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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노동자회는 1995년부터 평등의전화 상담실을 운영하며 여성노동자 현실을 알려내고 성평등노동실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수렴되었던 2020년, 상담실에서 진행된 상담 통계와 사례를 통해 여성 노동자의 현실은 어떠했는지 살펴보고자 하며, 이를 '남녀고용평등강조주간(5월 25부터 31일)'동안 5회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기고한다.[기자말]
2020년 코로나가 온 세계를 정면으로 관통했다.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아직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이 믿을 수 없으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다.

코로나로 일상이 변했다. 사람 간 접촉을 피했다. 반면 비대면 온라인 활동은 늘어났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되었고, 노동시장도 위축되었다. 내일을 모르는 불확실함에 모두가 힘든 날이다. 노동 상담으로 보는 2020년은 어땠을까?

상담 수가 줄어든 '결정적' 이유
  

2020년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아래 상담실)은 총 940건(초기 상담 513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총 상담에서 재상담과 남성 상담을 제외한 여성 초기 상담 496건을 분석하였다. 대상 기간은 2020년 1월부터 2010년 12월이다.

지난 2019년과 비교하여 총 상담 건수 기준으로 2.9% 감소, 초기 상담 기준으로 14.5% 감소하였다. 월별로 상담건수를 살펴보면 2월과 3월, 5월에 상담건수가 월평균 및 지난해 동월과 비교하여 줄어들었는데, 이는 코로나의 유행 시기와 겹쳐진다.

1월에 코로나 국내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후 1차 유행이 2월에 시작, 3월에는 WHO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5월에는 서울지역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된 사건이 있었다.

코로나가 사회 전반적으로 큰 사건이었고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역시 큰 타격을 가져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상담 건수가 줄어든 시기와 코로나가 확산되었던 시기가 겹치는 것을 보아, 코로나로 사회적·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일터에서 불합리한 상황에 침묵하고 견뎌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지 짐작해본다.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 2020년 1월~12월 상담 유형 분석.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 2020년 1월~12월 상담 유형 분석.
ⓒ 서울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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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유형별 분포를 살펴보면 직장 내 성희롱(59.5%), 근로조건(10.9%), 고용평등기타(8.5%), 직장 내 괴롭힘(7.7%), 모성권리(7.5%), 성차별 (1.8%), 기타(4.2%)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연도별 상담유형 추이를 살펴보면 매년 직장 내 성희롱이 가장 많고, 근로조건과 모성권리 상담이 그다음으로 많으며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직장 내 문제의 시작, 성차별
  
동아제약은 3월 22일 사장 명의를 통해 성차별 면접에 대해 공식사과했다.
 동아제약은 3월 22일 사장 명의를 통해 성차별 면접에 대해 공식사과했다.
ⓒ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피해당사자 브런치/ 동아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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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유튜브 웹예능 <네고왕2>에 동아제약 편이 업로드되었다. 해당 영상에 동아제약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에 3월 22일 동아제약은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사과했다.

하지만 성차별이 아니라 '성평등 채용 안내서의 성차별 기준을 위반한 질문'을 했을 뿐이라는 변명이었다. 동아제약은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제도와 원칙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지켜야 할 부서 수장이 실천하지 못했다고 했다. 단지 한 명의 문제인가? 정녕 면접자 개인의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이었을 뿐인가?

성차별 상담은 총 9건으로 '모집, 채용, 퇴직, 정년, 해고' 5건, '교육, 배치, 승진, 임금'이 2건, 기타 2건이 있었다. 건수로 보면 적으나, 성차별 관련 문제제기는 어디에서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는 은행권 등에서 채용 시 남녀의 차별을 두었던 것이 공론화되었으나 결과적으로 처벌이 미미하였기에 성차별 피해가 있어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 거라는 불신을 남겼을 것이다.

또한 여성노동자가 임신, 출산, 육아를 위해 휴직 등을 할 때 발생하는 불이익이나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는 회사 내 문화는 성차별에 기인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성차별 관련 상담이 적다는 것이 직장 내 성차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님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나마 본회 상담실에서 오랫동안 직장 내 성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내어왔기 때문에 상담이 접수되며 실상 상담보다는 고발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여성에게만 따라 오는 질문 '결남출'
  
 
면접 과정에서 여성은 결혼은 했는지, 남자친구가 있는지, 출산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면접 과정에서 여성은 결혼은 했는지, 남자친구가 있는지, 출산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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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생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구직활동 중인데 OO사의 채용공고에서 임금성차별 공고를 보았다. 위 링크는  OOO에 올라온 해당 공고이다. 여기에 따르면 성별에 따라 입사하자마자 임금에 큰 격차가 존재하고 있는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업의 행태에 어떤 조치나 제지를 가할 방법이 없는지 문의한다."

"구직 중인데 '여자라서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능력이나 경력이나 문제가 아니라 여자라서 안 된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성으로 취업하기 너무 어려운데 해결 방법이 없는지?"
 
구직 과정에서 여성에게 '결남출'을 질문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면접 시, '결'혼은 했는지, '남'자친구가 있는지, '출'산을 할 것인지를 묻는다는 것이다. 구직자가 면접관의 이러한 뜬금없고 성차별적인 질문에 바로 문제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구린 질문'에도 '(상대가 마음에 들어 할) 답변'해야 하는 것이 구직자의 역할 아니겠는가.

또한 성차별적인 질문을 한 회사를 신고하기는 더욱 힘들다. 구직 활동하기에도 바쁠뿐더러 혹여 취업하는 것에 불이익이 생길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해자의 취약함 때문에 면접 시 수많은 성차별이 발생하나, 충분히 공론화되고 있지는 못하다. (관련 기사: 이런 말까지? 성차별 면접 피해자 한둘이 아닙니다 http://omn.kr/1swlg)
 
"사직을 권유받았다. 사유는 상사가 지시했던 문서를 잘 작성하지 못했다는 이유이다. 하지만 해당 문서는 업무와 관계없는 것으로 이전에는 이것을 빌미로 문제제기한 적이 없다. 실제 이유는 결혼해서 인 것 같다. 결혼 즈음에 '결혼하면 육아휴직도 사용할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은 육아휴직 사용 여부를 떠나 결혼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성차별은 교묘하다. 여성이라서가 아니라고, 결혼이나 출산 때문이 아니라며 그저 피해의식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말해도 한쪽에서는 단지 특수한 일부의 경험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누구를 위한 축소인가? 차별은 차별받은 피해자가 정확히 인식한다. 차별하는 가해자나 차별받지 않는 자는 차별을 무시한다. 차별이 아니라고 말해야 자신의 몫이 유지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차별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회사가 노동자를 채용할 때 결혼, 출산, 육아를 묻고 결혼, 출산, 육아로 회사의 눈치를 보게 한다면 이는 차별이다. 유독 '여성'에게만 결혼, 출산, 육아를 묻거나, 여성만이 결혼, 출산, 육아로 눈치를 봐야 한다면 이는 '성차별'이다. 차별은 차별이다. 차별은 하지 않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입니다. 본 기사에 인용된 상담사례는 실제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하였습니다.


태그:#임금차별, #성평등, #서울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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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노동자회는 1987년 여성노동자들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여성노동 상담 및 교육·선전 활동을 통해 성차별, 모성보호, 성희롱, 비정규직, 보육문제 등 다양한 여성노동문제를 풀어가며, 여성노동자를 위한 정책과제를 개발하고, 올바른 여성노동 정책이 수립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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