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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도 TV도 없는 특별실.
 칠판도 TV도 없는 특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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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대와 철봉 등 운동기구가 없어 풀만 자라는 운동장.
 골대와 철봉 등 운동기구가 없어 풀만 자라는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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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특별실엔 칠판과 TV가 없고, 운동장엔 골대 등 운동기구가 없는 경기지역 한 공립중학교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산하 광명교육지원청이 회계비리 감사에 착수했다. 특히 '개인 통장을 활용한 학교 회계 처리' 의혹을 받는 행정실장의 비리 혐의와 교장의 지도감독 미비에 대한 집중 감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오마이뉴스>는 경기 광명 A중 관계자가 지난 4월 13일 국민신문고에 접수한 비리의혹 신고서와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4월 15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공식 답변한 문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신고서에서 A중 관계자는 "3월 26일 학교 기획회의를 했는데, 이 회의 자리에서 한 부장교사가 (예산서의) 예산이 12개월이 아닌 24개월로 책정되었다고 회계상의 오류를 지적했다"면서 "그랬더니 행정실장이 다음과 같은 소명을 하였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다음은 신고서에 적힌 행정실장의 발언 내용이다.

"2020년에 예산이 많이 부족하여 업체들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업체들이 힘들다고 하기에 일단 본인 개인계좌에서 업체로 비용을 입금하였다. 그래서 개인 사비를 사용한 것을 학교예산을 통해 회수하기 위해 용역업체 대금 지급비용을 24개월로 책정해 놓았다."

위와 같은 행정실장의 발언이 실제로 있었는지, 당시 기획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에게 확인 결과 "사실"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제의 기획회의는 올해 3월 26일 오후 3시쯤 이 학교 본관 4층 전문적학습공동체실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이 학교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 부장교사 등 모두 10여 명이었다.

학교 회계는 해마다 1년 단위로 끝나야 한다. 하지만 기자가 A중의 2021학년도 예산서(안)를 살펴본 결과 국민신문고 신고 내용대로 '전산및학내망유지보수비용', '전기안전관리위탁용역비', '소방시설관리위탁용역비', '복사기및등사기임대료'가 '24회'로 기재되어 있었다. 총 액수는 6744만원이었다. 
A중학교가 만든 2021학년도 예산안. '12회'여야 하는 항목에 '24회'란 내용이 적혀 있다.
 A중학교가 만든 2021학년도 예산안. "12회"여야 하는 항목에 "24회"란 내용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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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중 관계자는 신고서에서 "행정실장의 발언에 대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몇몇 부장교사들이 '행정실장 개인통장을 활용한 회계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다"면서 "그러자 회의를 주관하던 교장께서 '이 사안은 이미 교육청에서 아는 사안이고, 감사가 나와도 본인이 다 책임질 사안이니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고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A중 관계자는 신고서에서 "2020년에 개교한 A중은 사용할 예산이 부족해 운동장에 골대가 없어 아이들이 뛰어놀지 못하고, 교구를 사용해야 하는 교과의 교구 구입 역시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면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운동장 골대는 올해(2021년)도 구입하지 못한다고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답변서에서 '행정실장의 개인 통장을 활용한 학교 회계 처리'에 대해 "2021년 광명교육지원청이 유선으로 연락받았으나 학교회계 예산편성 지침 등 관련 법령 및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처리할 것을 안내했다"면서 "개인 통장을 활용하여 학교회계를 처리했다면 이는 부적절한 회계운영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경기도교육청은 "제기해주신 민원에 대해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며, 이는 학교 재정운용의 투명성 및 건전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비상식적인 학교 상황

기자가 A중 관계자들에게 확인하고 학교 사진을 입수해 살펴보니, 회계비리 의혹을 받는 이 학교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여러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교 특별실에는 노트북을 연결할 프로젝터와 TV는 물론 칠판도 설치되지 않아 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운동장 3곳 모두 축구 골대와 농구 골대, 철봉 등 운동설비들이 설치되지 않아 풀만 자라고 있었다. 동아리실엔 대형 거울이 없어 조그만 거울을 놓고 방송댄스반 학생들이 연습하고 있고, 기술실과 가사실엔 물품 보관함이 없어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형 거울이 없어 자그마한 벽 거울을 보고 방송댄스 연습해야 하는 동아리실.
 대형 거울이 없어 자그마한 벽 거울을 보고 방송댄스 연습해야 하는 동아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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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의 한 관계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학생교육용 예산 삭감에 대해 교직원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실장과 교장의 석연찮은 회계 처리 의혹이 터져 나왔다"면서 "교육청이 학생들 교육을 위해서라도 '자기 사람 감싸주기' 식이 아닌 철저한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명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A중이 일부 예산을 24개월로 편성한 것은 학교회계 질서상 맞지 않은 행위이며, 대금을 사적으로 지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 학교가 예산편성지침을 위배했기 때문에 감사를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에 시작된 감사는 오는 14일에 끝난다.

행정실장 "그런 일 없다"... 광명교육지원청은 "예산편성지침 위배"

이에 대해 A중 행정실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 회의(3월 26일 기획회의)에서 개인 돈으로 대금을 지급했다는 발언 등을 한 적이 없다"면서 "실제로도 개인 돈으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학교 돈으로 지불했다"고 해명했다.

<오마이뉴스>는 이 학교 교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메시지도 남겼지만,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태그:#학교 회계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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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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