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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 이외의 임무에 투입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후보자인 폴 라카메라 대장의 입에서다.

인사청문회에 앞서 상원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폴 라카메라 후보자는 18일 "오늘날 한미동맹은 당면한 북한의 위협에 정면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래야 한다"면서도 "동맹은 안보환경이 진화함에 따라 태세와 계획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그는 "미군의 글로벌 역할과 한국군의 점점 커지는 국제적 범위를 감안할 때 한반도를 넘어선 동맹 협력의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며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역외 비상상황과 역내 위협에 대한 대응을 지원할 선택지를 만드는, 다양한 능력을 제공할 독특한 위치에 있다"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역할에 대한 영역을 '한반도'가 아닌 '글로벌'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

"인태사령부 비상상황에 주한미군 포함 옹호"... 이 발언의 의미 
 
차기 한미연합사령관에 지명된 라카메라 태평양사령관
▲ 차기 한미연합사령관에 지명된 라카메라 태평양사령관 차기 한미연합사령관에 지명된 라카메라 태평양사령관
ⓒ 위키피디아 퍼브릭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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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뉴욕 북쪽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나 1985년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이슬람국가(IS)에 대응하는 국제동맹군 사령관을 역임한 적이 있는 라카메라 대장은 "내가 인준을 받으면 역내에서 미국의 이익과 목표를 지원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비상상황과 작전계획에서 주한미군의 군대와 능력을 포함시키는 것을 옹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문밖 출입'을 가능케 하겠다는 뜻이다. 인도·태평양전략은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다. 이 전략과 맞닿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이 동원될 수 있다는 건 주한미군이 북한 견제뿐 아니라 중국 견제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남한에 적대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을 견제하는 미군이 남한에 주둔한다는 사실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에까지 활용될 경우, 북한이 보여주는 적대적 태도가 중국에게서도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경북 성주에 사드 기지를 배치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적대적 상황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라카메라 대장의 최근 발언은 주한미군이 한국의 이익이나 한미 공동의 이익이 아닌 미국의 여타 이해관계에 따라 동원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 안보가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일이 어쩌다 한번 일어날 법한 일인 듯 발언했다. '주한미군은 역외 비상상황에 따라 다양한 능력을 제공할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이 비상상황에나 있을 법한, 아주 예외적인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관한 미국의 구상을 살펴보면, 주한미군 해외 차출의 길이 한 번 열리게 되면 그 후로는 일상적인 일이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여전히 한국에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이유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대 장치 조작하는 주한미군 제35 방공포여단 병사들.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대 장치 조작하는 주한미군 제35 방공포여단 병사들.
ⓒ 미 태평양사령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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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까지의 미소 냉전시대에 미국은 공산진영과의 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해외 미군을 주로 배치했다. 냉전이 첨예한 동북아와 서유럽이 그런 지역이었다. 공산주의 이념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자 반공 정권이 지배하는 곳에 미군을 집중적으로 파견했던 것.

그랬던 미국이 탈냉전 시대엔 이념이 아닌 '석유'를 따라 미군 배치 전략을 수정했다. 냉전이 해체된 뒤에는 반공국가보다는 산유국에 미군을 집중 배치했다. 이로 인해 중동·중앙아시아·아프리카가 해외 미군의 주된 배치 지역이 됐다.

해외 미군이 반공국가에서 산유국으로 이동하는 흐름과 모순돼 보이는 국가가 있다. 바로 한국이다. 반공국가지만 산유국이 아닌 이 나라는 여전히 미군의 주요 해외기지다. 1990년에 4만 3000명이었던 주한미군은 탈냉전 이래로 계속 감축됐지만, 현재도 여전히 2만 8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 탈냉전 속에서도 한반도만큼은 여전히 냉전질서에 갇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훨씬 중요한 다른 이유가 있다. 자국의 세계 전략 때문이다. 2001년 9월에 발표된 '미군 재배치 정책'이 그 같은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9.11테러가 있었던 달에 조지 부시(아들 부시) 행정부가 이 정책을 통해 해외 미군기지 선정의 3대 원칙이 정리됐다. 2014년에 <아태연구> 제21권 제3호에 실린 김송죽·최유나 인천대 연구교수의 논문 '부시정부 시기 석유자원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에 미치는 영향'은 3대 원칙을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전략 중심기지로서의 허브 기지다. 이는 대규모의 미군 병력과 장비를 갖춘 영구적인 미군기지로서 일본·한국·독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전진 작전기지다. 이는 작전 수행에 필요한 탄약과 장비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미군이 상주하는 기지로 우즈베키스탄·키르키스스탄·아프가니스탄·터키·필리핀·싱가포르 등이 있다. 셋째, 전진 작전지역이다. 미군이 1, 2년에 한 번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국가로서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사우디아라비아·오만·케냐·말리 등이 해당한다."

한국은 해외 미군의 허브 기지로 선택됐다. 세계 곳곳에 미군을 급파하기 위한 영구 기지가 된 것이다. 미국은 이미 20년 전부터 한반도 방위보다는 세계 미군의 허브 기지로 주한미군 기지를 활용할 계획을 품어 왔던 것이다. 이런 계획을 자기 임기 내에 현실에 옮기고 그 문을 열어젖히겠다는 게 라카메라 대장의 소신이다.

주한미군의 출입이 자유롭다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왼쪽)와 정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지난 3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서 사인 후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박수를 치고 있다.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왼쪽)와 정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지난 3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서 사인 후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박수를 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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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한미군이 이렇게 활용된다면, 한국 국민들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부담하는 이유가 무색해진다. 한국 방위보다는 '분쟁지역 급파를 위한 터미널'로 이용되는 주한미군 기지의 운영을 위해 한국 국민들의 혈세가 허비되는 현상이 되니까 말이다. 미군으로부터 기지 사용료를 받았던 필리핀 사례를 생각나게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이 중국 등과의 분쟁에 투입되면 한국군이 중립을 지키더라도 한국의 안보는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최근 고조되는 긴장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래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고조시키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별반 다를 바 없다. 타이완해협(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을 무대로 전개되는 이 같은 압박을 위해 주일미군과 그 기지도 활용되고 있다.

중국 정찰기가 타이완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고 타이완이 초계기를 대응 출동시키고 미 해군의 트리톤 무인정찰기가 타이완 서남부 공역에 진입하는 일이 있었을 때인 지난 2월 6일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발표한 것이 있다. 북한과 중국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오키나와 인근에서 주일미군 제3해병기동군과 해군 오하이오 핵추진잠수함이 합동훈련을 했다는 발표였다. 주일미군이 일본열도 방위뿐 아니라 대(對)중국 공격에까지 동원되는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발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로 중국 정부의 신경을 자극하는 미국 함대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아시아 미군의 핵심인 제7함대 소속의 존매케인함이라는 이지스 구축함이다. 이 구축함은 2월 4일에는 타이완과 중국 사이의 타이완해협을 통과했고, 다음날에는 남중국해의 파라셀 군도(서사군도)에 출현했다. 

타이완해협은 중국과 타이완의 긴장관계가, 남중국해는 중국과 반중국 진영간의 제해권 경쟁이, 파라셀 군도는 중국과 베트남간 영유권 분쟁이 있어 민감한 지역이다. 이틀만에 압축적이고 다목적적인 방법으로 중국을 자극한 것이다. 그런데 이 존매케인함이 모항으로 사용하는 곳이 도쿄만 입구인 요코스카 해군기지다. 일본을 근거지로 해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의 전략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일본이 대중국 압박 기지로 활용되는 양상은 중국인들의 대일 감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지난 3월 16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기시 노부오 방위대신이 '타이완해협 유사시에 미일 양국이 긴밀히 협력한다'는 방침을 확인한 뒤인 3월 28일에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전문가들의 관측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 있다. '타이완을 놓고 중국과 미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경우, 중국군이 주일미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주한미군과 그 기지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분쟁에 휘말릴 경우에도 이런 위험성이 커진다.

주한미군의 역외 출동은 한국의 안보를 더욱 더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국에 부임하게 되면 주한미군의 문밖 출입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폴 라카메라 대장의 발언은 그래서 위험하다.

태그:#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 #폴 라카메라, #인도태평양전략, #대중국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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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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