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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히시데 일본 총리
 스가 요히시데 일본 총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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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개회가 임박한 도쿄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국내외 여론이 급등해 일본 정부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도쿄올림픽 개최일은 오는 7월 23일로 이제 두달 반 남았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일 4372명이 발생, 나흘 연속 4천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도쿄도지사 선거에 3번 출마했었던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이 지난 5일 정오부터 인터넷 청원사이트 'change.org'에 올린 '사람들의 생명과 삶을 지키기 위해 올림픽 취소를 요구한다'는 제목의 청원에는 7일 오전 현재 18만 명이 넘게 서명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쓰노미야씨는 이달 중순까지 모아진 서명을 도쿄도와 정부, IOC 등에 제출할 예정이다.

청원인들의 댓글에는 "올림픽보다 생명이 중요하다", "의료인들을 올림픽에 동원하면 의료붕괴 가능성이 커진다", "높은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도 입원치료가 가능하겠지만, 일반 서민들은 감언에 속지말고 지신의 몸을 지켜야 한다", "개최국으로서 무엇 하나 효과적인 코로나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일본에서 올림픽 개최는 무리" 등 비판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도쿄도 다치가와시에 있는 다치가와상호병원은 '의료는 한계, 올림픽 취소하라!', '더이상 못참는다, 올림픽은 무리!'라고 적힌 대형 문구를 창문에 붙여놓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이 병원은 최근 중증자 치료용 침상 3개가 다 찼고 경증 환자용 침상도 여유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감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병원의 다카하시 마사야 원장은 <아사히신문>에 "올림픽 참가를 위한 선수와 관계자들의 노력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감염 확대 가능성을 생각하면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개최 강요하는 바흐 IOC 위원장은 바가지 남작"
  
작년말 일본을 방문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작년말 일본을 방문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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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판의 화살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도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 개최를 강요하고 있는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5일자 칼럼에서 바흐 위원장을 '바가지 남작'이라고 부르며 그가 돈 때문에 올림픽 개최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귀족 출신자가 많은 IOC위원들을 "지방행차 때 음식을 다 먹어치우는 왕족"에 비유하며 "개최국을 제물로 삼는 악습이 있다"고 주장했다.

칼럼은 대회 개최를 강행하는 주된 이유는 돈이라며, IOC는 수익을 올리기 위한 시설 건설과 이벤트 개최를 강요해, 수익의 대부분을 자신들의 것으로 하고 비용은 전부 개최국에 떠넘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최를 고심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위약금 문제가 거론되지만, 일본이 계약을 깨더라도 IOC가 평판 문제 때문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올림픽을 취소하고 '손절'하라고 조언했다.

또 일본의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취소 또는 재연기를 요구하고 있는 현상과 많은 의료종사자들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것도 지적하고,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 가운데 국제적인 거대이벤트를 주최하는 것은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올림픽의 취소는 고통스럽지만 치유가 될 수도 있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은 "미국에선 백신 접종이 진행돼 정상화 조짐이 보이지만 인도, 유럽과 남미 지역에선 심각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도쿄올림픽 개최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올림픽을 열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바흐 위원장은 오는 17~18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성화 봉송식에 맞춰 방일할 계획이었으나 긴급사태선언이 연장되고 일본 국내 환영 무드가 일지 않는 데 따라 방일을 연기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탓인지 IOC가 6일 화이자, 바이오엔텍스사 등과 함께 올림픽 참가 선수 및 스태프들에게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일본내 여론은 오히려 "왜 선수들에게 특별대우해야 하나", "일반인에 갈 백신이 선수에게 가는 게 아니냐"는 등 차갑기만 하다.

일본 정부는 7일중으로 도쿄, 오사카, 교토, 효고 등 4개 광역지자체의 긴급사태선언을 당초 11일에서 이달말까지 연장하고 여기에 아이치, 후쿠오카까지 추가시킬 방침이다.

이같은 곱지 않은 여론에 일본 정부도 곤혹스런 상황이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5일 긴급사태 선언의 효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큰 목적 중 하나였던 사람들의 이동은 틀림없이 감소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얘기했지만, 이동통신사의 자료에 번화가의 인파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총리가 거짓말을 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태그:#도쿄올림픽, #바흐, #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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