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에서 방송 중인 <강철부대>는 특수전사령부, 해병대수색대, 제707 특수임무단, 해군특수전전단, 군사경찰 특임대, 해난구조전대 등 총 6개의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싸워 최강의 특수부대를 가려내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군대 무식자인 나에게 특수부대는 액션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미지의 세계였기에, 실제 특수부대원들이 모여 싸운다는 설정은 꽤나 흥미로웠다.
 
그런데 최강자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달리, 회차가 거듭될수록 유독 마음이 쓰이는 한 팀이 생겼다. 바로 SDT라 불리는 군사경찰 특임대 팀이었다. 부사관과 장교가 포함되어 있는 다른 팀과는 달리 4명 전원 만기전역한 병장으로만 꾸려져 최약체로 평가받던 SDT에 눈길이 갔다. 
 
아직은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의 그들은,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든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청년들의 모습이었다.
 
 채널A에서 방송 중인 <강철부대>.

채널A에서 방송 중인 <강철부대>. ⓒ 채널A

 
안쓰러운 마음이 커서 더 응원했던 팀이었는데 이게 웬걸! 그들의 악과 깡에, 눈물 쏙 빼는 전우애에 감동마저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SDT는 '스페셜 데스매치 팀'의 줄임말 아니냐는 그들의 우스갯소리처럼 두 번째 데스매치를 앞두고 있었다. 3팀이 참여하는 데스매치에서 2위 안에 들지 못하면 탈락하게 되는 고비에 서 있던 그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데스매치의 미션은 군대 다녀온 남자라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게 만드는 40kg 군장 산악행군이었다. 40kg 군장을 메고 10km 산악을 구보로 간다는 건 훈련 강도가 엄청나기로 유명한 다른 특수부대원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더구나 SDT는 계속되는 미션과 데스매치를 수행하며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을뿐만 아니라, 이정민 대원은 지난 미션을 수행하던 중 어깨에 부상까지 입은 터였다.
 
산악행군 시작과 동시에 이정민 대원은 어깨통증을 호소하며 힘겹게 한발 한발을 내디뎠고, 초반부터 뒤로 처지기 시작하더니 격차가 상당히 벌어졌다. 이미 승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정된 듯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정민 대원이 중간에 포기했으면 싶었다. 저렇게 통증이 심하고 아픈데 어떻게 완주를 할까 싶기도 했고, TV 프로그램일 뿐인데 저렇게 무리하다 더 다치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저러다 어깨 부상이 더 심해지면 나중에 팔 쓰기도 어려울 텐데 더 힘들게 가지 말지, '괜찮으니까 그만해'를 외치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이를 악물고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면 군장을 자기에게 달라는 다른 대원의 다그침에도 그는 묵묵히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옆엔 이정민 대원이 낙오되지 않도록 함께 걸어가며 그를 끌어주는 김민수 대원이 있었다.
 
선두권을 유지하며 먼저 반환점에 도달했던 강준, 강원재 대원은 반환점을 찍지 않고 힘들게 걸어온 길을 다시 거슬러 이정민, 김민수 대원에게 갔다. 그들도 힘들었지만 부상당한 이정민 대원과 그를 끌고 가는 김민수 대원을 돕기 위한 선택이었다.

군장을 대신 짊어지고, 총을 들어주며 반환점을 향해 다시 구보를 하던 중 강준 대원의 다리에 쥐가 났다. 무리한 강행군에 몸이 버텨내질 못한 거였다. 자기 때문에 다른 대원들이 몇 배는 더 힘들게 되었다는 미안함에 어깨를 부여잡고 반환점을 향해 뛰어가던 이정민 대원은 쓰러져 있는 강준 대원에게 다시 달려가려 했으나 그는 소리쳤다.
 
"정민아 오지 마, 물 먹고 쉬고 있어."
 
전우애가 무엇인지, 함께 이겨낸다는 게 무엇인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게 무엇인지, 난 그들에게 한 수 배웠다. 배움의 대가로 내 눈물 콧물을 다 빼고 말았지만, 눈물이 빠져나간 마음 속 구멍은 감동으로 다시 메워졌다. 
 
 채널A에서 방송 중인 <강철부대>.

채널A에서 방송 중인 <강철부대>. ⓒ 채널A

 
반환점에서 다시 함께 걷기 시작한 그들은 더 이상 군장을 메고는 걸을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른 이정민 대원의 군장을 대신 메고 걸어갔다. 본인의 군장에 하나의 군장을 더해야 하니 무게는 무려 80kg에 달했다. 앞쪽에 추가로 멘 군장이 밑으로 처지는 걸 막으려고 입으로 군장을 물고 걷는 김민수 대원의 뒤에는 20kg의 탄약통을 든 이정민 대원이 머리를 받쳐 밀어주고 있었다. 본인 때문에 군장을 2개를 메고 걷는 다른 대원에게 얼마나 미안했으면 저렇게라도 도와주고 싶었을까.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니 더 짠하고 안쓰러웠다.
 
결국 그들은 그들의 힘으로 완주했다. '포기하지 마'를 주문처럼 읊어대며 서로를 응원하던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지탱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미션이었다. 그들은 2등 안에 들어야 하는 데스매치 미션에는 실패했지만, 도전에는 완벽히 성공했다. 그날 적어도 나에게 최후의 승자는 SDT 팀이었다. 멋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완주한 SDT 4명의 대원들, 정말 멋있다.
 
이제 더 이상 <강철부대>에서 그들을 응원할 수 없는 건 안타깝지만,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강철부대 SDT 군사경찰 특임대 스페셜 데스매치 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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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도 여전히 꿈을 꾸는, 철없는 어른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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