팰콘 부부에겐 '천만다행'일 수도. 넷플릭스라는 브랜드는 그동안 "볼 만한 영화, 드라마 많은 곳"이라는 인식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해왔지만 <썬더 포스>의 등장 만큼은 거의 배신에 가깝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넷플릭스 썬더포스 멜리사매카시 옥타비아스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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