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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북한의 김일성 동상 제막식 장면
 1950년대 북한의 김일성 동상 제막식 장면
ⓒ 해냄에듀 한국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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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 동안 아이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알겠다. 그들이 통일에 대해 아예 무관심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대학 입시에 목맨 고등학생들이 통일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만큼 한가하지 않은 탓이라 여겼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뿌리 깊은 반감' 때문이었다.

북한 혐오. 예외가 없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의 공통된 정서다. 북한의 경제적인 곤궁함 때문만은 아니다. 남과 북의 통일이 우리나라에 경제적인 보탬이 되기는커녕 해악을 끼칠 거라는 강퍅한 인식이라면, 그나마 온갖 통계를 그러모아 따져볼 수 있는 여지라도 있다. 그들에게 북한은 애초 '온전한' 나라가 아니다.

북한 향한 뿌리 깊은 반감

아이들은 북한을 봉건 왕조 국가라거나 중세 신정 체제 같다고 말한다. 그렇게 단언하는 근거는 명확하다. 세계의 어느 나라가 권력을 3대째 세습하고 있느냐는 것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이 북한 주민들의 가장 중요한 명절이라는 점을 꼽았다. 입만 열면 '수령님의 은혜'라고 말하는 그들의 모습은 흡사 광신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조롱한다.

그런가 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북한의 공식 국명도 문제 삼는다. 봉건 왕조를 방불케 하는 나라가 스스로 민주주의와 공화국 운운하는 게 우스꽝스럽다고 말한다. 공화국이란, 말 그대로 세습 권력을 인정하지 않고 선거를 통해 주권을 위임받은 국민의 대표가 통치하는 국가 아니냐는 거다.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없다는 것도 혐오의 주요 근거다. 종교를 부정하는 사회란 그들의 상식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에 견줘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교회나 성당에 다닌다는 아이가 여전히 서너 명 중 한 명 꼴이다. 심지어 한 아이는 언젠가 TV에서 스님이 입은 승복에도 김일성 부자의 배지를 달고 있더라며 황당해하기도 했다.

솔직히, 북한에 대한 지식이 아이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나로서도 '반박 불가'다. 그렇듯 북한을 혐오하는 아이들에게 통일 교육은 언뜻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생김새와 언어 말고는 같은 게 하나도 없다고 여기는 그들에게 북한에 대해 함께 공부해보자는 권유가 생뚱맞게 들리는 건 당연지사다.

아이들은 북한을 괴뢰 집단으로 명명하거나 무찔러야 할 적으로 여기진 않지만, 그렇다고 통일을 바라는 경우도 거의 없다. 굳이 토론을 시켜보려고 해도, 아무도 통일되어야 한다는 주장 편에 앉으려 하지 않는다. 통일되어야 하는 이유보다 지금 이대로가 더 나은 이유를 대는 게 훨씬 설득력이 있고 근거 또한 많다는 거다.

요컨대, 통일 교육은 아이들의 가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맹목적인 북한 혐오를 떨쳐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나날이 커져만 가는 이질감은 북한 혐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5천 년을 함께 살았고, 고작 70년 떨어져 살았다'며 희망을 이야기했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이질감은 심각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북한 혐오가 북한 주민이 아닌, 정치 체제에 대한 혐오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주민에 대한 연민과 북한 정권에 대한 반감이 분리되지 않은 채, 북한 혐오로 뭉뚱그려져 있는 셈이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들이 수업 시간 북한에 대해서 배운 거라곤, 북한 독재 정권에 관한 내용뿐이다.

북한 주민의 생활상은 소략하거나 폭압적 독재 정권에 시달리는 모습으로만 그려진다. 아무리 억압적인 사회라고 할지라도, 그들 역시 가족끼리 소소한 행복을 찾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며, 이웃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평범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도, 사회 전체가 정치 체제의 종속 변수처럼 서술돼 있다. 교과서엔 주민의 삶은 없고, 정권의 이야기만 빼곡하다.

그러다 보니, 북한은 독재 정권이 지배하는 공산주의 사회이고, 남한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주저 없이 답변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남과 북이 갈라선 당시부터 애초 갈 길이 달랐다는 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소련과 미국으로부터 서로 다른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인 순간부터 이미 미래가 결정되었다고 믿고 있다.

이승만도? 사진 한 장이 가져온 '나비 효과'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한 매스 게임에 동원된 학생들의 모습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한 매스 게임에 동원된 학생들의 모습
ⓒ 해냄에듀 한국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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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막막해하던 그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물꼬가 터졌다. 교과서에 실린 사진 한 장이 남과 북의 이질감을 누그러지게 하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다. 공산주의냐, 민주주의냐의 문제가 아니라, 분단과 전쟁 이후 남북 모두 오랫동안 독재 정권이 국민의 삶을 옥좼음을 증명하듯 보여주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사진은 1950년대 이승만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하는 매스 게임에 동원된 중고등 학생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운동장에도, 관중석에도 동원된 학생들이 빼곡한데, 대통령의 초대형 사진이 한가운데 우뚝하다. 취임 이듬해인 1949년 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생일은 국가 기념식으로 진행되었고, 국기 게양이 의무화됐다. 말 그대로 이승만 우상화 작업이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김일성 우상화라면 익히 들어봤어도, 이승만 우상화는 금시초문이라는 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게 어찌 가능한 일이냐며 되레 반문하기도 했다. '태양절'이 북한 혐오의 이유라던 아이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적어도 4.19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도 '태양절'이 있었던 셈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6.25 전쟁 직후 남북의 독재 정권이 똑같이 야만적인 행태를 보였다는 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놀라운 수확이었다. 그제야 아이들은 '적대적 동지 관계'라는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게 됐다는 눈치였다. 지금껏 김일성의 일당 독재와 이승만 독재 정권을 대조하는 교육은 사실상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과서의 서술부터 단원 배치까지 별도로 편성됐다.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한국사 교과서가 대폭 개편된 효과다. 알다시피, 개정된 한국사 교과서는 개항 이후 근현대사 부분이 전체 분량의 3/4에 이른다. 근현대사 중심의 교과서 개편은 학계와 교육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안으로, 역사 교육의 본령에도 부합하는 변화다. 동시적으로 남과 북의 사회 모습을 대조하도록 구성되어 있어 학습에 여러모로 유용하다.

아이들은 김일성의 반미주의와 이승만의 반공주의가 내용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는 사실을 정확히 간파해냈다. 전쟁 직후 정적 제거를 위한 피비린내 나는 숙청 역시 목적도, 방법도, 시기도 거의 똑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 아이는 김일성이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활용한 반미주의가 자충수가 되어 되레 국제적 고립과 경제 침체를 자초한 것 같다는 주장도 폈다.

사진 한 장이 가져온 '나비 효과'다. 다시금 통일 교육은 역사 교육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절감하게 된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라는 틀에 박힌 이분법적 사고를 혁파하려면, 해방 이후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할 듯하다. 이전까지 아이들이 북한의 역사에 대해 아는 거라곤, 주체사상과 천리마 운동, 그리고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뿐이었다.

통일 교육에 지금껏 '공자 왈, 맹자 왈'이었던 교과서의 도움을 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방해만 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겼다. 다른 곳의 사진이나 영상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면, 일단 의심부터 했을 게 틀림없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통일 교육에 임하고 있는데, 교과서의 공신력을 활용할 방법부터 찾아봐야겠다.

아이들의 북한 혐오가 완고한 상황에서, 통일 교육은 최대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지나친 충격을 주어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통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며 당위적으로 접근해서는 아이들을 감화시킬 수 없고, 합리적인 근거와 논리로 차분하게 설득해나가야 한다.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것에 아이들은
  

최근의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요즘 북한이라는 국명을 조선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아이들과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는 한 동료 교사의 문제 제기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의외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북한이라는 건 '북쪽의 대한민국'이라는 뜻으로, 흡수통일을 전제하는 명명이라는 지적에 적잖은 아이들이 동의했다. 과거 '괴뢰 집단'으로 부르던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UN에 공식 가입됐다는 이유만으로 '정상 국가'로 인정할 순 없다는 아이들도 많다. 국제 사회가 두루 인정하듯, 실상은 '권력을 세습하는 봉건 왕조' 아니냐는 거다. 그들이 우리를 남조선이라고 칭하듯, 우리도 북한이라고 명명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런 주장도 나온다. 남과 북 모두 통일을 염두에 둔다면, 대한민국과 조선이라는 서로 관련이 없는 듯한 이름으로 불리기보다, 남과 북의 주민들에게 나머지 반쪽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같은 이름을 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이라 부르고, 북한에서 남조선이라 부르는 게 통일에 장애가 되진 않을 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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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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