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26 07:30최종 업데이트 21.05.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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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김진표 위원장이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서울시 구청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최근 논의 끝에 마련한 집값 대책을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언론에 나오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집부자'들의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내용 일색이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한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재산세 감면 한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청년·무주택자 등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규제 완화,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등 그동안 정부·여당이 추진해 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정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여당 내 부동산특위가 탄생한 배경이 "선거에서 표출된 부동산에 대한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런 대책이 나온 것을 보면 여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은 것 같지 않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결과가 집값 폭등에 분노한 집 없는 서민들과 2030세대의 정권 심판이었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특위가 논의하는 대책들은 집값 하락을 위한 정책은 없고,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대책들뿐이다. 이런 대책이 실행되면 오히려 분노한 민심에 휘발류를 끼얹을 공산이 크다.

혹시 '양도세 중과의 한시적 배제'에 일말의 기대를 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집값 폭등으로 다주택자들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차익을 챙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런 고육책이라도 써서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가 나오길 바라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를 배제해도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을 매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미 양도세 중과를 빠져나갈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구멍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는다며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양도세 강화 정책을 내놨다. 2017년 8·2대책을 통해 2주택자에게 10%p를, 3주택자 이상에게는 20%p를 중과하기로 했다. 작년 7·10대책에서는 추가로 10%p씩을 더 중과하겠다고 했다. 오는 6월 1일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는 법정양도세율 45%에 30%p를 중과하므로 75%의 양도세를 부담하게 된다. 지방세 10%가 더해지면 3주택자 이상이 부담하는 세금은 82.5%에 달한다.

지난 6년여 동안 집값이 폭등하여 엄청난 시세차익이 발생했지만, 이 정도의 양도세를 내면서 주택을 매도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여당 부동산특위가 주장하듯 양도세 중과 배제를 실행하면 다주택자의 물량이 쏟아질까?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서울에서 3주택 이상을 소유한 가구는 15만8000가구이고, 이들이 소유한 주택은 약 60만 채다.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의 목적은 이 60만 채 중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 15만8000채를 제외한 약 44만 채를 매도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조세정책 중에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이미 있다. 지난 2017년 12월 13일 정부가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에 그 구멍이 들어 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만 하면 양도세 중과를 배제함은 물론 임대기간에 따라 양도소득을 대폭 감면해주고, 최대 100%까지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특혜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3주택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라면 당연히 이런 특혜를 받으려 할 것이다. 이 특혜를 받으려면 소유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기만 하면 되는데, 임대주택 등록요건이 매우 간단하고 쉽다.

전용면적 85㎡ 이하면 임대주택 등록이 가능하고, 2018년 9·13대책에서 양도세 특혜 조건으로 '공시가 6억원 이하'를 추가했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주택이 2020년 6월 말 현재 전국에 160만 채이고 서울에만 약 51만 채가 있다. 이 51만 채는 거의 대부분 양도소득세 중과를 면제받는 주택들이다.

2017년에도, 2019년에도, 매도하지 않았다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중랑천 주변 주택가. ⓒ 권우성


서울에서 3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의 비거주 주택이 약 44만 채이고, 서울에 등록한 임대주택은 작년 6월 51만채였다. 임대주택의 경우 다가구주택의 각 가구와 원룸들을 주택수에 포함하지만, 주택소유 통계는 이들 주택을 1채로 계산하므로 44만 채와 51만 채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국토부가 임대주택 전체 자료를 공개하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소유한 44만 가구 중 얼마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였는지 알 수 있을 텐데, 국토부는 이 자료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일반인의 자료 요청은 물론이고 국회의원실에서 요청하는 경우에도 임대주택 전체 자료의 공개를 거부한다.

만약 국토부가 임대주택 자료를 공개한다면, 이 44만 채의 상당수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어 양도세 최대 100% 감면, 종부세 0원, 재산세 100% 감면, 임대소득세 75% 이상 감면, 건강보험료 80% 감면 등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정부는 이전에도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한다면서 '양도세 중과 유예'를 시행한 적이 있다. 2017년 8·2대책에서 양도세 중과의 시행에 6개월 유예기간을 뒀고, 2019년 12·16대책에서는 6개월 이내 매도할 경우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다주택자의 매도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주택자들의 비거주 주택 상당수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어 이미 양도세 중과에서 배제되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선행 조건

다주택자가 주택투자에서 얻는 양도차익은 전형적인 불로소득이다. 이런 불로소득에 세금을 중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 폭등으로 무주택 서민과 20~30세대가 받는 극심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면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데 동의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양도세 중과 배제로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매도로 나오기 위해서는 선행 조치가 있어야 한다.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세금 특혜를 먼저 폐지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양도세 중과 배제를 시행하면,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고 집값은 하향안정세로 돌아설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두 번이나 시행했던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실패한 이유는 다주택자의 상당수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여 이미 양도세 중과 혜택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정책 실패의 원인 분석도 없이 실패한 대책을 재탕·삼탕하겠다는 여당 부동산특위가 참으로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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