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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 플랫폼의 업무 구조
 외주 플랫폼의 업무 구조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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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플랫폼 노동'이라고 하면 배달 노동자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사실 이 세상에는 라이더 외에도 다양한 외주 플랫폼이 존재한다. 가사 노동 플랫폼도 있고, 교육 플랫폼도 있으며, 디자인이나 번역 같은 외주 노동 플랫폼도 있다. 오늘은 많은 청년들이 이용하는 외주(디자인, 번역, 교육 서비스, IT 등)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온라인 외주 플랫폼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기차 플랫폼 같은 웹상의 연결 공간이다. 이전의 중개 사이트를 생각하면 된다. 이들은 노동력 제공자(디자이너, 번역가, 과외 선생님 등)와 서비스 수요자(주로 클라이언트라고 불리는)를 연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그 모델과 유형은 플랫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서로 연결만 해주는 곳도 있고, 결제와 작업 과정까지 전부 플랫폼 내부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경우도 있다.

플랫폼의 악영향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에서의 노동력 거래는 특별히 규제를 받거나 감시를 받지 않는다. 때문에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율이나 광고비, 갈취에 가까운 여타 불공정한 행위도 크게 규제받지 않으며, 노동시장에 미치는 악영향 등에 대한 규제도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

첫째, 가장 유명한 모 외주 플랫폼의 경우 수수료가 20%에 육박한다. 여전히 아는 사람에게 '믿음을 기반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기는 K-정서상, 이러한 얼굴 모르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플랫폼에 나오는 일감은 대부분 소규모일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스타트업, 개인, 소규모 자영업자 등이 일감을 맡기게 된다.

소규모 프로젝트이다 보니 50만 원도 되지 않는 거래들이 많건만 플랫폼은 그 1/5을 수수료로 떼어간다. 그토록 난리가 났던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를 생각하면 정말 최소한의 시스템 구축과, 판매인들이 직접 작성한 정보를 올려만 주는 것 치고는 대가가 가혹하다.

둘째, 노출 빈도 또한 문제다. 처음 플랫폼에 진입하면 내 게시물이 자동으로 소비자들에게 보일 리 없다. 플랫폼은 새로 진입한 사람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기보다 이들에게 고가의 광고비를 지불하도록 하는 쪽을 택했다.

셋째, 구조상 가격을 전면에 내세워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가격 깎기 등의 출혈 경쟁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플랫폼에 올라온 낮은 미끼 가격이 외부로 보이기 때문에 창작자의 노동에 대한 인식 전반을 저하시킨다. 때문에 지금은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결국 해당 업종의 용역 노동자라면 그 가격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조사에 참여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외주 플랫폼 노동이 지속 불가능한 노동이라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단가는 너무 싼데 상위에 노출되려면 높은 광고료도 자기 부담, 어쩌다가 연락 와서 찔러는 보는데 시간을 들여 견적 기껏 뽑아주면 일도 안 맡기고 잠수 타는 것도 자기 부담. 매번 그러면서도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해서 일부는 무급으로 노동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런 시장에 최근 많이 유입되고 있는 기업 공급자들은 싼값에 아르바이트생을 돌려 박리다매식으로 그 단가를 맞추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유입된 개인이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노동이 새고 있다

하지만 이런 플랫폼의 성장은 전후 배경 없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이는 프리랜서들이 겪는 문제를 제도가 방치하는 동안,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들을 영리 기업체들이 시장으로 점령해버린 결과로 봐야 한다.

기존에도 많은 당사자들이 공공 플랫폼의 필요성이나 프리랜서가 겪는 대금 체불 등의 문제, 구직 불안정 문제 등과 관련하여 공적 주체가 그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제도권에서 해당 논의가 천천히 이루어지는 동안 기업체들은 그 공백을 보고 빠르게 움직였다. 임금 체불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기서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언제든지 일감을 받을 수 있다!) 홍보하며 처음 프리랜서에 진입하는 사람들, 당분간 실업으로 일감이 필요한 사람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고, 이들의 노동이 더욱더 후려쳐지는 동안 이를 기반으로 기업의 자산을 늘려갔다.

심지어 어떤 플랫폼은 의도적으로 수많은 무급 노동을 발생시킨 뒤 이를 '공모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업무를 맡기는데 그 업무가 마치 대회처럼 포장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대가 없는 노동을 한 뒤에 마음에 드는 1등에게만 상금이라는 이름으로 (대부분) 적은 금액의 대가를 주는 것이다. 참으로 반노동적이고 잔인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비상식적인 시장이 등장하고,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노동력이 함부로 다루어지는 데는 사실 그 저변에 낡은 '근로'의 테두리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확대라는 배경이 있다. 당장 이들이 근로기준법의 테두리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근로의 기준을 시의성에 맞추어 적절하게 다시 정의할 필요성이 있으며, 동시에 노동력의 거래 그 자체에 대한 제도 전반의 재해석이 필요하다. 민법상 도급과 같이 '외주'라는 이름 하에 개인의 노동이 포섭될 수 있는 한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근로기준법상 근로 또한 꼼수를 통해 '용역'으로 포장되기도 하고, 다변화되는 노동시장 속에서 그 경계가 애매하여 보호받지 못해 도급으로 분류되는 노동이 계속해서 양산될 수밖에 없다.

민법상 도급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의 차이점 중 하나는 대등한 양측의 거래로 보느냐, 힘이 불균등한 거래로 보고 한쪽을 보호해줄 것이냐이다. 사실상 고용 계약을 맺은 노동자보다도 더 열악하고 낮은 지위에 있는 외주 노동자들은 대등한 당사자 간의 거래라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 하고 있다. 그 와중에 플랫폼은 좌판을 펴고 이들을 이용한다.

어떤 돈도 벌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들로부터 노동력의 대가를 과도하게 빼앗거나 시장을 망치거나 노동의 의미까지 해체시키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의미이다.

자루에 구멍이 있다면 그곳으로 반드시 모래가 샌다. 아무리 그 위에 좋은 흙을 쌓더라도 구멍이 있는 자루는 반드시 무너져 내린다. 이 사회는 이제 '근로'가 아닌 거래 대상으로서의 '노동'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하은 경기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5,6월호에도 실렸다.


태그:#플랫폼, #청년,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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